[인터뷰] 문별, 19금을 바라며 쓴 한편의 멜로물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마마무는 걸그룹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팀이다. 씨스타와 AOA가 가요판을 장악하던 시절,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네 멤버들은 남장 기믹과 코믹한 내러티브를 선보이며 모두를 열광하게 했다. 자신들의 성적 요소를 소모하지 않는 어필 방식으로 걸그룹의 전형성을 배제한 그룹이자, 빅마마와 같은 보컬그룹의 색까지 겸비했던 유일무이했던 팀이다. 그렇게 마마무는 보컬그룹과 걸그룹 사이의 벽을 허물었다.
문별이 남장을 하고 무대에 등장했을 때, 이들은 자신들이 걸그룹으로서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보여줬다. 여자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온 것도 이 때문이다. 마마무 내에서 랩 포지션을 맡고 있는 문별은 파워풀한 래핑만큼 스타일링과 콘셉트에 있어 늘 크러시를 담당해왔다. 일명 '여덕몰이'의 중심인 멤버이자, 마마무의 쿨내 나는 온도에 중축이었다. 솔로로 노래를 할 때도 늘 남성이 아닌 여성 파트너와 호흡을 맞췄다. 레드벨벳 슬기, 미란이, 서리 등 그의 중성적 이미지와 로우톤의 목소리는 여자와 합을 맞출 때 더욱 좋은 하모니를 냈다. 문별은 여성향이나 남성향의 이분법적 구분을 짓지 않는, 둘 사이 은근한 경계에 머물러있다.
약 2년 만에 내놓는 솔로 미니 3집 '시퀀스(6equence)'도 문별의 과감함과 은근한 취향이 듬뿍 담겨 있다. 총 7개 트랙을 연인의 만남과 이별까지의 과정을 담아 한편의 단편영화처럼 유기적으로 엮어냈다. 노래 속 화자는 여자도, 남자도 아니다. 그저 청자다. 문별은 성별 구분 없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공감으로 이 노래들이 닿길 바랐다.
'시퀀스'에는 하우스 장르의 타이틀곡 '루나틱(LUNATIC)'을 비롯해 인트로와 아웃트로, 올드스쿨 콘셉트의 유쾌한 감성으로 풀어낸 'G999 (Feat.미란이)', 연인과의 사랑이 최고조에 닿은 순간을 그린 '머리에서 발끝까지 (Shutdown) (Feat.서리), 헤어짐을 이야기하는 상대를 향한 뒤늦은 후회를 노래한 '너만 들었으면 좋겠다(For Me)', 이별 후의 솔직한 감정을 녹여낸 자작곡 '내가 뭘 어쩌겠니?(ddu ddu ddu)'와 '루나틱' 영어 버전까지 총 7곡이 수록됐다. 여러 개의 신으로 이뤄진 시퀀스를 뜻하는 앨범명처럼, 사랑하는 이들의 첫 만남부터 뜨겁게 몰입했던 절정의 순간, 마음의 퍼센티지가 엇갈려버린 위태로운 관계, 결국 연인과 헤어짐을 택하고 혼자 미련스럽게 후회하는 모습을 각 트랙에 녹여냈다. 감상의 재미가 있는 앨범이다.
'시퀀스'를 소개해주세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만남부터 이별까지의 과정을 담았어요. 영화 스토리처럼 풀게 됐죠. 직접 첫 트랙부터 스토리 구상과 주제를 정했고, 큰 틀까지 제가 정해서 회사에 제출해서 기획한 앨범이에요. 저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드라마에 영감을 받았어요. 이번에도 드라마 여러 편을 보면서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이입해 접근했어요. 장르로 치면 멜로물이죠. 앨범 전체적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죠. 화자의 성별을 생각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들어서 작사를 했어요. 성별 지칭을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선공개곡 'G999' '머리에서 발끝까지'에 대한 반응이 좋았어요.
"이런 말씀 드리기엔 변태 같을 순 있지만 이번에 서리와 노래를 냈을 때 좋아해주시면서 '야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좋았어요. 제가 하고자 한 이야기를 들어주신 것 같아 좋더라고요. 아주 뿌듯했어요. 미란이와 했을 때는 케미스트리가 더 맞았어요. 같은 래퍼이기도 해서 결이 잘 맞았죠. 두 친구들과 작업하는 게 수월하고 재밌었죠. 그 친구들을 네이버나우 호스트와 게스트로 만나게 됐는데 라이브를 듣자마자 그림이 그려졌어요. 제가 먼저 제안을 했죠."
'시퀀스'를 작업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가장 신경쓴 건 감정선이었어요. 노래에도 바이오리듬처럼 리듬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리듬을 디테일하게 곡마다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은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린 만큼 공들이고 앨범 구성부터 착장까지 모든 걸 쏟아부었어요. 그래서 만족하고요. 저로선 정말 만족한 앨범이에요."
연인의 권태 내용을 담은 '루나틱'을 타이틀곡으로 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루나틱'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집착이었어요. 생각해보니까 단순한 집착보다는 권태기가 더 보편적이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사랑에 있어서 퍼센티지가 있으면 안되지만 쏠리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선택하게 됐어요. 또 이 노래가 무거운 내용이 아니라 듣기가 쉬워요. 이기적인 화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너가 날 좋아하면 나한테 맞춰' 같은 내용을 재치있게 보여주고 싶어서 타이틀곡으로 하게 됐습니다."
앨범 구성 전반을 살펴보니 보다 과감해진 느낌이에요.
"더 과감하고 싶긴 해요. 전 이 앨범에 19세를 달고 싶었어요. 그런데 주변 반응이 '이게 뭐가 야해?'라는 반응이 많았어요(웃음). 그래서 '아쉽다'는 느낌은 있었죠. 19세라는 표시가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그만큼 솔직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수위에 있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듯해요. 이런 장르의 곡을 하게 된다면 여기서 발전된 관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앨범에는 서리, 미란이가 피처링을 함께했어요. 유독 여자 아티스트와의 호흡이 잦아요.
"제가 중저음톤이고 래핑을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여자분들과 한 것 같아요. 피처링으로 남자와 같이 하기도 했지만 같이 로우톤이다 보니까 다이내믹함이 부족한 듯싶더라고요. 여자 아티스트의 하이톤과 저의 로우톤이 만나면 시너지가 더 나서 자연스럽게 여성 아티스트분과 호흡을 맞추게 됐어요."
이제 말하는 태도에서 제법 연륜과 여유가 느껴져요.
"29살에서 서른살을 넘어가는 해에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활동을 언제까지 해야할까 하는 고민에 빠져있었죠. '이 일을 안하면 사업을 해야하나? 취직을 해야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서른이 넘고 나서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했지'를 깨달으면서 과감해졌어요. 일단 도전해 보고 '아니면 하지 말자' 식의 마인드가 자리잡아서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단순하게 마음을 먹으니 편해졌어요. 이렇게 된 계기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네이버나우 '스튜디오 문나잇'을 진행하면서 많이 느끼게 됐어요. 게스트가 저보다 어리다고 해서 생각이 얕지도 않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좋은 부분들을 저에게 이입했어요."
마마무가 최근 재계약을 했어요. 문별에게 마마무는 뗄 수 없는 타이틀인데 여러 변화의 지점에 어떤 생각이 드는지요?
"재계약에 대해 멤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10년을 넘게 봐온 사이잖아요. 그래서 각자 어떤 생각인지를 알겠어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했어요. 마마무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4명 다 똑같았어요. 마마무는 변함없이 4명이니까요. 마마무는 저의 청춘을 보낸 팀이기에 부담감이 큰 이름이죠. 어떤 일을 하건 마마무라는 이름이 쓰이기 때문에 문별, 그리고 마마무 문별로서 큰 책임감을 갖고 있어요. 저를 다잡아주는 게 마마무라는 팀의 이름이에요."
다시 '시퀀스' 이야기로 돌아와서 청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곡마다 가진 다양한 감정에 공감을 많이 해주시길 바라요.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고 가까이에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문별에게 이런 모습도 있구나'를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새로운 모습을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음번엔 모두에게 마음에 들 수 있는 음악,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도 하고 다채로움을 보여드릴 수 있는 문별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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