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몇 개냐" "잘못하면 구속" 대장동 녹취록 수면 위로

나성원 2022. 1. 1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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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전 의원 금품 요구 정황도 담겨
곽 측 "사실과 달라"..검찰 수사 주목
앞서 50억 클럽 당사자들 의혹 강력부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뉴시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법조계 고위 인사 등에게 분양수익 420억원을 배분하려 한 정황이 ‘정영학 녹취록’을 통해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국민의힘 출신 곽상도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김씨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김씨의 발언도 담겼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물증으로 꼽히는 녹취록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0억 클럽 멤버로 지목됐던 인사들은 의혹을 강력 부인한 바 있어 향후 검찰 수사가 주목된다. 곽 전 의원 측은 “녹취록 중 곽 전 의원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해명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19일 한국일보는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4) 회계사가 2019~2020년 김씨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을 입수해 보도했다. 녹취록은 총 10회 분량으로 A4 용지 500페이지 가량이다. 정 회계사는 지난해 9월 녹취록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뒤 녹취록 내용에 대해 함구해왔다.

녹취록에서 김씨는 지난 2020년 3월 24일 정 회계사를 만나 분양수익 420억원 배분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김씨는 “50개(억 원)가 몇 개냐, 쳐 볼게. 최재경(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영수(전 특검) 곽상도(전 의원) 김수남(전 검찰총장) 홍선근(언론사 회장) 권순일(전 대법관)”이라며 이름을 나열했다. 김씨가 “그러면 얼마지”라고 묻자 정 회계사는 “5억씩입니까, 50억 씩입니까. 50, 50, 50, 50, 50, 50이면 300(억 원)”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성남시의회 쪽 인사 2명에게 총 20억원을 주겠다는 구상도 말한 뒤 “100억원이 남으니 이○○ 것까지는 되네”라고 했다. 이모씨는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인 분양대행업체 대표다. 이씨는 김씨로부터 100억원을 받아 노목건설업체 대표인 나모씨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는다.

김씨는 지난 2020년 4월 4일에는 정 회계사에게 “병채 아버지(곽상도 전 의원)는 돈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고 말했다. 김씨가 “아버지가 뭘 달라 하냐”고 묻자 병채씨가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하실 건지”라고 답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김씨는 이에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하느냐. 한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라고 답했다고 정 회계사에게 전했다.

김만배 “잘못하면 너하고 나하고 구속”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연합뉴스

녹취록에는 김씨가 정 회계사에게 “잘못하면 너하고 나하고 구속이야(2020년 7월 6일)” “내가 성남을 떠날 것 같니? 내가 밤마다 공무원을 얼마나 많이 만났는데(2020년 6월 17일)” 라고 말하는 발언도 포함됐다. 김씨가 개발사업과 관련한 자신의 행위들의 위법성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김씨는 2020년 3월 13일 “내 별명이 이지스함”이라며 “대한민국에서 이 큰 사업을 해서 언론에서 한 번 안 두드려 맞는 거 봤어?”라며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앞서 50억 클럽 명단이 일부 공개됐을 때 멤버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의혹을 강력 부인한 바 있다. 아직 50억 클럽 중 재판에 넘겨진 인물은 없다. 김씨는 ‘정영학 녹취록’에 대해 “과장되게 부풀려 말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곽 전 의원 측은 녹취록이 공개되자 “지난해 법원 영장심사에서도 녹취록의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곽 전 의원의 무고함을 밝히겠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결국 50억 클럽 등 녹취록 내용의 진실성 여부는 여전히 검찰이 규명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형사사건의 조서, 녹취록, 녹음파일 등이 맥락과 사실관계 확인 없이 유출될 경우 관련 재판과 진행 중인 수사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고, 사건 관계인의 명예와 사생활 침해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열람·등사한 자료를 재판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유출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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