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마음.. 어땠어?] 절제된 김남길의 '프로파일러 탄생기'

남지은 2022. 1. 1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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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
SBS 금토 14일 시작..동명 소설 원작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실화 바탕
에스비에스 제공
볼까말까 고민은 이제 그만! 매주 수요일 11시 <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 ‘평가단’이 최근 시작한 기대작을 파헤칩니다. 주말에 몰아볼 작품 수요일쯤에 결정해야겠죠?

지난 14일 시작한 <에스비에스>(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범죄자의 심리를 꿰뚫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프로파일러 이야기다.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 과학수사계 범죄행동분석팀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시작부터 출발한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의 실제 이야기다. 드라마에서는 권일용을 모티브 삼은 송하영을 김남길이 연기한다. 2018년 고나무, 권일용이 공동집필한 동명 책이 원작이다. 웹소설도 있다. 시작이 좋다. 1회 6.2% 2회 7.5%(닐슨코리아 집계)

에스비에스 제공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프로파일러 시선·심정으로 보는 새로움”

강압수사가 만든 피해들이 ‘재심’ 같은 사안들로 다시 재판정에 오르는 시대, 과학수사로 넘어가는 변화의 기점을 담은 이야기는 시의적절하다. 드라마에서 강력반 반장 박대웅(정만식)의 강압수사와 송하영(김남길)의 과학수사가 맞붙는 첫 번째 에피소드는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보기에 송하영(김남길)의 ‘진정성’에 대한 지지와 응원을 하게 만든다. 그 힘이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동력이다.

과학수사를 선택한 이들의 진정성 담보는 이 범죄 스릴러의 차별점이다. 보통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사건으로 공포와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범인을 찾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형사들의 추적과정으로 그려지지만,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범인을 찾는 구체적인 과정들, 거기 들어가는 과학적 논증, 증거, 합법적인 틀 같은 것들이 또 하나의 숙제로 제시된다. 송하영은 그냥 범인을 잡는 게 아니라 이러한 다른 방식으로 범인을 잡는 것이 미션이고. 또 이러한 과학수사가 과거의 방식으로는 도저히 잡을 수 없는 범인을 잡을 수 있게 해준다는 걸 증명하는 것 또한 미션이다. 그래서 이 범죄 스릴러는 훨씬 더 논리적인 재미가 더해지면서 흥미진진해진다.

물론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보여주는 사건들도 선정적인 면이 있다. 중요한 건 그러한 사건들을 드라마가 어떤 시선과 진정성으로 담으려 하고 있는가를 전하는 점이다. 특히 이런 공감대를 끌고 가는 방식에서 중요해진 건 송하영이라는 인물이다. 디테일한 소재와 대본 그리고 연출과 연기 모두가 동명의 원작에 참여한 실제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의 경험에서 나왔을 것이다. 범죄 스릴러들이 워낙 많아진 요즘에 실제 사례들을 이야기로 녹여낸 부분은 가장 강력한 힘이다. 다만 워낙 많은 범죄 스릴러를 봐온 시청자에게는 어딘가 비슷한 사건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래도 기대되는 건, 같은 사건을 다뤄도 그 사건을 추적하는 프로파일러들의 시선과 심정이 중심이라는 것이 다른 관전 관전 포인트를 줄 거라는 점이다.적극 추천

김효실 기자 “범죄 포르노 피하려는 노력 엿보여…몰입도는 아쉬움”

2회 만에 여성 세 명이 옷이 벗겨진 채로 등장했고, 이 중 두 명은 살해당했다. 여성 피해자가 많은 연쇄살인범을 다루는 장르는 ‘범죄 포르노’가 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드라마는 원작의 취지를 이어받아 “연쇄살인범을 다룬 이야기가 아닌, 연쇄살인범을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내걸고 있고, 2회까지 방영됐지만 선정성을 강조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건 다행이다. 범죄 피해자와 가족의 아픔을 더 부각하고, 범죄자에게 쓸데없는 서사를 주지 않는 점도 좋다. 시대 변화에 따라 범죄가 ‘진화’하는데, 수사기관에서는 따라잡기 버거워하는 모습 등 범죄 사회학적 접근으로 묘사하려는 노력들(90년대 푸티지 장면들)도 좋다.

다만 초반이어서 그런지 몰입도와 긴장감이 부족하다.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팬으로서는 프로파일러들이 연쇄살인범과 붙을 때의 전기가 ‘파다닥!’ 튀어서 보는 시청자까지 타들어 갈 것 같은 그런 불꽃 긴장감을 기대하게 되는데 아직은 잘 안 느껴진다.

그래도 한국에서 프로파일러가 생기는 초창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기존 한국 드라마에선 프로파일러가 주로 형사들 틈에 한명씩 고명처럼(?) 껴 있는 경우가 다수였는데, ‘팀’ 플레이를 볼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프로파일러 등장 드라마 팬으로서는, 1, 2회에서도 현대물에서 너무 당연시되는 MO(범행수법), 시그니처, 피해자 분석, 범죄자 면담 조사 같은 것들이 어떻게 중요하게 등장하게 됐는지가 그려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드라마. 볼래

남지은 기자 “꾹꾹 누른 김남길표 프로파일러, 그것으로 끝”

이른바 프로파일러 탄생기다. 그 자체로 흥미롭다.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단조롭기는 하지만, 그게 오히려 이 드라마의 매력 같다. 기존의 장르드라마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묘함. 불필요한 대사를 줄이고, 카메라를 심하게 흔들어 긴장감 주는 그런 기술적 눈속임이 없다. 김남길(송하영) 캐스팅은 탁월한 선택. 선하지만 사교적이지 않고, 관찰력이 좋고, 말보다 증거 찾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역할을 과하지 않게 표현한다. 연출도, 조명도, 김남길도,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감정을 꾹꾹 누르는 느낌이다. 진선규가 연기하는 국영수 역할이 조금 평면적인 게 아쉽다. 진선규의 연기력이야 두말할 나위 없지만, 좀 더 거칠고, 대책 없는 인물이었으면 입체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원작 웹소설과 시작은 다르다. 다른 장르에 견줘 살해 과정이 자극적으로 다뤄지지 않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 해 우리는>에 더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까지 간만에 <에스비에스>에 잘 만든 드라마가 쏟아진다. 볼래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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