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1기 신도시 '고밀도 정비' 시급하다

기자 2022. 1. 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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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분당 시범단지 시작한 지 30년

李는 리모델링, 尹은 재건축

임기 내 250만 가구 비현실적

투기 부담에 신도시 더 못 해

전문가도 재정비 효과 인정

신도시 재생 모범사례 필요

일산신도시 내 호수공원에서 바라보는 시가지의 스카이라인은 참 안타깝고 답답하다. 아파트·오피스텔이 밀집한 단지의 높이를 자로 잰 듯 15∼18층 정도로 맞춘 이른바 ‘성냥갑 단지’다. 연식이 오래됐다는 게 한눈에 들어온다. 나중에 지어진 킨텍스 주변이나 백석역 인근 등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마저 없었더라면 신도시라는 이름 자체가 민망했을 게다.

지난 1991년부터 입주가 시작된 성남 분당, 고양 일산, 부천 중동,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등 1기 신도시 모두 별로 다를 것도 없다. 이들은 지난해 9월 분당 시범단지를 시작으로 속속 노후 주택의 기준인 30년을 맞는다. 총 28만여 가구로, 서울시 전체 노후가구 수(30만여 가구)와 맞먹는다.

이런 신도시의 재정비가 대선 이슈로 부상했다. 윤석열 후보가 지난 6일 재건축 중심의 고밀도 재정비 공약을 제시한 게 계기다. 용적률 상향과 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10만 가구를 더 지어 공급하겠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후보 측도 찬성이다. 다만, 골격을 유지한 채 손질하는 리모델링에 무게가 실린다. 더불어민주당은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담은 특별법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한 상태다. 최근 여당 소속인 5개 신도시 시장들도 공동 토론회까지 열며 리모델링 특별법을 건의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용 이벤트 성격이 짙지만,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것엔 동의하고 있는 셈이다. 여당과 문 정부는 지난해 7월 이를 부동산 대책으로 검토했다가, 집값 상승을 부추길까 봐 접었다고 한다. 물론 이 후보의 특성상 재건축으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

당사자인 신도시 주민은 재건축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한다. 2019년 12월 경기연구원의 주민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62%가 재건축, 38%는 리모델링을 원했다. 이는 주요 불만 사항인 주차장 부족(61%)·층간 소음(51%) 등은 재건축을 해야만 해결된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1기 신도시처럼 1999년 이전에 지은 아파트는 콘크리트 바닥 두께 기준이 120㎜로 현행 규정(210㎜)의 절반 수준으로 얇기 때문이다. 또 재건축은 최신 설계·건축 기술을 적용하므로 효율적 공간 이용으로 가구 수를 더 늘릴 수 있다. 리모델링은 수직 증축을 해도 최대 3개 층만 허용된다. 그렇지만 현재의 용적률(일산 169%∼중동 226%)로는 여분이 없어 재건축을 못 한다.

이 후보·윤 후보 모두 250만 가구 건설이 공약이다. 5년 임기 내엔 사실상 어렵다. 더구나 이 후보처럼 주로 공공 임대주택이어선 실효성도 없다. 김포공항·용산공원까지 집만 지을 수는 없다. 추가 신도시 개발도 어림없다. 택지 조성이 어려울 뿐 아니라, 그때마다 막대한 보상금이 소요되고, LH 투기처럼 보상금·분양권 등을 노린 개발정보 유출·위장 전입 등의 폐해를 재연하기 십상이다. 주택 완공 후엔 교통망 신설·확충, 편의시설 부족 등에 시달린다.

이런 부담이 없는 신도시 고밀도 정비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도 긍정적이다. 여당 시장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서울시 연간 평균 공급물량(8만 가구)에 육박하는 7만 가구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는 의견이었다. 청약·입주도 신도시 건설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 서울시의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등과 병행하면 현안인 주택 부족을 훨씬 앞당겨 해소할 수 있다. 또 서울의 주택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 1기 신도시 슬럼화를 막는 동시에 동탄·운정 등 2기와 창릉 등 3기 신도시를 위해서도 재정비 모범 선례를 만들 때가 됐다. 물론 신도시 특별법 등에 특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서울시 규정 등을 준용해 개발이익 환수 등 보완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주민 중 고령층 비중이 높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해당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재정비하되, 주택 수를 늘릴 수 있게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재정비 기간의 기존 입주자 거처 문제도 과제다. 특히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시한이 만료되는 오는 7월 이후 전세대란과 겹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필수적이다. 무분별한 중소 규모 난개발보다야 신도시 정비가 훨씬 낫다. 사업성도 있다. 더구나 여당과 정부는 지금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고 말한다. 시기·여건 모두 충분히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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