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권 판매 급증, 기부문화 확산으로만 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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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복권 판매액이 크게 늘어난 데 대해 정부가 "기부 문화의 확산"이라고 의미부여한 것은 장점만 보고 단점은 감추려는 아전인수식 정책 홍보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해 뒷맛이 씁쓸하다.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5조9755억원으로, 전년 대비 5603억원(10.3%) 증가했다.
하지만 "복권을 생활 속에서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기부행위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어난 것도 판매액 증가의 이유"라는 해석엔 동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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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복권 판매액이 크게 늘어난 데 대해 정부가 “기부 문화의 확산”이라고 의미부여한 것은 장점만 보고 단점은 감추려는 아전인수식 정책 홍보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해 뒷맛이 씁쓸하다.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5조9755억원으로, 전년 대비 5603억원(10.3%)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5000만 국민이 6조원 가까이 산 셈이니 1인당 12만원꼴이다. 아이와 노인 가리지 않고 매달 1만원의 복권을 사는 셈이다. 가히 ‘복권 천국’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내놓은 분석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경마나 경륜 등 대면형 사행산업이 위축된 탓에 복권 판매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복권 판매는 13% 증가했고 다른 사행산업은 58.3%나 급감했다. 당연히 사행산업 매출액 중 복권 비중도 2019년 21.2%에서 2020년 42.1%로 배증했다.
하지만 “복권을 생활 속에서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기부행위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어난 것도 판매액 증가의 이유”라는 해석엔 동의하기 어렵다. 기재부가 근거로 드는 것은 복권 인식조사다. 복권 구매가 ‘좋은 일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020년 19.2%에서 2021년 26.5%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증가율이 별것 없는 건 고사하고 그래 봐야 4명 중 한 명이다. 여전히 4명 중 3명은 행운과 일확천금을 바라며 복권을 산다. 구매자의 대부분은 팍팍한 삶의 인생역전을 위해 복권을 선택한다는 얘기다.
기재부가 좀 더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복권의 폐해와 부작용을 막는 일이다. 오늘날 복권의 대세는 로또를 비롯한 온라인 복권(5조1371억원)이다. 인쇄복권(4422억원)의 10배가 넘는다. 온라인 복권 판매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사이에 사기와 불법도 난무하고 있다.
복권정보를 도용한 불법 도박은 2018년 292건에서 2020년 1837건으로 늘어났고, 지난해 상반기만 700건에 육박했다. 동행복권 사칭 및 제휴 사칭은 2018년엔 4건에 불과했지만 2000년엔 100건을 넘기고 지난해 7월 기준 68건이다. 그럼에도 복권 관련 불법 행위를 막는 시스템은 연 2회의 의례적인 관계기관 합동 단속이 전부다. 복권 불법 행위를 예방하고 구제할 별도의 조직은 물론이고 단속·모니터링하는 체계조차 없다.
복권 수익의 대부분은 저소득층 주거안정과 장학사업 등 취약계층 지원에 활용된다. 지난해에도 지원금이 2조6311억원에 달했다. 이 중 극히 일부라도 불법 방지에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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