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美의 첫 세컨드젠틀맨, 韓의 퍼스트레이디 후보

2022. 1. 1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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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19년에만 280만달러(약 33억3000만원)를 번 '잘나가는 엔터테인먼트·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 여진이 지속하고 있다.

겹겹이 포장돼 있던 한국형 영부인 후보의 이미지를 김씨가 고상함과 거리가 먼 억양으로 깨부쉈다.

여론의 통로가 아닌 도사를 동원하는 '막후의 기획자' 냄새를 풍긴 점은 윤 후보가 선거 국면을 운좋게 돌파한다고 해도 두고두고 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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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19년에만 280만달러(약 33억3000만원)를 번 ‘잘나가는 엔터테인먼트·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였다. 그러나 이듬해 소속 로펌을 나왔다. 나랏일을 하려는 아내를 팔 걷어붙이고 돕기 위해서였다. 적(籍)은 조지타운대에 두고 학생을 가르치기로 했다. 아내는 선거에서 이겼고, 그는 지난 1년간 미국 내 31개주(州)를 훑었다. 학부모, 지역사회 대표, 소상공인을 두루 만났다. 뉴올리언스 YMCA에선 아동에게 스파게티와 초콜릿우유를 대접하기도 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변호사 훈련은 말하는 것보다 경청하고 이슈를, 사람을, 문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의 가치를 알려줬다”고 했다. 자신을 미국인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사이의 ‘통로’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미국 역사상 첫 ‘세컨드젠틀맨(부통령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57) 얘기다. 이제까지 ‘세컨드’는 의례적인 역할만 하는 것으로 여겨졌고, 주목도도 덜했지만 그는 달랐다. 취임 1년을 맞은 아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사사건건 보수 언론의 비판에 시달리는데 엠호프는 평판도 나쁘지 않다. 그는 “이 나라가 최초의 여성부통령을 뽑지 않았다면 나는 여기에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남성이 배우자의 경력을 더 잘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엠호프는 코로나 시국이어서 백신접종센터를 20곳 이상 찾았다고 한다.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지적이 나올 법한데 한 의료센터 최고경영자는 “엠호프가 과정에 관심이 있었다. 쇼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바쁜 일정에도 귀가해 아내와 대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한 엠호프는 똑부러진 외조(外助)의 전형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 여진이 지속하고 있다. 가타부타 말이 많은데 내용은 딱 수준을 보여준다. 옆집 김 부장·아랫집 이 대령의 아내도 세상 돌아가는 얘기엔 그 정도는 통달해 있다. 남편이 승진하고 별을 달아 출세해 사모님 소리 들으려면 자녀 학원 줄줄이 꿰고 있는 것처럼 그래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김씨는 그런 면에서 일반인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대중에 안겼다. 겹겹이 포장돼 있던 한국형 영부인 후보의 이미지를 김씨가 고상함과 거리가 먼 억양으로 깨부쉈다. 그뿐이다. 영부인 자격이 있는지는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론 고득점이 어렵다. 민심의 전달자는 고사하고 경력 부풀리기로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성향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내 힐러리가 ‘진보의 아이콘’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여성 대법관으로 지명토록 남편을 구슬린 것처럼 국가운영의 긍정적 조력자로 김씨가 행동할 수 있을지 미덥지 않다. 여론의 통로가 아닌 도사를 동원하는 ‘막후의 기획자’ 냄새를 풍긴 점은 윤 후보가 선거 국면을 운좋게 돌파한다고 해도 두고두고 짐이 될 수 있다.

윤 후보는 아직도 보수와 일부 중도층의 정권교체 열망에 무임승차하려는 것 같다. 그는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라던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20년 전 결기를 흉내 내기는커녕 아내와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경쟁 후보의 욕설 녹취를 공개하는 맞불을 놓는다고 본인의 흠이 줄고 실력이 올라가진 않는다. 계속 자살골 넣는 지점부터 정비해야 뭐라도 할 수 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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