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내 집을 팔라는 말[부동산360]
10억이상 주택 평균 매매소요기간 94.3일
집값, 대출여건 따라 매매소요기간 증가
"급매물 아니면 4개월 내 매매 어렵다"..실효성 의문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정부가 ‘한시적’으로 ‘규제완화’를 하면 늘 논란이 되는 게 있다. 한시적 조치의 경계에서 억울할 수밖에 없는 사례가 꽤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2020년 3월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을 9개월 연장하자 논란이 일었다. 연내 분양하는 아파트에 한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하지 않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 감염증 발생이 복병이었다. 사업을 서두르는 단지가 있었는데 집단감염 가능성이 있는 행사인 재건축조합 총회 일정이 연기되고, 인허가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곳이 속출했다. 용케 분양을 할 수 있었던 단지는 다행이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결과적으로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 때문에 늘어난 분양은 별로 없었다. 당초 서울에만 61개 단지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효과를 본 단지는 몇곳 안됐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유예 기간 분양 물량이 늘어나길 기대했지만, 정책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놓은 ‘양도세 중과 한시적 면제’도 비슷한 논란을 겪을 게 뻔하다. 한시적 면제 기간을 2년으로 정한 윤석열 후보 공약은 그나마 집주인에게 집을 팔 여유를 줄 수 있는 기간이지만, 이재명 후보 공약은 논란의 소지가 더 많다.
이 후보가 내놓은 계획은 ‘4개월·3개월·3개월’로 나눠 적용하는 방식이다. 대통령 선거 직후 연말까지 10개월 동안 첫 4개월은 중과 부분의 100%, 이후 3개월은 50%, 나머지 3개월은 25% 차등해서 면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양도세 중과 100%를 받기 위한 기간 ‘4개월’이 현실성이 있는 지다. 다주택자라면 4개월 내 과연 집을 팔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다. 일시적으로 매물이 늘면 호가를 낮출 수밖에 없다. 급매물로라도 단기간 처분 하는 게 나을지 판단해야 한다.
팔기로 결정했다면 중개업소에 매물로 등록하고 기다려야 한다. 제 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양도세 중과 100% 면제가 어려울 수 있다. 며칠 기간 때문에 중과 면제 금액이 100%에서 50%로 줄 수 있다. 곳곳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지난 2019년 나온 논문이 있다. 고진수 광운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등이 작성한 ‘아파트 매매 소요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다. 연구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아파트를 중개업소에 내놓고 매수자와 협의를 거쳐 최종 계약할 때까지 평균 76일이 걸린다.(연구 대상 기간 2014년1월~2016년7월)
주택이 거래될 확률(누적계약율)은 약 50일까지는 빠르게 증가하고 이후부터는 증가 속도가 감소한다. 매물로 등록된 지 7일에는 약 24%, 1달 후에는 약 58%, 2개월 후에는 약 71% 거래된다. 중개업소에 등록한 매물의 20%는 6개월이 지나도 매매가 되지 않는다.
주목할 점은 가격이나 대출 여건에 따라서 매매 소요기간이 더 걸린다는 사실이다.
집을 제때 팔려면 집주인이 제시하는 ‘매도호가’가 중요하다. 매도호가에 따라 매매 소요기간이 달라진다. ‘2억원 이하’는 77.5일이며, ‘2억~3억원’ 가격대에서 69.1일로 줄었다가, 다시 차츰 늘어나는 패턴을 보인다. 특히 10억원 초과 아파트의 매매소요기간은 평균 94.3일로 가장 길다. 수요 계층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서울은 중위 아파트가격이 이미 10억원을 넘었다. 거래량이 늘던 시기에도 평균 3달 이상 걸리는데, 대출규제 등으로 거래가 막힌 최근 시장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4개월 이내 거래가 성사되긴 사실상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대출 상황에 따라 매매 소요기간이 달라졌다. 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높아질수록 주택 구입에 따른 부담이 증가해 거래량이 감소하고, 매매소요기간이 늘어났다.
대출이 지금처럼 어렵고, 집값이 단기간 급등한 상황에서 ‘4개월·3개월·3개월’ 단위로 양도세 중과를 면제해 주겠다는 계획은 다주택자들에게 생색만 내는 조건일 수 있다. 양도세 중과를 면제받기 위해 급매물로 팔아야 한다면, 집주인에겐 별로 좋은 당근책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이재명 후보가 정말 실용성을 중시한다면 4개월 이내 팔라는 조건에 대해선 재고할 필요가 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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