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이 울고 있다] 매년 남한만 한 북극 얼음이 사라진다

글·사진 김완수 극지방 여행전문가 2022. 1. 1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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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이 울고 있다 <3> 아이스크림처럼 녹는 북극
북극 빙하 밑에 모여든 바닷새들.
지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년간 13차례 국내 탐험가 중에서 가장 많이 북극을 다녀온 김완수씨의 탐험기를 연재한다. 기업가이면서 환경보호를 주제로 하는 동화 출판사 ‘펭귄나라’를 운영하는 출판인이기도 한 그가 직접 북극에서 목격한 기후 변화의 생생한 모습들은 실로 충격적이다. 지구 환경보호가 지금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임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편집자
북극점 7월의 여름, 대기온도는 6°C이다. 쇄빙선의 얼음두께를 재보니 1.5m 정도이다. 두께 4m 정도 될 것이라 믿었는데 계속 녹고 있는 것이다. 습도 56%, 북극점 얼음바다 위에 고여 있는 물의 온도는 1.5°C이다. 24시간 계속 이어지는 백야현상과 초가을 같은 날씨 등 심각한 지구온난화의 북극점 영상 온도 속에서 지구 꼭대기 북극점은 마치 아이스크림이 녹아 흐르는 것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지구온난화의 현장 북극점’에서 이방인은 장갑을 끼지 않은 채 오랫동안 북극 얼음바다를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본다.
북극 얼음바다의 사랑마크. 북극이 인류에게 보내는 메시지일까.
40년간 북극 얼음 절반이 줄었다
1979년 9월 인공위성 탐사를 처음 시작할 때의 북극 얼음바다의 면적이 약 750만km2였으나, 2020년에는 약 50%가 줄어든 374만km2라고 한다. 1년에 남한 면적만큼 없어지는 것이다. 과거 수천 년의 역사보다도 최근 40여 년의 역사가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급속히 북극 얼음바다가 해빙된 것이다.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더 빠르게 진행된다면 20~30년 이내로 북극 얼음바다는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다. 북극 얼음바다가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본다.
‘지구의 냉장고’라 불리는 북극 얼음바다는 그동안 햇볕을 반사하고 찬공기로 대기를 안정시키며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그런데 북극 얼음바다가 없어지면, 바닷물이 태양빛을 흡수해 뜨거워지면서 바닷물이 팽창해 수위가 오르게 된다. 그러면 수많은 해변의 도시는 침수될 것이다. 그리고 북극을 감싸고 돌고 있던 북극의 차디찬 제트기류가 북극의 기후온난화로 제기능을 상실하고 차디찬 공기가 남하해 한국 등 주변국에 맹추위가 오는 등 기후변화가 매우 심각해질 것이다. 아프리카 사하라사막까지 찬 공기가 내려가 온도를 영하로 떨어뜨려 흰 눈이 내리고 그런 주변환경의 돌변에 낙타가 어리둥절하고…. 또한 많은 수증기가 발생하고 증발하게 되어 강한 태풍과 홍수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북극곰은 어디로 갈까….
녹고 있는 북극 얼음바다를 보았다. 해빙되고 있는 얼음 웅덩이가 ‘사랑마크’를 그리고 있었다. “북극 얼음바다를 사랑해 주세요”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앞으로 20~30년 후에 사라질 북극 얼음바다의 슬픈 운명을 사람들에게 하소연하고 있었다.
러시아 쇄빙선에 착륙 시도 중인 헬기.
움직이는 호텔, 쇄빙선
쇄빙선에는 헬리콥터가 탑재되어 있었다. 헬리콥터는 쇄빙선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손과 발이다. 위급상황이 발생한다면 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쇄빙선이 나아갈 곳을 정찰해야 하고, 사람과 짐들을 실어 나르기도 해야 하고, 그리고 이번에는 탐방객들을 위해 하늘에서 북빙양과 쇄빙선이 얼음을 깨며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하는 임무도 있었다.
넓디넓은 북빙양 한가운데서 쇄빙선에서 이륙한 헬리콥터는 쇄빙선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고 있다. 하늘에서 바라본 북빙양…. 하얀 눈 속의 많은 웅덩이들, 끝없이 펼쳐지는 모자이크, 하얀 종이 위에 여러 가지의 에메랄드빛 형상과 검은빛의 연못들이 수놓고 있었다. 고요한 북빙양의 얼음을 깨며 전진하는 쇄빙선 빅토리아호. 마치 얼음 위에서 스키를 타듯 전진하는 고고한 자태에 인간의 위대한 힘을 느끼고 있었다.
쇄빙선은 움직이는 호텔이다. 잠자는 캐빈에는 바다 쪽을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있으며, 1인용과 2인용 등이 있다. 식당은 100여 명의 탐방객이 식사할 수 있으며, 승무원들은 별도의 식당에서 식사한다. 캐빈 앞 문고리에는 매일매일의 계획을 적어 놓은 일정표가 배달된다. 그 일정표에 따라 브리핑룸에서 여러 가지 교육이 이뤄진다. 도서관에는 간단한 다과와 차, 커피가 준비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혹은 대형 TV를 보면서 쇄빙선이 전진하는 위치를 알 수 있다. 저녁에는 바Bar가 오픈되어 술 한잔과 함께 북극의 밤을 즐기며, 가무를 즐길 수도 있다. 또한 선물가게, 마사지룸 등이 있어서 그리 불편하지 않게 생활이 가능했다. 운동기기와 자그마한 농구장, 배구장이 있어서 건강도 관리할 수 있으며, 조종실에 들어가 쇄빙선의 운항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특별한 것은 ‘엔진룸’ 견학코스였다. ‘핵원자로’는 구경만 가능하고 사진촬영은 할 수 없었지만, 나머지 엔진룸은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 ‘엔진룸’은 거대한 공장의 모습이다. 거대한 엔진이 있기에 육중한 몸을 이끌고 얼음을 깨며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12여 일의 긴 항해가 지루하지 않도록 갑판에서 야외 바비큐 파티와 댄싱파티를 열기도 하며, 비상훈련을 실시하기도 한다. 폐쇄된 공간에서의 생활이기에 외국인과 금세 친해지기도 한다. 서로 깊은 교감을 나누고, 누군가는 이곳에서 사랑을 싹틔울지도 모른다. 선내의 멋진 러시아 총각과 스위스의 아름다운 아가씨가 북극점 눈밭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뒹굴듯이….
쇄빙선 엔진룸 내부. 거대한 공장 모습이다.
7만5000마력 괴물을 조종하는 캡틴
쇄빙선은 러시아의 국가 소유이다. 7월, 8월 두 달 동안만 북극점 투어 회사에 임대되어 여름에 4차례만 북극점 탐방을 나선다. 우리나라의 쇄빙선 ‘아라온호’는 오직 연구목적이지만, 러시아 쇄빙선 빅토리아호는 상업적, 군사적 등 다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쇄빙선 빅토리아호. 그 캡틴을 조종실에서 인터뷰했다.
이름은 발렌틴 다비욜얀츠Valentin Davyolyants, 무르만스크에서 왔으며, 세계 최대의 쇄빙선 책임자로서 자부심이 대단했다. 2005년부터 이 쇄빙선의 캡틴으로 일해 왔으며, 2007년부터 북극점 탐방에 나섰다고 했다. 이 배는 7만5,000마력의 동력을 가진 핵쇄빙선이고 최대 4m 두께의 얼음을 깰 수 있으며, 그럴경우 2~3노트(3~5km/H) 속도로 전진한다고 했다. 무르만스크에서 북극점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4~5일 정도이며, 여름에만 운항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쇄빙선은 국적 불문, 남녀노소 누구나 탈 수 있으며, 이 쇄빙선에 탑승해 북극점에 도착한 한국인은 필자가 처음이라고 했다. 또한 앞으로 한국의 투어 회사와 좋은 비즈니스Business를 원하며, 많은 한국인이 지구의 꼭대기 북극점을 방문하기를 바라고 또 환영한다고 했다.
인터뷰 후에는 필자가 저술한 <세계 7대 자연경관 견문록> 1권을 기증했으며, 나머지 1권은 쇄빙선 내의 도서관에 전시되어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1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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