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삼척 준경묘·영경묘와 금강소나무숲 [정태겸의 풍경 (21)]

2022. 1. 1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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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비밀의 숲
[주간경향]



강원도가 하얀 폭설로 뒤덮였다. 삼척의 산과 산 사이에 자리한 마을은 북유럽을 연상케 했다. 눈 돌려 보는 모든 풍광이 열두폭 병풍에 겨울의 풍경을 담은 수묵화 같았다. 이번 목적지는 왕가의 묘소다. 자료를 찾다가 발견했는데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준경묘, 영경묘. 태조의 5대조인 이양무와 그의 부인이 잠든 곳이라고 했다. 조선을 건국한 왕의 뿌리가 되는 조상의 묘임에도 그 실체가 밝혀진 건 대한제국을 세운 직후인 1899년이었다. 다시 말해 조선 왕실은 500년이 다 돼가도록 이 무덤을 비밀에 부쳤다. 눈 내린 날 구태여 이곳을 찾은 이유는 묘소를 에워싼 금강소나무숲 때문이다. 발이 푹푹 빠질 만큼 쏟아진 눈은 소나무 가지마다 두껍게 앉았고, 하얀 눈밭 위에는 작아도 기품 있는 재각(齋閣)이 꼿꼿하게 서 있었다. 삼척의 깊은 산골인지라 누구도 보지 못했을 설경이고 아무나 감상하기 어려운 자태다. 행운이었으리라. 한해의 시작이 좋다. 비밀의 숲에서 만난 이 기운이 모두에게 전해지길. 올해는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글·사진 정태겸 글쓰고 사진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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