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가 화산 폭발이 남긴 이례적 기록들

서동준 기자 2022. 1. 1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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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1만km까지 영향 지구 곳곳 기압 변화..전 지구 잇는 해저 통신케이블 취약점도 드러나
남태평양 통가의 훙가통가훙가하파이화산에서 분연주 높이가 20km 가까이 되는 분화가 발생했다. 통가지질서비스 제공

남태평양 통가에서 발생한 해저화산은 진귀한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1만km 떨어진 남미 대륙이 피해를 입었고 화산 폭발에 따른 쓰나미 발생했다. 아울러 충격파로 한반도를 비롯해 지구 곳곳의 기압이 일시적으로 올랐고 해저케이블 손상되며 국가 통신이 마비되는 없는 상황이 동시에 발생했다.

15일 오후 1시 10분경(한국시간) 통가의 훙가통가훙가하파이화산에서 8분간 대규모 분화가 발생했다. 화산재와 화산가스가 만든 기둥 모양의 구름인 분연주의 높이가 19.2km에 이르렀다. 

거대한 폭발로 훙가퉁가섬은 두 개의 섬으로 분할됐고, 섬에서 86km 떨어진 통가의 수도 누쿠알로파 주민을 포함한 통가 국민 10만여 명은 고지대로 대피했다.

화산의 여파는 전 세계로 뻗어갔다. 화산에 의해 발생한 쓰나미는 태평양과 맞닿은 여러 대륙까지 전달됐다. 화산 발생 지역에서 약 8000km 떨어진 일본 아마미시 고미나토 지역에서 최대 파고 1.2m가 확인됐고, 1만km 떨어진 페루에도 높은 파도가 발생해 2명이 익사하고 유조선에서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저화산은 분화구에서 나온 고온고압의 화산가스가 물을 강하게 밀어낼 뿐 아니라 물이 수증기로 바뀌며 팽창해 더 큰 충격파가 생성한다. 분화구가 수면 부근에 있을수록 충격파가 수면까지 손실 없이 전달돼 더 큰 쓰나미를 발생시킬 수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AFP통신에 따르면 뉴질랜드 지질학적위험모니터링시스템(GNS)의 쓰나미 담당관인 조너선 핸슨은 17일 GNS 웹사이트에 큰 규모의 쓰나미가 발생한 원인을 설명하는 글을 게재했다. 핸슨은 “14일 한 차례 분화로 수면 위에 있던 화산이 날아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로 인해 15일 분화는 수면 아래서 발생했고 화산가스의 압력에 의한 충격파가 바다를 통해 전달되며 쓰나미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화구에서 솟구친 고온·고압의 화산가스와 만난 바닷물이 수증기로 변하면서 팽창해 더 큰 압력이 생성됐고, 그것이 쓰나미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분화구가 해수면 바로 아래 위치해 충격파가 물에 흡수되지 않고 해수면까지 빠르게 도달하면서 더 큰 쓰나미를 일으켰을 것으로 추측했다.

국내에서는 화산의 영향이 기압계에 감지됐다. 화산 분화하고 약 8시간이 흐른 15일 오후 9시 6분경 부산의 해면기압이 1022hPa(헥토파스칼)에서 갑자기 1023.8hPa로 오른 것을 비롯해 서울, 인천, 목포, 서귀포 등 전국의 해면기압이 1~3hPa가량 일시적으로 올랐다.

기상청은 “충격파가 퍼져나가면서 일시적으로 기압이 오르는 현상이 전 세계에서 관측됐다”며 “화산이 발생할 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당시 국내는 건조한 환경이었고 기압도 아주 짧은 시간 변했기 때문에 지상에는 특별한 영향이 없었다”고 밝혔다.

일본에선 태평양 섬들보다 훨씬 먼 일본에 먼저 쓰나미가 온 이유가 이 같은 급격한 기압 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현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과학계 추정이 나왔다.

서울, 서귀포, 부산 등 전국의 해면기압이 화산 분화가 발생(빨간색 화살표)한 지 약 8시간이 지난 시점(파란색 화살표)에 일시적으로 1~3hPa 상승했다는 사실이 기상청 기압계를 통해 관측됐다. 지상의 날씨에는 영향을 별 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 수준이다. 한국환경연구원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제공

이같이 화산 지역과 먼 대륙의 영향은 빠르게 전달되고 있지만 정작 통가의 피해 상황은 아직도 정확히 전달되고 있지 않다. 외부에서 통가로 연결되는 해저 통신케이블이 절단됐기 때문이다. 

데일 도미니휴스 호주 시드니대 환경연구소 교수는 17일 전문가 기고 웹사이트인 ‘대화’를 통해 “통가와 피지를 잇는 단 하나뿐인 872km 길이의 해저 케이블이 절단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통가의 섬 간 통신도 두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가는 170여 개의 섬으로 이뤄졌으며, 이 중 36개의 섬에만 주민이 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통가 경찰은 확인된 사망자는 2명이지만 여러 섬과의 통신도 단절되면서 실제 사상자 규모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다고 밝힌 상태다. 통신을 복원하는 데 최대 2주가 걸릴 전망이다.

도미니휴스 교수는 “이번 사태를 통해 글로벌 통신 시스템의 취약점이 드러났다”며 “전 세계 데이터 전송의 95% 이상이 바다 밑 광섬유 케이블을 따라 전송되는데, 이런 케이블들이 화산, 수중 산사태, 지진 등이 많이 발생하는 지점이 많이 몰려있다”있다고 지적했다.

도미니휴스 교수는 2009년 발표한 자신의 연구를 언급하며 “구축 비용을 줄이기 위해 두 지점 사이의 최단 거리로 해저케이블을 놓다보니 하와이, 이집트 수에즈 운하, 괌, 인도네시아 순다해협에 해저케이블이 몰려있다”며 “불행하게도 이들 지역은 모두 활화산, 활성 지진대, 열대성저기압 발생 지역이거나 그 부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선 다양한 자연재해에 대한 해저케이블의 위험도를 정량화하고 평가하는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며 “그 결과를 전 세계에 공유해야 위험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전 세계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사진)은 화산, 지진 등 자연재해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에 다수가 몰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가는 15일 화산 분화로 약 800km 떨어진 피지와 연결된 하나뿐인 해저케이블이 끊어지며 통신이 단절된 것으로 추정된다. 데일 도미니휴스 제공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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