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살 학생 속였다가 불신임 당한 대한민국 대통령
재작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돼 불태워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아들이 1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받았던 무책임하고 비겁했던 약속의 편지는 더 이상 필요 없다”며 청와대에 반납했다. 고3인 이군은 “대통령께서 편지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약속했지만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거짓말일 뿐이었다”며 피살 당시 정보를 공개하라고 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19살 학생을 속였다가 불신임을 당한 것이다.
이군은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지만 대통령님의 약속을 믿고 기다렸다”면서 “결국 편지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에 불과했다”고 했다. 유족들은 문 대통령 편지와 정보 공개 1심 판결문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했지만 경찰이 막았다. 청와대에 전화를 해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눈물 흘리던 유족들이 편지를 길 위에 내려놓자 경찰이 이를 주워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이군은 재작년 문 대통령에게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편지를 썼다. 청와대는 이씨가 북 경비선에 발견됐다는 사실을 보고 받고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3시간 후 이씨는 사살됐다. 청와대는 다음 날에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자고 있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군에게 “직접 챙기겠다”고 편지로 약속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유족의 전화와 방문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정보 공개를 거부하다 법원의 일부 공개 판결이 나오자 항소까지 했다. 말과 행동이 정반대였다.
이군은 월북자 가족이라는 낙인에 육사 진학을 포기했다. 어린 딸은 아직 아빠의 죽음을 모른다. 1주기 때 제사도 못 지냈다. 이군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아빠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는 편지까지 썼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믿지 못하니 미국 대통령에게 호소한 것이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위급한 상황에 처한 공무원을 살리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죽음의 진실을 풀어주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이씨가 죽은 다음날 문 대통령은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했다. 이군의 절규에 대해선 아무 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과의 종전선언이라는 평화 쇼에만 관심을 보여왔다. 열아홉 학생이 ‘이게 나라냐’고 절규하지 않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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