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85] 무안 동숭어회
꿈틀댈 것 같은 붉은 근육이 겨울철임에도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였는지 알 수 있다. 탄력이 있는 육질이 그대로 혀에 착 감긴다. 비린내는 찾을 수 없다. 부드럽지만 식감이 아주 좋다. 무안군 도리포 앞바다에서 막 건져온 아이 팔뚝만 한 대물 숭어다. 덤으로 얻은 작은 숭어는 비늘만 벗기고 내장을 꺼낸 후 칼집을 내어 토판 천일염을 뿌려 구웠다. 정월에는 도미도 울고 간다는 동숭어회다<사진>. 조선 미식가 허균이 지은 ‘도문대작’에 “서해 어느 곳이나 있지만 경강 것이 가장 좋고, 나주 것은 크다. 평양에서 잡힌 것은 동숭어가 맛있다”고 했다. 동숭어는 냉동 숭어가 아니라 겨울 숭어라 해야 한다. 평양 동숭어는 대동강 유역에서 잡힌 겨울 숭어를 말한다.
숭어는 갯벌을 좋아한다. 수온이 내려가면 갯벌에 몸을 묻고 겨울을 나기도 한다. 날이 풀리면 갯벌에 쌓인 유기물을 먹기에 오염된 연안에서 잡은 숭어는 냄새나기도 한다. 맛 좋고 깨끗한 숭어를 원한다면 우선 좋은 갯벌을 찾아야 한다. 어느 갯벌이 좋은 곳일까. 해양수산부는 습지보전법에 의해 ‘자연 생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지역,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거나 나타나는 지역, 특이한 경관적·지형적 또는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지역’ 12개소 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무안 갯벌이 습지보호지역 중 가장 먼저 지정되었다. 그 중심 포구가 도리포이며, 겨울 숭어로 널리 알려진 어촌이다. 영산강 하구가 막히기 전에는 무안 몽탄을 거슬러 나주 영산포까지 숭어가 올라왔다. 주변 마을 중에는 제물로 숭어를 올리기도 했다. 무안뿐만 아니라 신안⋅영광⋅함평⋅목포⋅진도 등 서남해 바다 마을은 겨울철이면 숭어회를 즐긴다. 또 겨울철 해풍에 말린 숭어건정은 두고두고 간국과 찜으로 즐겼다. 이때 꺼낸 숭어 내장도 염장을 해서 젓갈로 먹었다. 평양에 동숭어가 있다면, 남쪽에는 무안 숭어가 있다. 무안 갯벌에서 잡은 도리포 동숭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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