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티의 유럽 통신] 5일 남은 이탈리아 대선.. 現총리 드라기, 대통령궁 들어가나
現대통령 마타렐라 어부지리할 수도.. 前총리 베를루스코니도 출사표
헌재소장 지낸 카르타비아 법무장관 당선되면 첫 여성 대통령 탄생
오는 3월 대통령 선거로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한국처럼 이탈리아에서는 오는 24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약 1주일 후면 로마의 퀴리날레궁(대통령궁) 주인이 바뀌는 것이다. 유력한 대선 후보들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탈리아 대선에 대해 살펴본다. 이탈리아의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투표로 선출하는 한국과 달리 하원의원(630명), 상원의원(315명), 종신상원의원(6명), 20개 주 대표단(58명) 등 총 1009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뽑는다. 다만 개정 헌법이 하원의원은 400명으로, 상원의원은 200명으로 줄여 다음 대선은 이번과는 다른 규모의 선거인단으로 치러진다.
이탈리아 대선의 특징은 당선 요건에 이르는 득표를 하지 못하면 될 때까지 계속 투표를 한다는 점이다. 선거인단의 3분의 2 이상 득표를 못하면 2차 투표를 하는 식이다. 3차까지도 3분의 2 득표를 못하면 4차부터는 과반 득표면 당선된다. 하지만 4차 이후에도 과반 득표를 못하면 될 때까지 투표를 계속 한다. 이 때문에 1971년 선거 때는 과반 득표를 못해 무려 23차까지 투표가 이어지기도 했다.
50세 이상 이탈리아 국민은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임기는 7년이다. 한국처럼 정당과 기호, 후보자명이 기대된 투표용지에 도장찍는 방식이 아니라 선거인단이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는다. 주류 정치인은 물론이고 연예인, 평범한 시민 등 누구나 대통령 후보인 셈이다. 의원내각제 특성상 이탈리아 대통령 권한은 제한적인 편이다. 이탈리아 대통령의 가장 큰 임무는 ‘헌법 수호’이고, 대외적으로 이탈리아를 대표한다. 주요 권한으로는 법률 공포와 거부권, 사면 및 감형, 비상 정국에서의 의회 해산, 차기 총리 후보자 지명 등이 있다.
대선을 앞둔 요즘의 정세를 보면 이탈리아 토스카나 시에나에서 매년 열리는 경마대회 ‘팔리오 디 시에나’가 떠오른다. 경마에서 다크호스가 주목받고 막후에서 여러 거래가 오가고 뜻밖의 결과가 나오는 점 등이 선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후보 단일화 등 정당 간 협상 등 물밑 작업도 치열하다.
각 후보별 당선 확률을 나름대로 예상해봤다. 나는 현직 대통령인 세르조 마타렐라가 당선될 확률이 55%로 가장 높다고 보고 있다. 마타렐라가 연임 의사가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각 정당이 압도적 득표를 할 만한 후보를 내지 못하면 정국 혼란이 예상되기에 마타렐라 연임이 해법이 될 것이다. 마타렐라의 전임자인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재선했지만 노령을 이유로 2년 만에 물러난 바 있다.
현재 가장 관심을 모으는 후보는 현 총리인 마리오 드라기다. 2011년부터 8년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지낸 드라기의 당선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는 이들이 많다. 예컨대 로렌초 카스텔라니 루이스귀도칼리대 교수는 “드라기가 대통령이 될 확률이 50%”라며 “나머지 확률 50%는 마타렐라의 연임, 피에르 페르디난도 카시니 전 하원의원, 마르타 카르타비아 법무장관 등이 나눠 가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마타렐라가 연임하면 드라기를 대신할 후임 총리를 지명하고 자신은 2023년에 사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다만 “대통령 임기가 7년인데 마타렐라가 어떤 행보를 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드라기가 대통령직에 관심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약 한 달 전 송년기자회견에서 “내 개인적인 거취는 중요하지 않고 특별한 야심은 없다”면서도 “누가 총리 자리에 있든 국정이 지속될 여건은 마련했다”고 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드라기가 대선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드라기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조기 총선 등 정치적 혼란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 이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드라기가 대통령이 되면 연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이 때문에 나는 드라기가 총리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드라기의 대선 당선 확률을 25%로 보는 이유다.
전 총리이자 AC 밀란의 구단주였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베를루스코니는 국제무대에서 이탈리아를 대표할 만한 도덕성이 부족하다. 3차례나 총리를 지냈지만 뇌물·횡령·성 추문 등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치는 알 수 없는 생물이기 때문에 베를루스코니에게 당선 확률 5%를 매기고 싶다.
하원 의장을 지낸 피에르 페르디난도 카시니는 지금은 사라진 기민당에서 정치 경력을 시작했다. 카시니는 중도 우파, 중도 좌파 연합 양쪽에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인물이지만 당선 가능성은 5%로 낮다.
마르타 카르타비아는 현 법무부 장관이자 최연소로 이탈리아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여성이다. 카르타비아가 당선될 경우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다. 그는 대통령이 될 만한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다. 카스텔라니 교수도 “카르타비아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내가 한 표를 행사한다면 카르타비아를 찍을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여성 대통령이 되길 희망하면서 당선 확률을 10%로 주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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