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겁먹을 필요없어.. 연말엔 美증시 두자릿수 상승할 것"

김신영 기자 2022. 1. 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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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조 굴리는 투자 대가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의 켄 피셔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처럼 시장에서 많은 사람이 거론해 이미 주가 등에 반영이 돼 있는 변수엔 너무 겁 먹을 필요 없다. 올해는 더 극단적인 교착 상태가 될 미국의 정치 상황으로, 시장엔 호재”라고 말했다. /조선일보DB

“인플레이션은 너무나 많이 거론돼 더 이상 겁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위험보다는 기회가 많을 겁니다.”

운용 자산이 약 2000억달러(약 240조원)에 달하는 피셔인베스트먼트의 켄 피셔 회장은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시장이 덜컹거린다고 겁먹을 필요 없다”는 말부터 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예고를 쏟아내면서 긴축으로 급선회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침착하라”고 했다. 이런 상황들은 미리부터 예고된 것이라 증시 등에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보면 된다고 했다. “연준보다는 올해 있을 미국 중간선거에 주목하십시오. 공화당의 우세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과격한 경기 부양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합니다. 시장엔 큰 호재입니다.”

◇“시장을 보라, 인플레이션 너무 겁낼 것 없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5월 이후 연준의 목표치(전년 동기 대비 2% 이상)를 크게 웃도는 5~6%대를 기록해 왔고 지난해 12월엔 7%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그는 “인플레이션은 그다지 걱정할 변수가 아니다”라며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 “우선 모두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더 놀랄 여지가 없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지금 인플레이션이 대부분 코로나 록다운(경제 폐쇄)을 풀고 경제를 재개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공급망 병목 현상 등 현재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문제에 대한 해법은 대부분 나와 있습니다. 시행까지 시차가 좀 있을 뿐입니다.”

-어차피 거쳐야 할 과정이란 뜻인가.

“그렇다. 거의 모든 생산 시설의 가동이 어느 정도 중단됐었고, 이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리는 정도다. 공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한 산업이라면 복귀 속도도 빠를 것이고, 복잡할수록 시간은 좀 더 걸릴 테지만 정상화는 진행이 단계적으로 되어가고 있다. 이미 원목 가격 등은 안정되고 있는데 올해 말쯤이면 석유화학 등 보다 복잡한 산업들도 생산이 정상으로 돌아가면서 가격 상승률이 진정되리라고 본다.”

-연준은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나.

“지난 수십년 동안 연준의 행태를 보면 유능과는 거리가 멀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의장인 제롬 파월만 봐도 그렇다. 몇 달 전만 해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하더니, 지금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을 바꿔 스스로를 바보를 만들어버렸다. 만약 내 예상대로 올해 물가가 진정되고 결국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었다는 결론이 나면 어떻게 될까. 파월은 갑절로 미련한 사람이 되어버릴 것이다. 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보다는 시장을 믿는다.”

지난해 12월 미국 물가상승률은 약 40년 만에 최고치인 전년 동월 대비 7%로 치솟았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이를 예상하고 있었고, 미국의 3대 주가지수는 오히려 상승했다. 사진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중고차 가게 모습. '현금으로 차 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AFP 연합뉴스

-시장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미 떨쳤다는 뜻인가.

“문제가 되는 것은 언제나 미래의 인플레이션이다. 지나간 인플레이션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인플레이션에 가장 민감한 투자자들은 만기가 수십 년인 장기 채권 투자자들인데, 현재 장기 채권 금리는 매우 안정돼 있다. ‘심한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시장이 믿는 것이다.”

장기 채권의 금리는 보통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함께 올라간다. 사전에 정해진 금리를 받는 채권은 인플레이션으로 돈 자체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손실을 보게 돼, 투자자들은 금리를 높임으로써 이 위험에 대응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장기 채권인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2.1%로 6개월 전(연 2.3%)이나 코로나 이전(2020년 1월 초 기준 연 2.3%)보다 다소 내려와 있다. 시장이 물가 상승이란 변수를 아직 큰 위협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피셔 회장은 “‘시장이 틀렸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똑똑하거나 미련한 사람인데 대체로는 후자”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 극단적 교착···시장은 환호할 것”

피셔 회장은 연준보다는 올해 미국의 정치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미국의 정치권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여당인 민주당이 근소하게 우세한 상황이다. “이미 정치적 그리드록(gridlock·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미국 의회는 11월 중간선거(대통령 임기 중간에 있는 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이 의석 수를 늘리게 되면서 더 극단적인 그리드록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커요. 그럴수록 시장은 반길 것입니다.”

-미국 중간선거는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중간선거가 있는 해엔 보통 상반기 내내 양당이 서로를 향해 악랄한 말을 쏟아낸다. 그 과정에 시장에 불안이 번지며 증시를 억누를 수 있다. 중간선거는 대체로 야당이 선전(善戰)해 의석 수가 늘고 정치적 균형을 찾아가는 그리드록 상태를 유발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때가 잦다. 이번에 다른 점이 있다면, 선거 전부터 미 의회가 이미 그리드록에 빠져 있고 선거를 통해 이 그리드록이 매우 극단적인 지경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걱정하지 마시라. 시장은 오히려 반길 것이다. 상반기엔 다소 덜컹거리는가 싶었던 증시가 하반기엔 그리드록을 반기며 상승하리라고 예상한다.”

-정치 교착이 시장에 왜 좋은가.

“나를 포함해 시장은 ‘그리드록 효과’를 좋아한다. 정치적 교착 상태란 극단적인 정책이 의회를 통과해 시장을 경악시킬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이 추진하던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3조달러 부양책)’ 법안이 몇 주 전 사실상 좌초됐다. 그리드록이 더 강화되면, 앞으론 모든 법안을 굉장히 타협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의회를 통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엔 나쁠 것 없다.”

그는 이런 변수와 상황들이 올해 미국 증시를 상승시킬 것이라고 했다. “연말을 향해가며 미 증시가 확실히 반등해, 두자릿수 상승률로 올해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대해 보세요.”

-낙관적 전망을 주로 이야기했는데, 투자자가 고려할 위험은 없을까.

“위험은 대부분의 투자자가 간과하는 곳에 숨어 있다. 예를 들면 금융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사이버 공격 같은 일이 가능성이 작지만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이보다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위험은 경기 순환 주기와 관련한 것이다. 경제가 수년에 걸쳐 성장하다 보면 침체기가 와서 조정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 가계와 기업은 빚을 줄이고 비효율을 개선하는 식으로 다음 확장기를 위한 토대를 닦는다. 이번엔 다르다. 록다운으로 인해 통상적인 불황이 아닌, 인위적 수축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 기업은 효율화를 하기는커녕 꽉 막힌 공급망에 대응하고 생산 시설을 비정상으로 돌리는 이상한 방식으로 2년째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런 여건은 기업과 가계의 효율성을 줄여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비정상적인 불황을 2023년쯤 유발하고 증시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다. 아울러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빅테크 및 헬스케어 기업에 관한 규제 강화 기조도 투자자가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변수다.”

☞켄 피셔 회장은

운용 자산이 약 2000억달러(약 240조원)에 달하는 피셔인베스트먼트의 창업자이자 회장. 포브스에 2017년까지 33년 동안 ‘포트폴리오 전략’을 연재한 포브스 역대 최장수 칼럼니스트다. 1984년 주가매출액비율(PSR)을 처음 고안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역발상 주식 투자’ ‘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 ‘투자의 배신’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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