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걸 멀리하라, 쉽게 전염되는 질병이니"

김미리 기자 2022. 1.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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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강의 이름 모를 여인' 기욤 뮈소 인터뷰
18년째 매년 출간 베스트셀러 작가
교통사고 후 판타지 장르에 빠져
신작, 센강 전설·신화 다룬 스릴러
'개미' 작가 베르베르와 한국 얘기
"새해, 책을 더 읽고 화면 덜 보길"
프랑스 파리의 ‘로렌치 아틀리에’를 배경으로 카메라 앞에 선 기욤 뮈소. 신간 제목이자 영감을 준 ‘센강의 이름 모를 여인’ 데스마스크(죽은 자의 안면상)가 전시된 공방이다. /Emanuele Scorcelletti

18년째 정기적금 붓듯 매년 한 권씩 출간한다. 내놓는 족족 베스트셀러. 2004년 ‘그 후에’를 시작으로 모두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냈다 하면 서점 진열대 위칸을 장식하는 인기 작가. 소설가 기욤 뮈소(48)가 신간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밝은세상)으로 돌아왔다. 역시나 전매특허인 스릴러. 좌천된 경찰이 센 강에서 구조됐다가 사라진 의문의 여인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19세기 센 강에 얽힌 전설부터 디오니소스 신화까지 넘나들며 이야기의 점성(粘性)을 높인다.

천하의 이야기꾼을 이메일로 만났다. 파리에서 보낸 그의 답은 간단명료했다. 현학적 단어 없이 술술 넘어가는 그의 문장처럼.

-스릴러에 천착하는 이유가 뭔가.

“젊은 날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삶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것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후 내 안에서 판타지의 싹이 자라났다. 판타지란 심각한 문제를 유희적인 방식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문학 장르라 생각했기에.”

-신간에 셰익스피어 극장 ‘글로브’의 슬로건 ‘세상은 배우 놀이를 한다’는 말이 등장한다.

“소설가의 창작 활동은 배우의 연기와 맥이 닿아 있다. 소설 쓰는 동안 등장인물의 입장이 돼 살기 때문이다.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 교수였던 존 가드너가 소설가에게 한 명언을 새긴다. ‘잊어서는 안 된다, 너는 절대 너의 등장인물이 아니고, 너의 등장인물들이 너라는 사실을 말이다’.”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의 말을 빌려 ‘작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이라고 썼던데.

“스티븐 킹은 글을 쓰기 위해선 ‘문 닫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혼자가 될 여건을 마련해야 하고, 세상을 벗어나 상상의 세계로 마음을 열어야 한다’면서. 나도 글을 쓸 때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작업 방식을 지킨다.”

거실엔 아내가 선물해 늘 가까이 둔다는 까만 빈티지 타자기가 있다. 헤밍웨이가 썼다는 타자기와 같은 ‘코로나 1929′. 팬데믹을 일으킨 주범과 이름이 같다.

-코로나가 작가로서의 삶에 변화를 줬나.

“작업 루틴이 완전히 바뀌었다. 네 살, 일곱 살 아이에게 집이 학교가 됐다. 글쓰기에 전념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었다. 가족은 까다로운 숙제다.”

주류 문단과는 동떨어진 삶이었다. 프랑스 남동부 앙티브 출신. 고등학교 경제 교사였다. 뉴욕에서 아이스크림 장사 아르바이트도 했다.

-소설가로서 명성을 쌓고도 한동안 교사를 병행했다고?

“글쓰기와 교육은 (지식을) 나눠 가지고, 의미를 부여하며, 이해하려 시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생 신조로 삼는 경구가 있다면.

“시시한 것을 가까이하지 말라. 쉽게 전염되는 질병이므로.”

-기욤 뮈소 하면 페이지터너(page-turner·재미있어 책장을 넘기게 하는 책)를 떠올리는 독자가 많다.

“목표는 ‘독자가 읽고 싶어 하는 소설’을 쓰는 것. 작품을 읽는 동안 잠시나마 힘든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고 싶다. 나 자신에게 먼저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가 재미있고 내 맘에 들어야 다른 사람도 재미있어 할 테니까.” 재미 위주의 상업 소설 작가라는 꼬리표가 따르는 것도 사실. 그는 홈페이지에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 책을 읽는 것을 보는 것보다 기쁜 일은 없다. (대중적인) 인기 작가로 불리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고 했다.

-한류 팬으로 알려졌는데.

“봉준호⋅박찬욱 감독의 열렬한 팬이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 ‘기생충’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소식을 접했을 때 뛸 듯이 기뻤다. 한국은 오락 요소와 사회문제를 버무리는 역량이 뛰어나다. 내 소설을 영화화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김윤석·변요한 주연)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친구인데, 둘 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프랑스 소설가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한다.”

-한국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신년 메시지가 있다면?

“책은 더 많이 읽고, 화면은 덜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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