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82조원에 블리자드 인수 "IT 업계 사상 최고가"

이벌찬 기자 2022. 1. 18.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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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모바일·PC·콘솔 아우르는 세계 3위 게임사로 급부상
지난 2020년 8월 2일 중국 상하이 국제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의 블리자드 부스 앞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EPA연합뉴스

미국 대표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82조원을 들여 미국 3대 게임사 중 한 곳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품는다. CNBC방송에 따르면 MS의 이번 인수는 IT 업계 사상 최고액의 M&A(인수⋅합병)다. 종전 기록은 2016년 델(Dell)이 데이터 저장 장치 업체 EMC를 인수할 때 들인 670억 달러(약 80조원)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대표작은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콜오브듀티’ 등 한국에서도 지명도가 높은 게임들이다.

MS는 18일(현지 시각)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82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인수가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시가총액(14일 종가 기준)에 45%의 프리미엄을 붙여 책정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MS 는 이날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번 인수로 MS는 텐센트, 소니에 이어 매출 기준 세계 3위 게임사로 올라서게 됐다”면서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전세계에 약 1만명이 넘는 직원과 수많은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현재 막바지인 인수 절차가 마무리 되면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MS 게임 사업을 관장하는 ‘MS 게이밍’ 산하에 편재될 예정이다.

이번 인수로 MS의 게임 사업은 빠르게 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MS의 콘솔 서비스 ‘엑스박스’와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현재 엑스박스의 콘솔 시장 점유율은 약 25%(유료 회원 1500만명)로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플레이스테이션(소니)에 밀리고 있다. 그러나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기 IP(지적 재산권)와 게임 운영 능력을 등에 업으면 판도를 바꿀 기회를 얻게 된다. WSJ는 “MS가 모바일과 PC, 콘솔 게임 시장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했다.

거대 게임사 인수는 MS의 메타버스 사업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과 메타(옛 페이스북) 등이 메타버스 기업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MS는 게임을 중심축 삼아 메타버스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회장은 이날 “게임은 오늘날 모든 플랫폼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 분야”라며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새로운 게임 시대를 열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콘텐츠와 커뮤니티, 클라우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PwC에 따르면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은 2021년 1485억달러에서 2030년 1조 5000억달러(약 1788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MS가 게임 사업에 거액을 투자한 이유는 기존 사업이 정체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MS는 지난 수십년 간 전세계 PC 운영체제(OS)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로 군림해왔지만, B2B에 갇힌 사업모델과 성장 둔화가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 때문에 MS는 2010년 이후 게임을 차세대 먹거리로 인식하고 적극 투자했다. 2014년 마인크래프트를 개발한 스웨덴 기업 모장을 25억달러(약 2조 9800원)에 인수했고, 2020년에는 ‘엘더스크롤’, ‘폴아웃’ 등을 보유한 베데스다의 모회사 제니맥스미디어를 75억달러(약 8조95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6월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E3에서는 역대 최다인 30여종의 게임 신작을 공개했다.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또한 2016년 링크드인 인수 금액(262억 달러, 약 31조 원)의 2.5배를 들인 파격적인 결정이다. 게임 업계의 기존 최대 빅딜은 2016년 중국 텐센트의 슈퍼셀 인수(12조원 규모)였다.

MS가 현재 자국의 정치 상황을 유리하게 이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정부가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을 겨냥해 반독점 규제를 가하는 틈을 타 대규모 인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MS의 이번 인수 규모는 앞서 시장 독점 논란을 불러왔던 엔비디아의 ARM 인수 규모(4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또한 내홍과 사업 부진으로 위태로운 상황에서 MS와의 합병이 돌파구가 됐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최근 사내 성추행과 집단 괴롭힘 사태로 핵심 개발자 30여명이 퇴사하고 40여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이 여파로 ‘디아블로4′, ‘오버워치2′ 등 대작 게임 출시 시점이 2023년으로 연기됐다. WSJ가 MS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합병 소식을 보도한 직후 액티비전 주가는 37% 가량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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