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주인공 은신처 밀고자는 유대인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안네의 일기’ 주인공인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 가족의 은신처를 나치에 밀고한 사람이 또 다른 유대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독일 디벨트와 미국 CBS 등은 17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수사국(FBI) 출신 수사 전문가 빈센트 팬코크 조사팀이 2016년부터 밀고자에 대한 수천 건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당시 암스테르담에서 공증인(公證人)으로 일하던 유대인 아르놀트 판덴베르흐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안네와 그의 부모, 언니 등 4명이 1944년 8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은신처에서 발각돼 나치의 강제 수용소로 끌려간 지 약 78년 만이다. 안네의 가족 중 아버지 오토 프랑크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죽음을 맞았다.
판덴베르흐는 예전에도 여러 역사가와 탐사 언론인들로부터 밀고자로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범인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부족했다. 디벨트는 “이번 조사팀은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가 남긴 다양한 자료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통해 판덴베르흐가 밀고자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범죄학 전문가, 역사학자, 언론인, 컴퓨터 전문가 등 총 19명의 조사팀은 네덜란드 국립문서보관소와 전쟁·홀로코스트·인종학살연구소, 암스테르담시(市), 안네프랑크재단 등 관련 기관이 소장한 관련 자료를 철저히 훑었다. 이 중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의 공책을 새로 찾아냈고, 여기서 ‘판덴베르흐가 나치에 가족의 은신처 정보를 넘겼다’는 내용이 기록된 사실을 확인했다.
판덴베르흐는 나치의 네덜란드 점령 시절 나치에 협력하던 ‘유대교 위원회’ 일원이었다. 조사팀은 “이 단체는 1943년 해체됐고, 회원들이 모두 강제수용소로 끌려갔지만 판덴베르흐와 그의 가족은 계속 암스테르담에 남았다”며 “그가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자신이 알고 있던 유대인들의 은신처를 모두 나치에 넘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판덴베르흐는 1950년 사망했다.
조사팀은 또 “밀고자가 판덴베르흐라는 사실을 안네의 아버지가 알았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유대인이 유대인을 밀고해 수용소에 보낸 사실이 반유대주의를 자극할 것으로 염려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안네 프랑크는 1942년 7월부터 1944년 8월까지 약 2년간 공장 창고를 개조한 암스테르담의 은신처에 숨어 지내면서 일기를 썼고, 1945년 3월 독일 베르겐-벨센의 강제수용소에서 사망했다. 아버지 오토 프랑크가 딸이 남긴 일기장을 뒤늦게 발견했고, 이를 편집해 1947년 ‘안네의 일기’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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