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UAE 공격한 예멘 叛軍에 보복 공습… 20명 사망
‘안전지대’ UAE도 분쟁 휘말려 비상
‘18년 내전’ 예멘, 수니·시아파 대립
반군 드론 기습공격에 주변국 긴장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아랍 동맹군이 17일(현지 시각) 예멘 북부의 반군 거점인 사나(Sanaa)에 대한 야간 공습을 전격적으로 실시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중동의 경제 중심지이자 사우디 동맹국인 아랍에미리트(UAE)에 이례적인 드론 공격을 감행해 9명의 사상자가 나온 데 대한 보복공격이었다. 알자지라 방송은 “사우디 등 아랍 동맹국 공습으로 사나 시내 건물 여러 채가 파괴됐고, 지금까지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으며 로이터는 최소한 2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예멘 반군은 UAE에 대한 공격 직후 “이번 공격은 우리가 벌인 것”이라고 인정하며 “탄도미사일 5발과 다수의 무인기를 이용해 UAE 깊숙한 곳의 민감한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또 “UAE가 예멘 내전에 지속적으로 개입한 것에 대한 대가”라고 주장했다. 지난 3일 반군이 UAE 국적 화물선을 나포하자, 예멘 남부의 친UAE 무장 세력이 나서 반군이 점령한 샤브와 유전 지대를 빼앗은 것을 문제 삼아 공격했다는 것이다. 예멘 반군의 이날 공격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UAE 공식 방문 중에 일어났다. 당시 문 대통령은 공격 현장에서 100㎞ 떨어진 두바이에서 UAE 정부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하고 있어 위험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동안 사우디는 수니파 종주국을, 이란은 시아파 종주국을 자처하며 수니파인 예멘 정부군과 시아파인 예멘 반군 간의 내전에 개입해 왔다. UAE는 그동안 중동 내 무력 분쟁에 휘말리지 않아 두바이와 아부다비가 중동의 경제 중심지로도 떠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사우디와 이란을 중심으로 한 중동의 뿌리 깊은 종파 갈등이 시리아와 이라크, 예멘 등에 이어 UAE까지 확산하며 아라비아 반도 전체를 ‘화약고’로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예멘 반군이 최근 UAE를 “미국과 이스라엘에 무조건 복종하는 국가”라고 비난하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에 드론이 동원된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중동 지역에서 드론 공격이 일상화하며 전후방 구분 없이 전장(戰場)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에는 예멘 반군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정유 시설을 두 차례 공격했다. 미국 주도 연합군이 주둔 중인 이라크에서는 지난 3일 바그다드공항 인근 군 시설과 4일 아인 알 아사드 공군 기지가 각각 두 대의 무장 드론의 공격 타깃이 됐다. 시리아에서는 지난해 12월 미군이 주둔 중인 탄프 기지를 향해 날아오는 드론을 영국군이 격추하기도 했다. 미군도 드론 공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군은 지난 2020년 1월 이란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폭사시켰다.
이번 사태로 예멘 정세는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예멘은 1960년대에 북예멘과 남예멘으로 나뉘어 독립한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통일과 재분열을 거듭한 끝에 수니파와 시아파,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친(親)서방과 반(反)서방 등으로 사회 전체가 찢어졌다. 이후 2004년부터 남예멘 아덴 중심의 수니파 정부군과 북예멘 사나 중심의 시아파 후티 반군으로 나뉘어 지금까지 18년째 내전 중이다. 사회 기반 시설이 대부분 파괴되고 물과 식량도 구할 수 없게 되자 해외로 탈출하는 국민들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은 “이란의 핵협상 복귀로 희망을 찾고 있던 중동 정세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 늘어나는 드론 공격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의심한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미국이 이란과 핵 협상 과정에서 ‘중동 내 친이란 세력의 (드론 공격 등) 군사적 공세를 차단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란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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