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과의 약속..승격에 인생을 건다"
[경향신문]
“팬들에게는 ‘(승격까지)1년만 시간을 더 달라’고 약속했습니다.”
일본인 미드필더 마사(27)가 대전하나시티즌 유니폼을 입고 다시 인생을 건 K리그1(1부) 승격 도전을 준비한다.
이달 초 입국해 자가격리 중인 마사는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대단한 능력과 재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진심으로 결과를 내기 위해 발전하려고 노력한 일본인 선수로 팬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면서 “말로만 하는 것은 쉽다. 개막전 첫 플레이부터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마사는 지난해 자신의 선수 커리어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으면서 뛰었다. 10월 안산 그리너스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축구인생을 패배자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축구에서는)매 경기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경기가 있다. 어쨌든 승격, 그것에 인생을 걸고 합시다”라는 인터뷰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성공보다 좌절이 더 많았던 일본인 선수의 다소 서툰 한국말이었지만, “나는 패배자”라는 고백으로 시작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꿈에 도전하겠다는 진심 어린 메시지가 대전은 물론 K리그, 그리고 축구에 관심 없던 사람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마사는 “솔직히 나한테는 매 경기가 인생을 거는 경기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매 경기 죽기 직전까지 뛰자’는 생각으로 그라운드를 밟는다. 그래서 크게 화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조금 놀라웠지만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은 한 시즌이라 정말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마사는 지난 시즌 임대선수로 대전으로 이적해 팀 내 최다골(9골)을 넣으면서 팀의 승강 플레이오프행을 이끌었다. 승강 PO 1차전(1-0 대전 승)에서는 운명처럼 자신을 임대 보낸 강원FC와 만났고, 팀의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도왔다. 하지만 2차전에서 역전패(1-4 강원 승)하며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마사는 승강 PO에서 패배한 순간을 “축구 인생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분하고 괴로운 시간”으로 표현했다. 쓰라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이틀 뒤 일본 출국 일정도 포기하려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 2년간 일본에 다녀오지 못한 마사는 에이전트의 설득으로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마사는 “그동안 만나지 못한 지인들과 만남을 가지며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집에 돌아가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게 설득해주고 인천공항에 데려다준 에이전트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마사는 철저한 개인 관리로도 유명하다. 연습과 훈련에 100%를 쏟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다시 에너지를 100% 충전하는 시간으로 쓴다. 훈련 외 일상이라면 축구 영상 시청과 틈틈이 한국어를 공부하는 정도다. 3년도 안 돼 질문에 답할 만큼 향상된 한국어 실력도 이런 노력 덕분이다.
마사는 일본 18세 이하(U-18) 청소년 대표 등을 거친 유망주였다. 2014년 J리그 2부 교토상가FC에서 프로에 데뷔했지만 대부분의 커리어는 J2·J3리그팀으로 임대를 다니는 신세였다. 2019년부터 K리그2 안산 그리너스(24경기 9골 1도움)로 이적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수원FC, 강원FC를 거쳐 대전에서 뛰면서 짧은 기간 많은 팀을 옮겨다녔던 마사는 지난달 대전으로 완전 이적했다. 올해 다시 1부리그 승격 도전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마사는 대전과 계약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 시합(승강 PO)에서 그 퍼포먼스밖에 보여드리지 못했다. 더 갈고닦아 진화한 모습을 2022년에 보여드리겠다. 완전 이적을 받아준 대전을 위해 매일 뛰겠다”고 적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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