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OTT에..'반의 반토막' 된 영화관객 수회복 가능할까
[경향신문]
설연휴 대작 등 준비 중인 극장가
“스파이더맨 700만 눈앞” 희소식에
기대감 높이면서도 “오래 걸릴 듯”
서울 종로에 있는 CGV피카디리1958은 최근 상영관 중 두 개 관을 리뉴얼해 클라이밍짐으로 만들었다. CGV에서 콘서트, 뮤지컬, e스포츠 중계 등을 한 적은 있지만, 상영관을 체력 증진용 여가시설로 개조한 것은 처음이다. CGV는 “영화를 보기 위함이 아니라 나들이하듯 새로운 여가 문화를 즐기기 위해 영화관을 찾을 수 있도록”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영화 상영관은 층고가 높기에 클라이밍짐으로의 리모델링이 가능했다.
이 사례는 팬데믹 시기 영화관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극장 상황은 유독 심각하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를 보면, 연도별 극장 관객 수는 2013년 처음 2억명대로 올라선 이후 2019년 2억2600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출액 역시 관람료 인상과 아이맥스 등 특수상영관의 인기에 힘입어 2013년 1조5000억원대에서 2019년 1조9000억원대까지 올랐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이 본격화된 2020년 이후 영화관 상황은 급속히 악화됐다. 2020년 총 관객 수는 5900만명, 매출액은 5100억원대였다. 2021년은 6000만명, 5800억원대였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9년에 비해 관객 수와 매출액 모두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방역 상황이 완화되더라도 극장을 떠났던 관객이 돌아올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는 팬데믹 시기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장했다. 디즈니플러스, 애플티비 등도 지난해 한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 기업도 구독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징어 게임> <지옥> 등 한국산 OTT 콘텐츠들이 세계적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 시청자들의 관심도 한층 높아졌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관광연구원 자료를 보면 1년에 한 번이라도 영화를 관람한 사람의 비율인 영화 관람률은 2019년 77%, 2020년 56.4%, 2021년 30.5%로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반면 OTT 관람 경험은 2019년 27.4%, 2020년 38.8%, 2021년 40%로 높아졌다.
한국 영화를 지탱해온 감독, 배우들도 OTT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과 제작사 싸이런픽쳐스는 이전까지 영화 제작 경력만 있었다. <기생충>을 제작한 바른손 이앤에이, 전통의 영화명가 명필름도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었다. 최민식, 설경구 등 오랜 기간 영화에만 출연해왔던 배우들도 OTT 시리즈 출연을 확정했다. 우수한 영화인력이 OTT로 몰려 우수한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시청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OTT에 더 많은 시간 머물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7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는 사실은 “콘텐츠만 좋으면 관객은 영화관에 온다”는 점을 보여줬다. 영화홍보사 대표 A씨는 “<스파이더맨> 관객 수는 마블 영화 팬뿐 아니라 전 연령층이 봐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라고 말했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듄> 등 대작들의 아이맥스 상영관 예매전쟁이 벌어졌다는 사실은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에서 충족할 수 없는 영상, 음향에 대한 기대감이 극장에 남아 있다는 방증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CGV 관계자들은 “방역 상황이 악화되지 않는다면 올해는 2019년 관객의 70~80%까지는 회복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심을 받는 한국 영화 대작들도 하나둘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설연휴를 앞두고 26일 개봉하는 <해적: 도깨비 깃발>은 총제작비 230억원대의 대작이다. <비상선언> <보스턴 1947> <한산: 용의 출현> <더 문> <외계+인> <영웅> 등 기대작들도 일찌감치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준비 중이다.
이재우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팀장은 “제작이 완료됐으나 개봉일을 확정하지 못한 영화들의 수급 상황, 백신 접종률에 따른 소비 행태 변화, OTT 시리즈의 지속적 인기 여부가 관객 회복을 가늠하는 주요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상진 영화수입배급사협회장은 “이미 DVD까지 나온 영화를 개봉해도 관객이 찾아오는 사례를 보면, 영화관의 매력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다만 지난 2년간 무너진 관객 수를 회복하기 위해선 그 두 배 이상의 기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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