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② 갑질 당하고도 신고 안 해.."2차 피해 우려"
[KBS 전주] [앵커]
공무원 조직에서도 심각한 직장 내 갑질, 그렇다면 신고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요.
불이익 같은 2차 피해 우려 때문에 신고는 거의 없고, 그나마 몇 안 되는 신고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어서, 이지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전라북도는 전북을 인권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송하진/전북도지사/지난해 7월 : "그동안 조례도 만들었고 인권도, 구축하는 데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습니다. 앞서가는 도가 되지 않을까…."]
실상은 어떨까?
부서 중간 간부로부터 인격 비하 발언에 시달려온 전라북도 공무원 B 씨.
하지만, 갑질 신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갑질 피해 공무원/음성변조 : "관계가 누가 봐도 내가 했다는 게 익명성이, 보장이…. 실질적으로는 다 눈치를 챌 수 있을 것 아녜요."]
직장 내 갑질 신고·처리센터를 운영하는 전라북도 감사관실에 지난해 접수된 신고는 채 5건이 되지 않습니다.
익명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지난해에만 2백여 명이 피해를 당했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큽니다.
더 큰 문제는 몇 안 되는 갑질 신고 가운데 처분은 한 건도 내려지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전라북도 감사관실 관계자/음성변조 : "가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의 차이가 좀 있었던 것 같고요."]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갑질 피해에 어떻게 대응하냐는 설문에 피해자의 90% 가까이가 그냥 참는다고 답했습니다.
불이익 같은 2차 피해 우려가 가장 컸고, 피해구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많았는데, 사실상 감사관실 갑질 신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최영규/전라북도의원 : "소수의 신고 접수는 정말 참다 참다 못해서 한계에 다다랐을 때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그런 점들을 정확하게 잘 반영해서 그 시스템들이 잘 작동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갑질 피해 신고를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정확히 판단할 별도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채민/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 "불이익을 받지 않고 직장 내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들이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이분들이 안심하고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신고할 수 있는 체계부터 만들어가는 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
또 갑질 피해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합당한 징계와 피해자와의 분리 같은 분명한 처분도 요구됩니다.
[전라북도 공무원/음성변조 : "좀 더러운 꼴 당하긴 했었는데, 그때 저는 원칙대로 해주길 바라고, 그 당시 과장님이나 절차대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견책, 너무 솜방망이인 거죠."]
한 해 두 차례 직장 내 갑질 실태를 조사하고 상호 존중의 날 운영, 갑질 근절 캠페인 같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전라북도.
하지만, 정작 감사관실을 통해 들어온 신고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서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채민/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 "우리 헌법 32조 3항은 노동조건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되어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죠. 그런 점에서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공직사회부터 헌법과 법령에 있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KBS 뉴스 이지현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
이지현 기자 (id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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