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흑인..다양성 더 짙어진 연준 나오나

김유진 기자 2022. 1. 18. 22: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바이든, 금융부의장 래스킨 등 이사진에 ‘소수자’ 잇단 지명
상원 인준 통과 땐 기후변화 관련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

세라 블룸 래스킨, 리사 쿡, 필립 제퍼슨, 레이얼 브레이너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진에 흑인과 여성을 잇따라 지명하면서 다양성을 갖춘 연준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연준 108년 역사상 인적 구성 면에서 가장 다양해진 연준이 소수자 보호나 기후변화 대응 등의 정책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미국 중앙은행이자 글로벌 금융시장을 좌우하는 막강한 힘을 지닌 연준은 의장을 포함해 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임기가 끝난 이사 3명을 새로 지명했다.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에는 여성인 세라 블룸 래스킨 듀크대 로스쿨 교수(전 재무부 부장관)가, 나머지 이사 2명에는 흑인인 리사 쿡 미시간주립대 교수와 필립 제퍼슨 데이비드슨 칼리지 교수가 낙점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의장에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제롬 파월 현 의장을, 파월에 이은 2인자인 부의장에는 여성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를 지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소수자를 대거 지명한 것은 연준 조직이 미국 사회를 더욱 정확하게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공약과 맞닿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여전히 연준 서열 1~3위는 모두 백인이고 아시아·히스패닉 출신은 한 명도 없다는 점에서 다양성을 완벽하게 구현했다고 보기는 미흡하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의 지명자들이 상원 인준 절차를 모두 통과할 경우 최초로 연준에서 여성 이사가 7명 중 4명으로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특히 쿡 교수는 사상 첫 흑인 여성 연준 이사 기록을 세운다. 흑인 이사 2명이 같은 기간에 활동하는 것도 1935년 설립된 연준 역사상 전무한 일이다. 지난 14일 브루킹스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108년 동안 연준을 거쳐간 이사는 모두 82명인데 이 중 백인 여성이 10명, 흑인은 3명에 그쳤다.

다양성이란 외피를 두른 연준의 정책 기조가 변화할지도 관심사다. 워싱턴포스트는 17일 경제학계 일각에서 연준 리더십의 변화가 연준이 경제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의 변화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코로나19 이후 흑인 실업률은 지난달 기준 7.1%로 백인 실업률의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연준 이사들이 소수인종이 처한 경제현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흑인 이사 지명자인 쿡과 제퍼슨은 금리 인상에 신중한 비둘기파로 분류되며 경제 불평등이나 노동시장 문제에 천착해왔다. 흑인 인권운동가 가정에서 자라난 쿡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와 바이든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다. 그는 혐오범죄가 미국 경제성장을 어떻게 저해하는지를 연구했다. 제퍼슨도 불평등 해소를 위해 빈곤율과 경기 순환의 관계, 실업 해소를 위한 교육의 역할 등을 연구했다.

특히 월가 규제 강화, 기후대응을 위한 금융당국의 역할 강화를 주장하는 래스킨이 부의장에 임명될 경우 시장 전반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기 재무부 부장관을 지낸 래스킨은 진보적 색채가 뚜렷한 인물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개혁 법안인 도드-프랭크법안 제정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학계로 돌아간 후에는 금융당국이 기후위기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 때문에 2010~2014년 연준 이사를 지낼 당시 만장일치로 상원 인준 절차를 통과했음에도 이번에는 무난한 인준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