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의 명과 암..'정의로운 전환' 어떻게?
[앵커]
탄소중립 연속 기획, 오늘(18일)은 마지막 순서로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고민해 보겠습니다.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쇠락하는 산업이 생기게 됩니다.
탄소를 많이 내뿜는 내연기관이나, 석탄 산업이 그렇습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타격만 입도록 "과정과 결과 모두 공정해야 한다"는 게 '정의로운 전환'입니다.
탄소중립을 막 시작한 지금, 현실은 어떨까요?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관련 업체들은 벌써 직격탄을 맞고 있고, 석탄 발전소에서는 실직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지, 이호준, 김준범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제주도는 전기차 비중이 6.3%로 전국 1위입니다.
친환경으로의 빠른 변화, 하지만 명암이 나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20년 넘게 운영해온 차량 정비소.
전기차가 늘면서 내연기관 차를 다루는 이런 정비소는 일감이 뚝 끊겼습니다.
[정태우/차량 정비소 대표 : "타이어 수리하는 게 2대 있으면 많이 있어요. 진짜…."]
요즘에는 귤밭에서 일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정태우/차량 정비소 대표 : "오죽하면 밭에 나와서 귤 따겠어요. 요즘 이게 주업이에요. 이거 안 하면 밥을 못 먹을 건데…."]
제주에서만 30곳 넘는 정비소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렇다고 업종을 바꾸기도 쉽지 않습니다.
[원대오/차량 정비소 대표 : "(제주)도에 요구한 게 업종 전환을 할 수 있는 교육이라든지 그런 거를 요구한 상태인데, 지금까지 이뤄진 게 없습니다."]
전기차 보급의 확산으로 제주도 지역의 카센터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제주도 그리고 카센터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10년 넘게 운영해온 이 LPG 충전소도 최근 폐업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전기·수소차 수요가 늘면서 적자가 쌓이고 있습니다.
[김두년/LPG 충전소 대표 : "상황이 지속 된다고 하면, 계속 이 사업을 운영하기가 어렵지 않나…."]
LPG 차량은 10년간 47만 대 줄었습니다.
반대로 전기차 등 친환경 차는 100만 대 늘었습니다.
교차 현상 속에 전국 LPG 충전소의 판매량은 40% 급감했습니다.
탄소중립 사회로 가면서 영향을 받을 거로 예상되는 일자리는 대략 48만 개에 달합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최상철 황종원/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김지훈 김지혜
■ 발전소 ‘실직 위기’ 줄을 이을텐데…“정부 대책은 공허해”
[리포트]
석탄화력 밀집지인 보령입니다.
주변과 달리 연기가 멈춘 굴뚝이 보입니다.
보령 1·2호기, 30년 연한이 넘어서 지난해 1월 폐쇄됐습니다.
[남상무/신보령화력 근무 : "좀 허무했었거든요. 10년, 20년 일했는데 여기를 떠나서 다른 곳에 가서 또 다시 시작을 해야 하는가."]
발전소 직원 2백여 명 가운데 협력사 직원 16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다음 순서는 보령 5·6호기.
늦어도 3년 안에 폐쇄 예정입니다.
협력사 직원이나 비정규직원들은 해고 1순위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이진길/보령화력 5·6호기 근무 : "하청업체 같은 경우는 대체 일자리를 노려볼 수 있는 어떤 환경적인 요건이 안 되는 거죠."]
가동 중인 전국의 석탄화력은 58곳, 이 중 28곳이 2034년까지 폐쇄됩니다.
노후 발전소의 폐쇄가 가속화되고 신규 건설마저 완전히 중단되면 정규직을 포함해 최소 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살려내라! 살려내라!"]
30여 년 전 석탄산업의 구조조정 당시 폐쇄된 탄광 노동자들은 정부지원 없이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지금의 정부 대책, 취업 재교육 정도가 전부입니다.
[남상무/신보령화력 근무 : "허공에 날리는 공염불 같은 소리거든요. 교육은 시켜줄 테니까 취업은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얘기거든요."]
환경 보호를 위한 탄소중립 중요하지만, 내 일자리가 사라져도 마냥 찬성할 수 있겠냐고 현장은 묻고 있습니다.
[이진길/보령화력 5·6호기 근무 : "제 삶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그것(탄소중립)을 공감할 수 있다는 건…"]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촬영기자:김태현/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최창준
■ 정의로운 전환, 과제는?
[앵커]
보신 것처럼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 결코 순탄치 않습니다.
피해를 보는 산업이 생기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의 문제로 연결됩니다.
부작용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지 녹색 에너지 전략연구소 김윤성 책임연구원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김 연구원님, 국내에서는 어떤 업종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받게 될 걸로 예측됩니까?
[답변]
석탄 발전소에서는 발전 공기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이 대략 만 3천 명 정도 될 것이라고 보고 있고, 내연기관 관련해서는 완성차 협회, 그리고 협력업체들 그리고 자동차 정비소까지 정확하게 추산된 거는 아니지만 40만 명 이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금 보고 있습니다.
[앵커]
물론 어떤 산업이든 뜨고 지는게 시장 원리이긴 한데, 여기에 정부 개입이 필요한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답변]
그러니까 정부는 사실은 산업에 대해서 지원하는 것은 아니고요.
지역을 지원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지역에 핵심 업종이 있는데 그 산업이 위기가 되면 그 지역을 지원하는 것인데요.
군산이나 거제도 같이 조선업이 영향을 받았을 때 그 지역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또, 예전에는 석탄 광산을 합리화 하는 정책을 하면서 탄광 지역들을 지원하는 그런 것들을 정부가 전통적으로 해왔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앵커]
석탄 퇴출은 독일이 먼저 간 길인데, 독일에선 실업 문제, 어떻게 풀었죠?
[답변]
일단 먼저, 독일은 2020년 7월 두 개의 법을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탈석탄 법이라고 부르는 법이고, 또 하나는 석탄광산 지역을 지원하는 법, 두 가지를 만들었거든요.
나이 드신 노동자들 같은 경우에는 조정급여라고 해서 2048년까지 약 50억 유로까지 지원되는 급여가 있고, 또 그리고 석탄 지역들은 2038년까지 약 400억 유로가 지역 지원으로 지급되고요.
[앵커]
그럼 탄소 중립 과정에서 실직 위험이 있는 사람을 위한 당장 시급한 대책은 뭘까요?
[답변]
사실은 석탄은 굉장히 발등에 떨어진 불로 이제 문제가 남았거든요.
석탄 발전소들은 우리나라도 2040년까지 다 문을 닫겠다고 했습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있는데 우리가 NDC라고 부르는데요.
여기에 사실 노동전환 계획이 포함될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에 포함이 되어야 하고요.
내연기관차 같은 경우에는 당장 실업이 있지는 않지만 사실은 급격하게 변화가 올 수도 있거든요.
이게 좀 다른 점이 석탄 발전소들은 대부분 공기업인데, 발전사와 다르게 자동차는 다 민간이거든요.
정부가 언제부터는 사실은 '내연기관차 생산이 점점 더 줄어들 겁니다.'
이 시간표를, 정책 시간표를 명확하게 보여드리고, 거기에 대응하실 수 있게 시간을 명확하게 알려드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상편집:남은주/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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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기자 (hojoon.lee@kbs.co.kr)
김준범 기자 (jb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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