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추정 '목간' 몽촌토성서 출토
[경향신문]
한성백제박물관 “551년 이전 고구려 목간 가능성 높아”
토성 장악 시기 ‘문서 행정’ 보여줘 ‘역사적 의미’ 평가
서울 몽촌토성에서 고구려 목간(문자를 기록하기 위해 일정한 모양으로 깎아 만든 나뭇조각)이 출토됐다. 이 목간은 국내에서 발견된 목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몽촌토성은 한성백제 시대의 도읍지이자 왕궁으로 추측되는 곳이다.
고구려가 몽촌토성을 점유하며 문서 행정을 했음을 보여주는 문자 자료라는 점에서도 역사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성백제박물관은 연차 발굴조사 중인 몽촌토성에서 지난해 4월 묵서명(먹물로 쓰인 글자)이 있는 목간(사진)이 출토됐다고 18일 밝혔다. 목간은 몽촌토성 집수지에서 발견됐다. 이 집수지는 내부 출토 목재 등을 분석한 결과 469~541년 고구려가 축조하고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물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집수지 출토 목재의 연대를 나이테와 방사성탄소(14C) 감소량 등을 분석해 측정했다.
한성백제박물관은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이번에 몽촌토성에서 출토된 목간은 551년 이전에 사용한 고구려 목간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경우 국내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목간이라고 박물관은 설명했다. 고구려 목간이 국내에서 출토된 것은 처음이다.
백제는 475년 고구려 침략으로 수도를 웅진(지금의 공주)으로 옮겼으며 551년에야 한강 유역을 되찾았다. 박물관 관계자는 “그간 국내에서 발견된 목간 대부분은 6~7세기 백제와 신라에서 작성된 것들”이라며 “이번에 출토된 목간은 고구려가 몽촌토성 일대를 장악·활용했던 시기의 것으로, 사용 시기를 가장 늦게 잡아도 551년이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출토된 목간은 길이 15.6㎝, 너비 2.5~2.7㎝, 최대 두께 0.4㎝다. 묵서명은 한쪽 면에 한 줄로 큰 글자가 6~8자 정도 있고, 우측 하단에 작은 글자로 4자 정도가 남아 있다.
박물관은 목간의 정확한 연대를 밝혀내기 위해 적외선 촬영을 한 이후 목간 전문가들과 두 차례 묵서명 판독회를 실시했지만 글자를 판독하지는 못했다.
앞서 몽촌토성 북문지 일원에서는 백제가 떠난 이후 고구려가 수리하거나 새롭게 조성한 도로·성토대지·집수지·건물지·구덩이 등이 확인됐다. 원통형 세발토기, 두 귀 달린 항아리, 시루·바리·화살촉 등 전형적인 고구려 유물들도 다수 출토됐다.
박물관은 해당 목간을 오는 21일 한국목간학회가 개최하는 학술회의에서 발표하고 향후 박물관의 전시·교육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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