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입김 큰 수책위에 소송권 '칼자루'

이종혁 2022. 1. 1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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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지침개정 임박
한동안 입장표명 않던 복지부
저녁에 기습적으로 자료 배포
자회사도 소송 범위에 포함한
다중대표소송 가능하게 개정
복지부 "이사 위법행위 대상"
국민연금 [매경DB]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 추진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에도 보건복지부는 한동안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기자와 만나 국민연금공단의 대표소송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에 일원화하는 방안에 대해 "복지부는 별도 입장이 없다"며 "전적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권 장관은 "복지부는 이와 관련한 방침을 정한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8일 저녁 7시12분쯤 복지부는 기습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국민연금의 지침 개정을 적극 옹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갑작스러운 입장 표명으로 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이 추진해온 지침 개정의 핵심은 두 가지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업의 대상을 확대하는 것과 소 제기에 대한 결정권을 수책위로 바꾸는 것이다. 범위 확대를 위해 기존 지침의 '주주대표소송'이란 단어를 '대표소송'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주주대표소송의 경우 지분을 보유한 기업을 상대로만 소송이 가능했지만 대표소송으로 바뀌면 지분 보유 기업의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한 다중대표소송도 가능해진다.

또 지침 변경을 통해 대표소송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기존 기금위에서 외부 인사들이 주도하는 수책위로 넘기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국부펀드가 자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전에 나설 개연성이 높아졌다는 염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18일 "(수책위에 결정권을 준 것은) 적시성 있고 일관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옹호했다.

수책위는 위원장 1명과 위원 8명 총 9명으로 구성되며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단체가 3명씩을 추천한다. 시민단체와 노동계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염려와 함께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수책위로 책임을 넘겨 기금위가 소송 제기에 따른 부담을 덜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복지부는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단체가 각각 복수로 추천한 전문가 후보군 중에서 금융·법률·회계 등 민간 전문가 9인을 위촉해 구성하고 있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기업들의 시각은 다르다.

현 수책위원 중에선 참여연대 출신인 이상훈 서울시복지재단 공익법센터 변호사와 이상민 법무법인 에셀 대표변호사 등이 대표소송을 적극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측은 "대표소송은 경영 활동의 모든 의사결정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회사 이사의 위법 행위가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앞으로 기업 이사들의 책임 부담과 소송 리스크가 한층 가중될 것임을 뜻한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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