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참사는 이어지는데, 국회에서 잠자는 건설안전 법안들
[경향신문]
여당과 정부가 국회 계류 중인 건설안전 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등 잇단 사고에 비판 여론이 거세진 데 따른 것이다. 사고 뒤에야 방지책을 서두르니 만시지탄이다. 지금도 하루 1명 이상의 건설노동자가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게 ‘선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는 미비한 법·제도가 잇단 사고의 핵심 원인이라는 인식 아래 관련 법안의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소를 지키지 못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대표적 법안은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 제정안과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개정안이다. 건축물관리법과 함께 ‘건설안전 3법’으로 불려왔지만 건축물관리법은 국회를 통과한 상태다. 건안법의 핵심 내용은 발주자부터 설계·시공·감리자 등 건설 과정의 주체들에게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막강한 결정권과 영향력을 갖고 있음에도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온 발주자의 책임을 강조한다. 건산법 개정안은 여러 건인데, 대부분 고질적이고 만연한 불법하도급·입찰담합 등의 병폐를 막기 위해 관련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들 제·개정안은 그동안 건설사들의 반발로 입법 작업이 지지부진했다. 건설사들은 건안법 제정안이 중대재해처벌법과 중복 규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설득력이 약하다. 중대재해처벌법에는 발주자 책무가 빠지고, 건설업 산재사망의 60%를 차지하는 50억원 미만 건설공사에 대해선 시행이 유예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조업 위주로 입안된 만큼, 건설업 특성을 반영한 별도 안전 관련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계속되는 안전사고를 막으려면 발주부터 감리까지 전 과정에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는 촘촘한 법과 제도가 필수적이다.
건설업은 산업재해 사망사고 발생 최대 업종으로 악명이 높다. 고용노동부의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를 보면, 모두 882명이 사망했는데 건설업 사망자가 458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근로자 10만명당 사고사망자 수가 1위다. 국회는 건설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관련 법안들을 2월 임시국회에서라도 통과시켜야 한다. 건설업종의 후진적인 산재를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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