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인터뷰] 설경구 "'불한당' 신뢰로 선택한 '킹메이커', 처음엔 하기 싫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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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의 정약전은 실존 인물이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시나리오에 쓰여진대로, 이준익 감독과 소통하며 잘 만들어내면 그게 정약전이 될꺼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킹메이커'의 김운범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너무나 잘 알려진 분이어서 출연 제의를 받았을때부터 부담이 컸습니다."영화 '킹메이커'에서 정치인 김운범으로 열연한 배우 설경구가 이렇게 말했다.
설경구는 "시나리오 상에 배역 이름이 '김대중'이라고 써 있었다. 변 감독에게 실명을 쓰지 말자고 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인물이고, 존경 받았던 인물 아닌가. 이름을 바꿔도 누군지 알게 될 인물이라 부담이 많았다. 그나마 '김운범'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나서야 조금 나아졌다"라며 "변 감독에게 '김운범을 다른 배우가 하고, 내가 '서창대' 하면 안 되냐'고 제안한 적도 있다. 부담이 큰 상태로 촬영 했고, 개봉을 앞둔 지금도 어떻게 보실까 걱정 된다. 유료 시사회 때 김홍엽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님이 가족들과 오셨더라. 고개 숙이고 있었다. 저한테는 참 어려운 인물이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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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메이커' 오는 26일 개봉
故 김대중 전 대통령 모티브 '김운범' 역
"잘 알려진 실존인물 연기, 부담감 컸다"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자산어보'의 정약전은 실존 인물이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시나리오에 쓰여진대로, 이준익 감독과 소통하며 잘 만들어내면 그게 정약전이 될꺼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킹메이커'의 김운범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너무나 잘 알려진 분이어서 출연 제의를 받았을때부터 부담이 컸습니다."
영화 '킹메이커'에서 정치인 김운범으로 열연한 배우 설경구가 이렇게 말했다. '킹메이커'는 세상을 바꾸려는 정치인 김운범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설경구와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의 변성현 감독이 다시 만난 작품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설경구는 "'불한당'에 출연하기로 했을 때 '킹메이커' 시나리오를 함께 받았다. '불한당' 촬영을 하는 동안에도 '킹메이커' 이야기가 드문드문 나왔다. 당시엔 '같이 하자'고 이야기를 안 했는데, '불한당' 개봉 이후 1년이 지났을 때 쯤, 제가 영화를 찍고 있더라"라며 웃었다.
이어 설경구는 "'킹메이커' 시나리오는 솔직히 재미있게 읽지 않았다. 정치 영화 같아서 더 그랬다"라며 "무엇보다 '불한당'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다 '불한당' 촬영을 마치고 나서 '변 감독이 이런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신뢰를 많이 쌓았던 팀과 다시 한 번 작업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설경구는 '킹메이커'에 이어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까지, 변 감독 작품에 한번 더 출연하게 됐다. 변 감독 작품에 계속해서 출연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다. 어쩌다 같이 하게 된 것 같다"며 머쓱해 했다. 그러면서 설경구는 "사실 변 감독에게 '내 나이대 역할은 무조건 나한테 와야 한다'고 반 협박을 했다. 또 '안 그러면 나랑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건방지게 이야기 했다"라며 "사실 '길복순'에서 제 분량은 많지 않다. 단순하게 재미있을 것 같았다. 제가 받아본 시나리오 중 제일 상업적이었다. 또 다른 '변성현의 맛'이 나올 것 같아 선택했고, 분량이 적어도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변 감독 작품에 또 출연한 이유가 뭐냐고 물으시면 서로 인연이라서 라고 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불한당'을 통해 쌓은 신뢰로 '킹메이커' 출연을 결정했지만, 설경구에게 적지 않은 부담감이 있었다. 그는 "솔직히 처음엔 안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삼아서다. 설경구는 "시나리오 상에 배역 이름이 '김대중'이라고 써 있었다. 변 감독에게 실명을 쓰지 말자고 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인물이고, 존경 받았던 인물 아닌가. 이름을 바꿔도 누군지 알게 될 인물이라 부담이 많았다. 그나마 '김운범'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나서야 조금 나아졌다"라며 "변 감독에게 '김운범을 다른 배우가 하고, 내가 '서창대' 하면 안 되냐'고 제안한 적도 있다. 부담이 큰 상태로 촬영 했고, 개봉을 앞둔 지금도 어떻게 보실까 걱정 된다. 유료 시사회 때 김홍엽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님이 가족들과 오셨더라. 고개 숙이고 있었다. 저한테는 참 어려운 인물이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설경구는 이름만 바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기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제가 성대모사처럼 한다고 생각해봐라. 그럼 굉장히 부끄러웠을 것"이라며 "목포 지방 선거 등의 장면을 위해 사투리를 공부 했다. 배운 사투리로 리딩을 하고, 촬영 때는 사투리를 걷어내고 느낌만 가져가기로 했다. 그런식의 작업을 하면서 저와 실존인물과의 중간지점을 위해 타협했다. 그 분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렇다고 따라할 수도 없었다"라고 했다.
또한 설경구는 '김운범' 캐릭터가 '흔들림 없이 제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람'임을 강조하며, 그 부분에 힘을 쏟았다고 했다. 그는 "'킹'이 아니고 '킹 메이커'이지 않나. 이선균이 연기한 서창대가 복잡한 감정을 넘나들며 뛰어 놀아야 하고 저는 그 캐릭터를 위해 자리를 잡아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킹메이커'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개봉하는 정치물이라는 점에서 이슈가 됐다. 대통령 후보를 연기한 설경구에게 '대통령의 덕목이 뭐냐'고 물었더니 "'이거다'라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다"라며 직접적인 대답은 피했다. 그는 "제 대사는 아닌데 이 실장(조우진)이 마지막에 내뱉은 말이 와닿았다. '당신의 대의가 김운범이면 나의 대의는 각하다. 정의는 승자의 단어다'라는 말이 무섭다고 느껴졌다. 정치하는 분들은 각자의 정의를 위해 싸우는 분들 같다. '각자 정의가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이 영화의 미덕은 배우를 보는 맛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설경구는 이번 영화를 통해 이선균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그는 "사람 자체가 좋다"며 이선균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울러 "기복이 없다. 후배지만 멘탈이 강하다. 단단하고 든든한 사람이라 제가 영화에서처럼 믿으며 함께 갔다. 늘 즐겁게 촬영했다"라며 미소 지었다.
설경구가 '서창대' 역으로 이선균을 추천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에 대해 설경구는 "'자산어보' 때 친분이 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변요한이 생각나더라. 그래서 이준익 감독에게 툭 던졌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우연히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다가 혼잣말로 '아! 선균이'라고 했다. 변 감독은 이선균을 생각하지 않을 때 였는데, 제가 이야기하긴 했다. 그런데 추천이라기 보다 의견을 물어본거였다"고 했다.
특히 설경구는 '킹메이커'를 통해 '사람'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이 뭐냐'는 질문에 "뭘 얻으려고 한 건 아닌데 작품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얻었다.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이선균, 조우진 등을 만났다. 유재명과도 함께 연기 했다. 이 작품이 여러모로 저한테 도전적인 작품이었지만, 좋은 배우들을 얻어 기쁘다. 관객 여러분에게도 이 영화의 미덕은 배우보는 맛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1993년 연극 '심바새매'로 데뷔해 30여년 가까이 연기한 설경구다. 그런데도 여전히 도전하고 있고, 새로 맡게 되는 캐릭터에 부담을 느낀다. 또 작품을 할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설경구는 "작년 기술 시사 때 스태프들과 먼저 영화를 봤다. 그때는 전체를 못 보고 제 모습만 봤다. 아쉬운 부분들이 여럿 눈에 들어오더라. 이후 언론시사 때 두번 째로 봤다. 그때 처음 보단 좀 더 크게 보였다"라며 "저는 아직도 작품에서 제가 연기하는 모습이 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늘 아쉬운 부분들이 보인다. 작품을 할 때마다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도, 관객들에겐 설경구가 최고의 배우라는 사실엔 이견이 없다. 그는 지난해 '자산어보'로 국내 유수의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설경구는 "영화 데뷔 초반에 사실 상을 많이 받았다. 그때는 '영화를 하면 늘 상을 받는구나' '늘 해외에 나가는 구나'라고 엉뚱한 생각을 했다. 너무 힘들어서 안 간 영화제도 있었다. 그러다 10년 정도 모든게 뚝 끊기더라"라며 "'불한당' 때 상을 받고, 작년에 많은 상을 받았다. 과거에 멋모르고 상을 받았을 때와 달랐다. 신인상 받았을 때보다 더 떨리더라. 상의 무게라기 보다 그저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상 받으려고 열심히 한 건 아닌데 모든 것이 너무 감사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상이 기대하면 안 오는 것 같다. 편안하게 즐기면 보너스처럼 주어지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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