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교 소방청장 "소방관 희생 더는 없게 현장 대응체계 더 꼼꼼히 살필 것" [세계초대석]

송민섭 2022. 1. 1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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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화재로 구조대원 3명 잃어 참담
화재 발생시 대형 피해 막기 위해선
산업안전·건축 등 종합대책 마련돼야
소방공무원 정신건강 치료·관리 필요
전체의 47.9% 2만4561명 위기 수준
스트레스 회복 위한 심신수련원 계획
중앙과 시·도간 인사교류 여전히 미흡
조직 일원화·소방청 특별회계 신설돼야
'19년간 동결' 화재진화수당 인상 추진
이흥교 소방청장이 18일 세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 5만달러를 향해 달려가는 한국은 이제 안전이 우선이고 기본인 사회가 돼야 한다”며 “우리 모두가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의 동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도 소방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국민의 안전과 대원들의 안전,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모두의 안전을 지켜내야 하는 소방의 영원한 숙제를 풀기 위해 모든 힘과 지혜를 모으겠습니다.”

지난달 4일 취임한 이흥교(59) 소방청장은 요즘 거의 매일 세종과 광주를 오간다. 광주 서구 아파트 신축 공사 도중 외벽 붕괴 사고로 매몰된 5명에 대한 구조활동 등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크레인 전도 가능성 등 현장 상황이 너무 위험해 섣불리 구조대를 전면 투입할 수가 없다. 이 청장은 18일 “대원들의 안전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신속한 실종자 수색과 구조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달 6일에는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로 이형석 소방경과 박수동 소방장, 조우찬 소방교 3명의 구조대원이 화마에 스러졌다. 8일 영결식과 13일 전국 소방지휘관 영상회의 등이 이어졌다. 이 청장은 “소중한 구조대원 세 분을 잃게 된 일로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이라며 “순직사고가 재발한 현 상황을 소방의 위기로 인식하고 소방의 현장 대응체계를 재설계하는 차원으로 기존 여러 규정과 매뉴얼을 면밀히 검토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관련해 이 청장은 “소방은 (코로나19 확진·의심자 이송 등) 감염병 재난 극복에 적극 동참하면서 화재·구조·구급 등 일상의 안전을 지키는 활동에도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문재인정부 5년간 소방청 독립, 국가직 전환, 현장 부족인력 2만명 충원, 국립소방병원 건립 등 소방에 대한 다각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었다”며 “이러한 지원들이 국민안전을 더욱 확고히 지킴과 동시에 소방관들 안전확보와 사기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소방청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평택 참사와 광주 사고 전후 네 차례에 걸쳐 서면과 전화로 진행된 이 청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소개한다.

-평택 화재 현장서 순직한 119구조대원 세 분의 영결식 다음날 페이스북에 ‘국민과 대원의 안전 모두를 지켜내는 게 소방의 영원한 숙제’라고 밝혔다. 청장께서 생각하는 이 지난한 숙제의 해법은 무엇인가.

“영결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께서 제게 국립소방병원의 차질 없는 건립과 사고재발 대책 마련 그리고 소방대응체계 정비를 각별히 당부하셨다. 화재는 초기 빠른 인지와 전파(경보), 정확한 소방시설 작동 등 소방안전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재발생 자체를 막거나 화재발생 시 빠르게 대형화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소방분야 외에 산업안전, 건축 등 여러 분야의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 아울러 현장 지휘관 역량과 소방대원의 대응 능력 향상을 위한 획기적인 교육 훈련과 이를 뒷받침하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 운영 시스템을 만들겠다. 또한 대형 화재에 활용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 탑재된 소방장비를 조속히 도입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

-2019년 5월 헝가리 여객선 침몰 사고 당시 급파된 우리 구조대원들에게 헝가리 당국이 현장 안전이 확보된 이후에만 수색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기조를 견지한 게 인상적이었다. 이번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대응 과정에서 당국이 ‘선(先) 안전, 후(後) 구조’ 원칙을 견지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

“구조물 안전진단 결과 크레인 전도 및 추가 붕괴 가능 등 현장의 불안정성으로 수색활동 자체가 곤란한 상황이라면 구조대 투입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그러나 국민보호 임무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만큼 예측되는 모든 위험에 대비하여 구조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근 평택 화재 현장에서 동료의 순직 소식을 듣고 진화 작업을 벌이던 소방관들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장면이 많은 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매년 소방관들의 심신 건강 상태가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2020년 소방공무원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증 등 정신건강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한 인원이 2만4561명으로 전체의 47.9%에 달한다. 소방공무원 10만명 당 자살률은 31.2명으로 일반인구의 그것(25.6명)보다 높다. 최근 10년간 소방공무원 중 순직자는 44명이고 공상자는 5916명 발생했다.

“소방공무원은 수많은 재난·사고에 출동해 참혹한 현장을 수시로 접하고 긴급출동, 교대근무, 구조 대상자의 폭행·폭언, 동료의 순직 등으로 심리적 문제가 발생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 소방청에서는 매년 ‘찾아가는 상담실’, ‘스트레스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 ‘마음건강 검사·진료비 지원’ 등 다양한 보건안전지원사업을 통해 소방공무원의 마음 건강과 스트레스 조기 해소를 돕고 있다. 소방공무원의 전담 멘탈케어 및 스트레스 회복력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할 수 있는 소방심신수련원 건립도 추진 중이다. 소방공무원들은 마음 건강 문제와 함께 업무 수행 과정에서 다양한 물리적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데 화상, 연기 등 유해물질 흡입, 근골격계 부상이 대표적이다. 근골격계질환의 경우 예방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지만 소방관 질환 특성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와 전문진료 서비스가 부족한 실정이다. 소방관들에 대한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위해 충북 음성에 국립소방병원 건립이 진행되고 있다. 화상과 정신건강, 재활(근골격계) 등 직업성 질병·재해에 특화된 치료가 가능하고 관련 연구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12월4일 취임 후 첫 현장방문지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지역사회 전파를 막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는데.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1월부터 올해 1월5일까지 소방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는 13만629명, 의심자는 31만2350명을 긴급이송했다. 병원 전원은 7016명, 검체 이송은 3333건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코로나19 확진·의심자를 이송하면서도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처치 및 이송하는데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송업무를 담당하는 구급대원과 구급차가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전국 소방서에서 보유하고 있는 예비구급차 137대를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관련부처와 대체인력(1급응급구조사, 간호사, 운전요원) 등 확보를 위해 협의 중에 있다. 2월초 쯤에는 현장에 배치될 예정이다. 음압구급차는 현재 전국에 25대가 운영 중인데 올해 55대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226대까지 순차적으로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소방공무원 국가직화가 이뤄진 지 2년 가까이 돼 간다. 처우 개선 및 재난재해 대응력 강화 등 구체적인 성과와 앞으로 보완, 강화돼야 할 점은 무엇인지 말씀해달라.

“소방직 국가직화로 사전에 준비된 전국의 소방인력과 장비를 재난 규모에 따라 신속하게 동원·안배하는 국가소방력 동원체계가 완성됐다. 이를 통해 최근 5년간 7분내 현장 도착률은 63.1%에서 67.3%로, 심정지 환자 병원전 자발순환 회복률은 8.9%에서 9.9%로 증가했다. 각 시·도에서 개별적으로 출동하던 소방헬기를 소방청 항공운항관제실에서 통합 출동시키는 소방헬기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했고, 주요 국가항만의 소방 안전을 위해 2027년까지 부산, 울산, 인천, 광양에 고성능 소방선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국민들이 전국 어디서나 균등한 소방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시·도간 격차를 해소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5년 전 시·도간 소방인력 편차는 36.3%였으나 현재는 4.1%에 불과하다. 나홀로 근무하는 ‘1인 지역대’는 같은 기간 57개소에서 0개소로 완전 해소됐다. 구급차 3인 탑승률은 31.7%에서 87.1%로 크게 늘었다. 향후에는 전국 소방의 일사분란한 지휘보고 체계 확립을 위해 소방청→시·도 소방청→소방서로 조직체계를 재구축해야 한다. 임용권 이원화로 중앙과 시·도간 인사교류도 미흡하다. 현장감각과 정책기획 능력을 겸비한 지휘관 양성에 어려움이 있다. 이를 위해 자치경찰처럼 일정 계급 이상 소방공무원의 임용권은 시·도지사에서 대통령으로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현 정부 들어 소방공무원을 2만명가량 증원했는데, 소방인력 운용에 숨통이 트인 것인가.

※문재인정부는 2017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현장부족인력 등 1만7815명을 충원했다. 올해 계획대로 1972명을 증원하면 현 정부 들어 소방공무원 1만9787명을 충원하게 된다. 이로써 소방공무원 현장인력 부족률은 2017년 31.1%에서 2021년 7.2%까지 줄었다.

“과거엔 화재진압이 곧 소방사무라는 정형화된 틀로 소방사무를 전적으로 지방사무로 취급하였지만, 현실은 소방사무 중 국가·공동사무가 68.7%에 달한다. 업무영역은 초광역단위 구조·구급·특수사고와 생활안전 등으로 확장돼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해외 어느 나라보다 광범위한 사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소방사무 성격의 변화를 반영하고, 국민안전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차기 정부에서도 국가단위 재난대응체계를 공고히 하고, 재난 초기부터 우세한 소방력이 신속하게 투입될 수 있도록 시·도 소방청 설치 등 중앙-지방 소방조직을 일원화하고, 소방재정의 안정성 확보와 소방재원 확대를 위해 시·도와 같이 소방청에도 특별회계가 신설돼야 한다고 본다.”

-여성과 장애인 등 균형인사가 공무원 사회의 화두 중 하나다. 소방청 상황은 어떠한가.

“여성 소방공무원에 관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소방청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6만5000여명의 소방공무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0% 정도로 일각에서는 여성 비율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다만 대인행정이 아니고 긴박한 재난사고에 물리적이고 직접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소방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일반직 등 다른 직렬이 실시하고 있는 양성 평등채용제를 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구급대원, 소방차 운전, 상황관리, 홍보 등 여성 소방공무원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역할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여성 비율을 높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소방공무원노조 등에서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한 특별방지책 마련과 함께 현장 중심의 지휘체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열악한 보수·근무체계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높던데.

※소방관들의 화재진화수당은 1990년 월 4만원으로 신설된 후 2001년 8만원으로 인상 이후 19년간 동결돼 있다. 1982년 신설된 교정직공무원의 계호업무수당은 그간 다섯차례 인상돼 현재 월 17만원이다. 특정업무경비는 소방공무원 개인별로 17만∼27만원인데, 이는 37만∼47만원인 경찰공무원과 비교해 2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소방공무원의 현행 교대근무체계는 3조2교대 근무가 원칙이되 지역별 업무량·강도에 따라 A, B, C로 그룹화해 교대근무 방식을 달리 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현장경험이 지휘능력 향상에 유용한 부분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지휘를 위해서는 현장경험 뿐만 아니라 재난에 관한 학습과 연구, 조직관리, 대외 소통·협력 등 다양한 능력과 경험이 겸비돼야 한다. 앞으로는 지휘관급으로 승진 시에 일정한 현장경험을 필수요건으로 하고, 현장지휘관 자격인증제를 조기에 정착시켜서 자격취득자가 현장지휘를 맡도록 추진하겠다. 교대근무 체계는 국민안전을 지키는 현장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고 소방관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다양한 요소를 비교·분석해 최적의 교대근무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화재진화수당은 월 18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인사혁신처,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6·25참전용사였던 선친이 돌아가시면서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고 서울·경기 공장 등에서 일하면서 검정고시를 준비, 합격한 입지전적인 인생을 살아왔다. 청장께서 생각하는 소방의 가치와 청장으로서 매진할 부분은.

“소방이 추구하는 가치는 국민안전과 생명존중이다. 위급한 재난사고 현장에서 이러한 가치를 구현하고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는 동료애도 발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방청장으로서 앞으로 ‘소방관의 안전이 곧 국민의 안전’이라는 원칙하에 현장 대원들의 안전을 챙기고 소통과 화합, 자율과 책임이 넘치는 단단하면서도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겠다. 우리나라는 이제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 5만달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는 안전이 우선이고 기본인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의 동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책은 바로 국민 여러분의 참여와 지원 속에서 효과가 발휘될 수 있고 자신과 일터의 안전은 1차적으로 당사자가 책임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소방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린다.”

이흥교 소방청장은…●강원 삼척(1963년)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1992년) ●강원대 대학원 소방방재공학 석사 ●소방간부후보생 7기(1993년) ●강원 동해소방서장(지방소방정) ●강원소방학교장(소방정) ●소방방재청 소방재난상황실장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소방정책과 정책지원계장 ●강원소방본부장(소방준감) ●소방청 기획조정관(소방감) ●소방청 차장(소방정감) ●부산소방재난본부장 ●소방청장(소방총감·2021년 12월∼)

대담=박연직 사회2부장, 정리=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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