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천년의 빛, 천년의 고집..장철영 나전장

KBS 지역국 2022. 1. 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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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바다의 보석, 빛의 예술로 불리는 나전칠기는 불화, 청자와 함께 고려를 대표하는 공예품이었는데요,

나전칠기 가운데서도 특히 품질이 우수한 통영 나전의 맥을 잇는 나전장이 있습니다.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고려나전 모란당초문경함'.

질 좋은 통영 자개로 장철영 나전장이 재현한 고려시대 걸작입니다.

["이렇게 세밀하게 어떻게 그때 당시에 만들었을까?"]

수천, 수만 번의 끊음질과 줄음질.

전통에 대한 고집이 보석보다 찬란한 광채를 완성합니다.

통제영 12공방 중 나전칠기를 만들던 패부방입니다.

국가무형문화재 나전장 송방웅 선생의 이수자인 장철영 씨는 패부방의 맥을 잇는 장인입니다.

스승의 작품을 재현한 문서함.

자개와 금, 은이 어우러진 찻상.

하나같이 전통기법대로 만든 겁니다.

[장철영/나전장 : "통제영 12공방에서 이렇게 내려오는 산수끊음질 기법입니다. 이렇게 끝이 뾰족한 자개를 그대로 잘라서 하나하나 톡톡톡 상사칼로 끊어가면서 붙여나가는. 시문하는 그런 기법이고…."]

옻칠한 목판에 베를 붙이고 칠죽을 바른 뒤 옻칠과 건조를 반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전작업이 시작됩니다.

자개는 빛깔과 품질이 좋은 자연산 전복껍데기를 고집합니다.

패부방에서 쓰던 기법과 전통도구를 고집하는 나전장의 주특기는 산수끊음질입니다.

목자와 거도로 뾰족하게 자른 자개는 기계로 자른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요,

눈대중과 감각을 동원한 산수끊음질은 손톱과 혀가 최고의 연장이 됩니다.

전통 나전칠기는 스무 번에서 서른 번이 넘는 공정을 거치는데요,

화학 안료 대신 모든 재료는 만들어 씁니다.

["작품은 제대로 만들어져야 가치를 발하고 그 맥을 이어나갈 수 있는 본질이 유지되는데…."]

나전칠기 행복마을학교 수업이 한창입니다.

패부방 장인이 된 것처럼 학생들의 손놀림이 진지한데요!

[장철영/나전장 : "학생들에게 우리의 문화가 어떤 것인지, 내 고장에 이렇게 멋진 나전공예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이현희/나전칠기 행복마을학교 교장 : "마을학교를 통해서 나전을 알리고 진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었습니다."]

나전장의 세심한 지도로 학생들은 생소했던 전통문화에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강수민/충무여중 1학년 : "맨날 동생이랑 집에서 휴대폰 보고 놀다가 이렇게 야외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예술문화를 배워보고 또 살펴보아서 할머니도 좋아하셨고 저희 가족들도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양하경/충무여중 1학년 : "배울 점도 많았고 진로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해 볼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통영의 한 중학교.

학익진을 표현한 나전작품에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장철영 나전장과 학생들이 합심해 만든 작품입니다.

[장경선/충무여중 교사 : "선생님께서 직접 끊음질이나 주름질 같은 이런 전문적인 기술을 세심하게 가르쳐 주시면서 아이들한테 안내를 해주시다 보니 아이들도 점점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조각조각 자개를 끊어 붙이듯 이어온 46년. 원형을 지켜온 그 긴 시간에 이어 현대를 접목한 더 큰 꿈을 새깁니다.

[장철영/나전장 : "통제영 12공방의 마지막 편수였던 박정수 선생님, 송주안 할아버지 선생님, 그리고 송방웅 선생님으로 이어져 온 이 나전공예를 세계화시키는 게 저의 마지막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음질이 끊어지지 않도록 그래서 세계 속의 나전이 되도록 나전장은 다시 옛 연장과 옛 방식대로 끊음질을 이어갈 것입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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