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의 찬사 "평균 이하인데 성공한, 베어스 최고 좌완"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대단한 선수 생활을 했다고 본다. 다들 어렵댔는데 성공했으니까."
두산 베어스 좌완 유희관(36)이 18일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현역 연장과 은퇴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다 끝내 야구공을 내려놓기로 했다. 유희관은 2013년부터 좌완 에이스로 활약하며 8년 연속 10승을 거뒀고, 지난해 두산 프랜차이즈 좌완 최초로 100승 고지를 밟았다. 유희관은 통산 성적 281경기(1410이닝), 101승69패, 평균자책점 4.58을 기록하고 마운드와 작별했다.
유희관이 2009년 두산에 입단했을 때부터 동고동락한 동료들은 유희관만큼이나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은퇴 발표 뒤 너도나도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유희관을 응원했다.
강석천 두산 수석코치(55)는 "(유)희관이에게 그동안 팀을 위해서 뛰어줘서 코치로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야구는 잘할 때도 못 할 때도 있다. 선수는 언제든 그만두는 순간이 온다. 은퇴를 고민하면서 선수 생활을 쭉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고생했고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언제 밥이나 한 끼 하자"고 이야기했다.
정재훈 두산 투수코치(42)는 유희관이 은퇴를 고민하고 결심하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다. 정 코치는 "희관이랑 계속 통화를 하며 상황을 확인했다. 지금은 내가 코치지만, 나도 은퇴한 지 얼마 안 됐다. 본인이 많이 아쉬울 것이다. 그래도 아직 충분히 해줄 수 있는 나이고 상황인데 은퇴를 결정해서 본인이 제일 아쉽겠지만, 나도 아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유희관은 시속 130km대 직구와 시속 120km대 싱커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평균 이하의 구속으로도 최고의 좌완 에이스로 활약해 '느림의 미학'으로 불렸다. 구속이 느리다는 이유로 유희관의 커리어를 평가 절하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동료들은 하나같이 "최고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정 코치는 "야구에서 편견을 깬 선수다. 본인이 가진 게 한국 프로야구에서 평균 이하이지 않았나. 그런데도 평균 또는 평균 이상인 선수들보다 훨씬 나은 성적을 거뒀고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냈다. 가진 사람이 성공한 것보다 희관이가 2~3배는 더 가치 있는 기록을 세웠고, 그 노력을 높이 사줘야 한다. 대단한 선수 생활을 했다고 본다. 다들 어렵다고 했는데 성공했으니까"라고 힘줘 말했다.
안방마님 박세혁(32) 역시 "희관이 형은 편견을 깬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공이 느리면 안 된다는 편견을 깬 선수다. 포수로 봤을 때 제구도 좋고 경기에서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항상 컸던 투수로 기억한다. 투수가 구속으로만 싸우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선배다. 내가 희관이 형의 프로 첫 승과 100승을 함께한 포수라는 게 또 의미가 있다"며 "첫 승을 한 게 엊그제 같고 정이 많이 들었는데 은퇴를 한다고 해서 아쉽다"고 털어놨다.
2009년 입단 동기인 3루수 허경민(32)은 유희관을 다재다능했던 선수로 추억했다. 허경민은 "희관이 형이 나랑 (박)건우, (정)수빈이한테 항상 '우리가 입단한 해가 황금 드래프트 해'라고 이야기했다. 그랬던 형이 그만둔다고 하니 많이 허전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내가 감히 이야기하자면 손의 감각 하나만큼은 대한민국에서 정말 손꼽힐 정도 아닌가 생각한다. 손으로 하는 것은 뭐든지 잘하는 형이었다. 야구뿐만 아니라 구기 종목은 어떤 것을 해도 잘할 정도로 손끝 감각이 타고난 선수였다. 무엇보다 주위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가서 멋진 형이었다"고 덧붙였다.
명실상부 두산 역대 최고의 왼손 투수로 멋진 선수 생활을 한 만큼, 새로운 삶도 멋지게 살길 응원했다. 정 코치는 "허탈한 마음이 없어지려면 시간이 조금 지나야 해결될 것이다. 그래도 빨리 인정하고 상황에서 벗어나야 무엇이든 한 발 더 나갈 수 있다. 은퇴는 누구나 아쉽다. 내가 은퇴할 때도 그랬지만, 이승엽 선배도 안 아쉬웠겠는가. 그렇게 야구를 잘했는데. 오랫동안 해온 일을 안 하게 된 아쉬움이 크겠지만, 희관이가 그동안 야구를 한 거로 봐서는 무엇을 하든 잘할 것 같다. 워낙 야무지고 뭐 하나 하려고 하면 해내는 성격이니까"라고 조언을 곁들여 힘을 실어줬다.
허경민은 "희관이 형이 빠르지 않은 구속으로 느리게 느리게 정상급 선수로 오랜 시간 함께했다. 제2의 삶도 느림의 미학처럼 천천히 천천히 정상급으로 올라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먼 나중에 은퇴하겠지만, 은퇴해서도 정말 좋은 삶을 사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 제2의 삶도 유쾌하게 시작했으면 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지금은 두산을 떠난 입단 동기 박건우(32, NC 다이노스)도 선수 유희관을 향한 마지막 인사를 잊지 않았다. 박건우는 "두산 베어스 최고 좌완투수로 팀을 이끌어주느라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사실지 모르겠지만, 그 길을 잘 펼쳐놓으시면 나도 나중에 따라가겠다"며 "긴 선수 생활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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