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설경구 "자기관리 철저? 난 지겨울 정도로 똑같은 사람"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설경구가 영화 '킹메이커'로 색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설경구는 18일 오후 마이데일리와 화상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26일 신작 '킹메이커'(감독 변성현) 개봉을 앞두고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풀어냈다.
'킹메이커'는 세상에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드라마를 그린 작품.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참모였던 故 엄창록, 그리고 1960-70년대 드라마틱한 선거 과정을 모티브로 영화적 재미와 상상력에 기초해서 창작된 픽션이다.
지난 2017년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어 국내외 극찬을 받은 동시에 독보적인 팬덤을 형성했던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의 변성현 감독과 설경구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 일찌감치 큰 관심을 모았다.
극 중 설경구는 김운범 역할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김운범은 수차례 낙선했음에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인물. 승리를 위해서는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이 동반돼야 한다고 믿는 그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뜻을 함께한 선거 전략가 서창대와 손을 잡고 선거판을 뒤흔들며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게 된다.
특히 지난해 영화 '자산어보'로 남우주연상 4관왕을 달성한 설경구는 묵직한 존재감으로 김운범 캐릭터를 완벽 소화, 또 한 번 관객들을 놀라게 할 전망이다.
이날 설경구는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을 맡았던 만큼, 그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는 "김운범은 위치상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는 인물이고 정치 지도자로서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지만, 되게 외로운 캐릭터였다. 주도적으로 끌고 가기보다 참모들의 얘기를 듣다가 실없는 소리하고 지나간다든지 아니면 짧게 한마디 하고 지나간다든지 리액션을 많이 한다. 그래서 대화가 아닌, 되게 혼자 하는 캐릭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되게 어려웠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내 설경구는 "모티브가 되는 인물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 지레 더 어려워했다. 부담감을 극복했다기보다 외롭지만 현장에 동료들이 있었기에 즐겁게,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워낙 잘하는 배우분들이 함께하지 않았나"라고 터놓았다.
이어 "어쩔 수 없이 영화를 보다 보면 실존 인물이 연상되는 부분이 있어서,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다른 방향으로 갈 수는 없었다. 그 시대 촬영된 동영상이 있어서 참고는 했었다. 이미 공개되어 있는 모습들을 눈에 많이 담으려 했다"라며 "하지만 따라 하자 그런 건 아니었다. 보기는 봤지만 그걸 따라 하려 하진 않았다. 제가 따라 한다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모사한다 해서 되는 게 아니라 포기했다. 닮아가려 하기보다 오히려 주어진 대사에 집중했다. 힘들었지만 과정은 즐거웠다"라고 밝혔다.
올곧은 신념의 김운범과 싱크로율은 어떨까. 앞서 상대역 이선균은 설경구에 대해 "선배로서 역할, 끌고 가는 주연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 편협하지 않고 정말 김운범 역할 그 자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설경구는 "제가 싱크로율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김운범처럼 그런 큰 인물은 설경구한테 버겁다. 많이 알려져 있는 것 자체가 버겁다"라며 "제가 두루두루 전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그릇은 못 되고, 개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려고 많이 노력한다"라고 겸손하게 얘기했다.
또한 그는 배우로서 신념에 대해 "제가 하는 일이 큰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어떤 소신, 신념을 갖고 임하기보다 당장 내일 찍을 신을 위해 며칠 전부터, 혹은 한 달 전부터 고민하고 호기심을 안 놓치려 한다. 이게 제 목표 방향이다"라며 진중한 자세와 변함없는 초심을 엿보게 했다.
자기관리에 철저하기로 유명한 설경구. 이에 대해선 "저는 지겨울 정도로 똑같다. 20년 가까이 똑같이 하다 보니 그렇게 안 하면 안 되는 지경까지 온 것일 뿐"이라며 "촬영 콜 4시간 전에 일어나서 땀 빼고 빨래하고 가는 게 저의 루틴이 되어서 안 하고는 못 배긴다. 계속 쌓여지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라고 답했다.
변성현 감독을 향한 남다른 신뢰감을 표하기도. 설경구는 "'킹메이커' 출연은 변성현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가장 큰 이유"라며 "'킹메이커'는 '불한당' 팀이 어떻게 시간을 다 맞춰서 그대로 다 같이 작업을 했다. 이 팀이 어떻게 만들어가느냐가 되게 궁금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사실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커서, 변성현 감독님 작품이라 거절은 못 하겠지만 걱정은 많았다"라고 털어놓기도. 그럼에도 출연을 결심한 그는 "'불한당'을 함께하며 변성현 감독님이 영화적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제가 '불한당'을 준비할 당시 그 틀을 깨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과정을 겪고 촬영하다 보니 감독님이 제게 궁금한 사람이 됐다. 제가 감독님 스타일을 되게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설경구는 변성현 감독과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도 함께하는 바. 그는 "감독님의 전작도 그렇고 '킹메이커'도 그렇고 매번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거 같다. 이후도 되게 궁금한 감독님이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너무 궁금한 사람이다. 그래서 더 끌린다"라며 "작품마다 다른 콘셉트를 갖고 접근하고, 그리고 감독님은 확신이 없으면 자신 없어한다. 자기 속을 다 보여주는 사람이다. 모르면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분이다. 근데 또 확신이 생길 때까지 접근하려는 사람이라 더 신뢰가 간다"라고 말했다.
후배 이선균과의 첫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설경구는 이선균에 대해 "전작 '불한당'을 찍을 때 전혜진(이선균 아내)을 통해 몇 번 만나는 자리를 가졌었고, 인상이 좋았다"라며 "이선균이 왠지 서창대 역할을 할 거 같았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서창대는 상당히 어려운 인물이다. 감정선을 드러나게 표현하는 역할도 아니고, 정말 어려운 캐릭터인데 이선균이 그 복합적인 감정 표현을 잘 했다. '킹메이커'라는 제목에서 알다시피 우리 영화는 킹메이커 서창대가 끌고 가는 영화이지 않나. 그 역할을 너무나 잘 해줬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선균이라는 배우는 되게 일반적인 사람이다. 기복 없고 멘탈 강하고 흔들림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며 "현장을 즐겁게 두루두루 다 잘 챙기는 스타일이다. 서창대랑 딱 맞는 캐스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라고 치켜세웠다.
끝으로 설경구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해 한 차례 개봉 연기 끝에 드디어 관객들에게 선보이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다음 주(26일) 개봉이 와닿지가 않는다. 개봉이 정해지고 배우 인생 처음으로 미뤄지다 보니까, 별 이런 현상이 생겨서 낯설기도 하다. 저희가 보여드릴 이야기들이 관객분들에게도 같이 소통이 잘 됐으면 싶다. 정치 이야기보다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로 접근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많이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봐주셨으면 좋겠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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