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지속성 의문"..신라젠 상폐 결정
코스닥위서 한달내 최종 확정
개선기간 부여 여부 등 재심의
바이오株에 또 악재..투심 위축
전 경영진의 배임 및 횡령 문제로 2년 가까이 주식거래가 정지됐던 신라젠(215600)에 대해 18일 코스닥 기업심사위원회가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기심위가 코스닥 상장폐지 절차의 2심 격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마지막 기회인 시장위원회 심사가 남아 있지만 신라젠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17만 개미’ 투자자들의 불안은 가중됐다. 최근 오스템임플란트(048260)의 대규모 횡령 사건과 메드팩토(235980)의 임상 중단, 셀트리온(068270)그룹의 고의적 분식회계 의혹 등 코스닥 바이오 기업에 잇따라 악재가 터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라젠의 상장폐지가 증시에 또 다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신라젠의 거래 재개 여부를 결정하는 기심위를 열고 신라젠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라젠의 최종 상장폐지 여부는 앞으로 20영업일 이내에 열릴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확정된다. 상장폐지 절차의 3심 격인 시장위원회 역시 기심위와 마찬가지로 상장폐지나 개선 기간 부여를 결정할 수 있다.
신라젠은 지난 2020년 문은상 전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이 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같은 해 5월부터 약 1년 8개월 동안 주식 거래가 정지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 기심위를 통해 최대주주 변경 등의 내용을 담은 1년 간의 개선을 요구받은 신라젠은 엠투엔을 새로운 최대주주로 맞아 총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 원 규모의 자본을 조달하는 등 거래소의 과제를 완료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이날 기심위는 신라젠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는데, ‘영업의 지속성’ 여부가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약 개발 기업이지만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후보 물질)이 불투명하고 신라젠을 인수한 자회사의 신약 개발 능력도 불확실한 것이 상장폐지 결정의 이유가 됐다는 것이다. 1,0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해 미국의 신약 개발 전문 업체 GFB를 인수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지만 제약·바이오 경험이 없는 최대주주가 신약 개발이라는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기심위의 결정에 따라 16만 5,600명에 이르는 신라젠 개인주주들의 고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라젠 측이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당장 상장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지만 단기간에 거래가 재개될 가능성 역시 높지 않기 때문이다. 또 시장위원회에서 다시 상장폐지 결정이 나더라도 회사가 이의 신청을 하면 한 차례 더 심사를 받을 수도 있다.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자리까지 올랐던 신라젠은 전체 지분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92.61%에 달한다.
한편 이번 기심위의 결정은 가뜩이나 움츠러든 코스닥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전방위적인 피해도 예상된다. 연초부터 터진 대형 횡령 사고로 거래 정지된 오스템임플란트가 오는 24일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 여부를 가리는 심의를 앞두고 있고 2월에도 ‘인보사 사태’로 거래 정지된 코오롱티슈진(950160)에 대한 시장위원회의 심리가 열리는 상황에서 낙관적인 결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 밖에도 바이오 대장주 중 하나로 꼽히는 셀트리온그룹의 분식회계와 신약 기업 메드팩토의 임상 중단 논란 등의 악재가 겹치며 주요 제약 및 바이오 종목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13%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다. 금융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기업의 주가는 개별 종목별로 움직이기보다 호·악재에 따라 전체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높다”며 “바이오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신라젠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부각되며 당분간 투심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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