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억세게 운 나쁜 중국 남성..시안 · 톈진 오가다 격리만 한 달
중국 산시성 시안시에 사는 우 모 씨는 지난해 12월 22일 업무차 톈진으로 출장을 갔습니다. 우 씨가 톈진에 도착한 지 한 시간 뒤 시안시는 전격적으로 도시 봉쇄를 발표했습니다. 진시황 병마용 등으로 유명한 인구 1,300만 명의 도시 시안에 코로나19 환자가 확산하자, 방역 당국이 도시 전면 봉쇄를 결정한 것입니다. 우 씨는 업무도 보지 못하고 곧장 격리 시설로 향해야 했습니다. 중국의 방역 지침상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중위험 혹은 고위험 지역에서 온 사람은 의무적으로 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 씨는 그렇게 2주간의 격리를 마치고 톈진을 떠나 여자 친구가 있는 시안 인근 셴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우 씨가 돌아온 지 이틀 뒤 이번에는 톈진에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번에도 방역 당국은 우 씨에게 격리를 명령했습니다. 역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역에서 왔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특히 전염성이 큰 오미크론 변이 환자가 나온 만큼, 격리 시설에만 머물다 왔다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었습니다. 우 씨는 이렇게 시안과 톈진을 오가다 격리만 잇따라 한 달을 해야 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은 우 씨를 '억세게 운이 나쁜 남성'이라고 불렀습니다.
중국 "오미크론, 국제 우편물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방역 책임 돌리나
하지만 이런 고강도 정책에도 불구하고 오미크론 변이가 중국에서 속속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베이징과 톈진, 상하이, 허난성, 광둥성, 랴오닝성 등 6개 지역 8개 도시에서 감염자가 나왔습니다. 이들 지역의 초기 오미크론 환자는 대부분 최근 14일간 해당 도시를 벗어난 적이 없고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도 없습니다. 중국 방역 당국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베이징시 방역 당국이 베이징의 첫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외국에서 온 국제 우편물을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감염자는 지난 15일 오미크론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그에 앞서 11일 캐나다에서 온 우편물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우편물의 겉면과 내부 종이 등에서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했습니다. 중국 방역 당국은 또, 선전에서 보고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도 해외 냉동 시약을 운반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며, 북미 대륙에서 온 포장을 만진 사실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선전의 오미크론 환자 역시 해외 우편물이 원인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입니다. 우한의 전염병 전문가인 양잔츄는 "국제 우편물에 묻어 있던 바이러스가 바람에 날려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 국가우정국은 "국제 우편물에 대한 검사와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중국은 과거에도 냉동·냉장 식품 등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 등 다른 나라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국 본토에서 오미크론 변이 지역 감염이 처음 발생한 톈진에서는 아직 국제 우편물을 받았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습니다. 최근 중국 방역의 허점을 국제 우편물 탓으로 돌리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중국 '춘윈' 시작, 11억 8천만 명 이동 예상…코로나 확산 어쩌나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만큼 베이징을 포함해 일부 지방정부는 주민들에게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어떤 도시와 기업들은 고향에 가지 않는 노동자들에게 현금이나 쿠폰을 주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주민들을 집에 묶어둘 수도 없습니다.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축인 내수 소비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난달 중국의 소매 판매 증가율은 1.7%로, 11월 3.9%에 비해 크게 둔화됐습니다. 중국의 경제 계획 총괄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춘제 연휴 기간 소비를 진작해야 한다"면서 "획일적인 코로나19 통제를 지양해야 한다"고 지방정부에 충고했습니다. 이런 탓인지, 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올해 춘윈 기간 11억 8천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중국 매체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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