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알코올농도 0.05%면 창의적이 된다'는 가설의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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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알코올농도 0.05%를 유지하면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소주를 먹고 기사를 쓴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어나더 라운드> 는, 위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0.05%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지한 중년 넷의 '슬기로운 음주생활기'다. 어나더>
끝으로, 맨 처음 제시한 가설은 맞는 걸까? 혈중알코올농도를 0.05%에 정확히 맞추지 못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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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선생들의 '음주수업' 실험기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유지하면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소주를 먹고 기사를 쓴다. 악플이 두렵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술 마시면 솔직해진다. 몸이 달아오른다. 기사 마감인데도 기분이 좋다. 창의적인지는 모르겠지만 활기차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위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0.05%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지한 중년 넷의 ‘슬기로운 음주생활기’다. 같은 고등학교 교사인 이들의 일상은 지리멸렬하다. 지루한 선생, 매력 없는 남편, 따분한 아빠였던 이들은 한 심리학자의 가설을 접하고 잃어버린 열정을 되찾기 위해 실험에 들어간다. 이들은 저녁 8시 이전까지 마시되, 주말엔 금주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학교에서 수시로 술을 마신 채 수업한다.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어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능력 없는 교사로 지탄받던 마르틴(마스 미켈센)의 수업은 열기로 후끈하고, 생기 없던 니콜라이(마그누스 밀랑)의 음악 수업은 활력이 넘친다. 축구 코치인 토뮈(토마스 보 라르센)의 아이들은 없던 재량을 뽐내며 축구장을 누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이들의 ‘취한 말들의 시간’은 숙취와 사고 없이 마무리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성추행범의 누명을 쓴 보육교사 이야기인 <더 헌트>(2013)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덴마크 감독 토마스 빈테르베르가 연출을 맡았다. <더 헌트>에서 주연을 맡았던 마스 미켈센과 다시 호흡을 맞췄다. 빈테르베르 감독은 애초 알코올에 대한 헌사를 담은 도수 높은(?) 영화를 기획했지만, 제작 과정에서 도수를 많이 낮춰 술의 장단점에 대해 관객 스스로 판단하게 만들었다. ‘알코홀릭’이면 흥분할 영화지만, 술을 좋아하지 않아도 공감 가는 까닭이다.
이 영화는 감독 개인적으로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잊을 수 없는 작품으로 남게 됐다. 촬영 나흘째 되던 날, 딸 아이다를 교통사고로 잃고 말았기 때문이다. 아이다는 영화에서 마스 미켈센이 맡은 마르틴의 딸 역을 연기할 예정이었다.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 ‘아이다에게 영화를 바친다’고 적은 빈테르베르 감독은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으며 “아이다, 방금 기적이 일어났어. 어디선가 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상은 너를 위한 상이야”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학교 장면은 딸의 실제 학교에서 촬영했고, 딸의 실제 친구들도 학생들로 출연했다. 영화가 알코올이 주는 흥겨운 분위기와 함께 깊은 슬픔의 정조를 깔고 있는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마르틴이 술 취해 춤추는 마지막 장면은, 우리를 들뜨게 하는 것도, 위로하는 것도 술이라는 사실을 쓸쓸하게 일깨운다.
미국 아카데미상과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세계영화제를 휩쓴 이 영화는, 미국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전문가 평점인 신선도 지수 92%와 관객 점수인 팝콘 지수 90%를 기록 중이다. 이미 할리우드에 판권이 팔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리메이크작의 제작과 주연을 맡을 예정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끝으로, 맨 처음 제시한 가설은 맞는 걸까? 혈중알코올농도를 0.05%에 정확히 맞추지 못했기 때문일까. 술이 센 탓이었을까. 없던 창의력은 생기지 않았다. 마감은 그저 마감이었다. 다만 덜 괴로운.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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