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내려온 부산.. 한국전쟁 피란민들의 삶 세상 밖으로

권병석 2022. 1. 1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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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피란민들의 증언을 직접 채록해 당시 피란수도 부산의 모습과 피란민들의 삶의 현장을 날것 그대로 전해주는 책 '피란, 그때 그 사람들'이 발간됐다.

부산시와 국립부경대학교가 발간한 이 책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적·세계유산적 가치를 조망하기 위한 구술채록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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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피란, 그때 그 사람들' 발간
부산시-국립부경대 구술 채록집
40명 전쟁난민 생생한 증언 담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중인
피란수도 부산 역사적 가치 조명
피란민 구술채록집 '피란, 그때 그 사람들' 표지 이미지 부경대학교 제공
"동광동 쪽에서 쭉 올라가면 마지막 계단 왼쪽으로 100m쯤 나가 하꼬방 집을 지었지. 원래는 공원이었는데 거기다 집을 짓는 거야. 그때 공원이고 뭐고 없어. 지금 현재 동상과 탑 있는 데는 해병대 부대가 있었어. 우리는 지을 데가 없어서 제일 우에 바로 지금 공원 바닥인 바로 밑이야. 5m 밑일까? 그 밑에다 우리가 지었지. 거기서 산 거요. 집은 마분지하고 가마니하고가 재료야."(김동주씨·88세)

한국전쟁 피란민들의 증언을 직접 채록해 당시 피란수도 부산의 모습과 피란민들의 삶의 현장을 날것 그대로 전해주는 책 '피란, 그때 그 사람들'이 발간됐다.

부산시와 국립부경대학교가 발간한 이 책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적·세계유산적 가치를 조망하기 위한 구술채록집이다.

18일 시와 부경대에 따르면 이 책은 미군부대 노무자, 의사, 교사, 군악대원, 간호사, 위생병, 지게부대원, 포목점 주인, 경륜선수, 독립운동가 후손 등 모두 40명의 구술자들 증언을 바탕으로 3부 550쪽에 걸쳐 임시수도 부산에서의 피란생활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을 싣고 있다.

시의 학술연구용역을 수행한 부경대는 채영희 학무부총장(국어국문학과 교수)을 책임연구원으로 '피란수도 구술 채록 사업단'을 꾸리고 지난 2020년 5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20개월여간 모두 62명의 구술자를 직접 만나 채록하고, 이 중 40명의 증언을 책에 담았다.

1부는 함경도와 평안도, 황해도 출신 피란민의 피란 경험과 부산 정착 과정에 대한 24명의 기억, 2부는 부산과 인근 지역에서 이주해 온 13명의 당시 부산에 대한 기억, 3부는 중국에서 귀국한 독립운동가족과 일본 귀환동포의 부산 정착 과정에 대한 3명의 기억을 기록했다.

이 책은 피란수도 부산, 한국전쟁과 피란민 등을 연구하는 학술자료집으로서도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역사책과 사료 뒤에 숨겨져 있던 피란민의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밝혔고, 특히 한국전쟁 발발 이후 피란을 내려오는 과정과 피란민이 피란수도 부산에 정착하는 과정이 생생히 드러난다.

사업을 총괄한 채 교수는 "연세가 많은 구술자들의 증언을 기록하고 정리해야 해 다급하고 힘든 작업이었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 시대의 대서사가 드디어 퍼즐을 맞추듯 완성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한국전쟁과 같은 비극이 다지는 일어나질 않길, 수없이 희생된 젊은이들이 잊히지 않길 바라는 구술자들에게 이 책이 작은 위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피란, 그때 그 사람들'은 부산 시내 도서관 등에 배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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