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신라젠 상장 폐지 결정.. "신약 개발 능력 있는지 의심"
코스닥 시장위원회로 공 넘어가
한국거래소가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1년 8개월 동안 거래가 정지됐던 바이오 기업 신라젠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한국거래소는 18일 오후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코스닥 시장의 신라젠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결정은 법원에 비유하면 1심 격으로, 신라젠이 바로 증시에서 퇴출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거래소는 앞으로 20영업일 이내(다음 달 18일까지) 코스닥 시장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를 할지, 개선 기간을 추가로 부여할지 등을 결정하게 된다. 또 코스닥 시장위원회에서 상폐 결정이 나더라도 회사 측이 이의제기를 할 수 있고, 그럼 다시 시장위원회에서 최종적인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후에도 회사가 상장폐지 금지 가처분신청 등을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기업심사위원회에서는 신라젠의 신약 개발 능력이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추가로 확보한 1000억원 정도의 자금이 회사를 회생시키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신라젠이 상장폐지 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이 떠안게 될 전망이다.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올랐던 기업이라 신라젠 주식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신라젠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신라젠의 소액 주주는 17만4186명이다. 소액 주주들의 지분율은 92.6%에 달한다. 개인주주 비율로 따지면 당시 전체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현재 거래가 정지된 주가(1만2100원)로 따진 소액주주의 주식 가치는 8016억원에 이른다. 이날 신라젠 주주들은 거래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기업심사위원회에서 거래재개 결정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신라젠은 간암 치료제 ‘펙사벡’이 주목받으며 한때 주가가 10배 급등해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펙사벡’이 임상 중단 권고를 받으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이후 문은상 신라젠 전 대표 등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가 드러나면서 2020년 5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거래정지 처분을 받고 1년 8개월 간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2020년 6월에는 신라젠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문 전 대표 등 전·현직 임원 등 9명을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문 전 대표는 2014년 3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3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000만주를 인수해 191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특허 대금을 부풀려 신라젠 자금 29억3000만원 상당을 관련사에 과다하게 지급하고, 지인 5명에게 스톡옵션을 부풀려 부여한 뒤 38여억원을 돌려받은 혐의도 받았다. 또 자본잠식 상태인 자회사에 500만달러(약 60억원)를 대여한 뒤 전액 손실처리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당시 검찰은 신라젠의 급성장 배경으로 제기된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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