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분쟁에 볼모로 잡힌 가스관.. 獨 연정 내분 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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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ㆍ우크라이나 분쟁의 불똥이 독일 가스관 사업인 '노르트스트림2'로 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우려가 급증하면서 노르트스트림2가 독일 연정 내부에서 거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지나 독일로 이어지는 기존 가스관 노선에 2개 라인을 추가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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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소속 배어복 외무장관 "러시아 제재 수단 돼야"
러시아ㆍ우크라이나 분쟁의 불똥이 독일 가스관 사업인 ‘노르트스트림2’로 튀고 있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가동 문제를 놓고 독일 연립정부 내 거대 정당이 각각 다른 입장을 고수하면서 연정 위기론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정치력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진단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우려가 급증하면서 노르트스트림2가 독일 연정 내부에서 거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모두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은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그 대가에 가스관이 포함되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지나 독일로 이어지는 기존 가스관 노선에 2개 라인을 추가하는 사업이다. 총 길이 1,230㎞, 연간 수송량 550억㎥로, 유럽 천연가스 수요 4분의 1을 충족시킬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9월 완공됐으나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이 승인하지 않아 아직은 미가동 상태다. 미국은 “노르트스트림2 폐쇄” 경고장을 날리며 연일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에도 천연가스는 서방을 에너지대란에 빠뜨릴 수 있는 무기다. 노르트스트림2가 미국과 러시아 양쪽 모두에 볼모로 잡힌 형국이다.
문제는 지난달 초 출범한 독일 연립정부 내에서 가스관 사업을 두고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민당 소속 숄츠 총리는 미국이 추진하는 노르트스트림2 제재안을 거부하고 있다. 가스관은 정치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민간 상업 프로젝트일뿐더러 독일 산업 분야에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매우 중요하다는 이유다. 실제로 가스관이 막히면 석유 98%, 천연가스 92%를 수입에 의존하는 독일 경제는 치명타를 맞는다. 사민당 소속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국방장관은 “가스관 사업이 국제 분쟁에 휘말려선 안 된다”고 주장했고, 케빈 퀴네트 사민당 사무총장도 “가스관 사업이 러시아ㆍ우크라이나 간 영토 분쟁에 관한 대응책이 될 수 없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녹색당 소속 안나레나 배어복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가스관 사업은 중단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지난해 7월 노트르스트림2 완공 조건으로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거나 군사 행동을 할 경우 독일이 러시아를 독자 제재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는 사실도 거론했다. 배어복 외무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도 노트르스트림2 가동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가스관 사업을 둘러싼 분열로 연정 결속력이 느슨해지자 숄츠 총리의 리더십에도 생채기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FT는 “가스관 사업에 관해선 전임 앙겔라 메르켈 총리 정부 노선을 따르는 실용주의자 숄츠 총리가 첫 번째 위기에 맞닥뜨렸다”고 짚었다.
다만 양당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대(對)러시아 정책에 있어 ‘외교적 해결’이 우선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독일은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참여하는 4자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숄츠 총리는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후 “러시아가 위기를 완화하려고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군사적 개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18일 러시아를 방문하는 배어복 외무장관도 “러시아와 안보에 관해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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