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추경 증액" 외치면서도 협상 테이블 앉자마자 삐거덕
심사 난항 관측..국힘 "李하명 추경 아닌 尹 언급 내용 담아야"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이슬기 기자 = 여야가 18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신년 추경(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대대적 증액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역대로 추경 편성 시즌이면 여당은 증액을, 야당은 감액을 예고하며 첨예하게 맞섰지만, 한목소리로 증액을 주장하는 이례적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이는 전국 550만 자영업자들의 표심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정략적 이해관계가 들어맞았다는 것이다.
다만 세부 증액 규모와 지원 대상은 물론 추경 협상 '시점'을 놓고 벌써 이견이 노출돼 추후 심사과정 곳곳에서 적잖은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李 "정부안 14조? 너무 적다"…막바지 증액 압박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신년 추경' 규모로 최소 25조원을 제시했던 만큼 14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정부 추경안의 증액은 필수라는 입장을 견지, 추경안 발표를 앞둔 정부에 막바지 압박을 가했다.
이 후보는 이날 소상공인연합회 신년 하례식에서 "하도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많아 25조∼30조원을 실행하자고 했는데, 정부 추경안이 14조원 정도로 너무 적다"며 "여야간 증액에 합의하면 정부가 반대할 리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후보가) 전에 말씀한 50조원에 못 미치더라도 그에 (비슷하게) 미칠 수 있도록 합의하면 좋겠다"며 대대적 증액 필요성을 역설했다.
민주당은 지난 추경 편성 당시 제외됐던 220만 자영업자들도 이번 추경에는 반드시 보상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문화예술인, 법인택시기사 등으로 법적으로는 소상공인에 포함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이다.
다만 민주당은 이들에 대해서는 '선별 지원'을 구상하고 있다. 이 업종들에는 실제 코로나19로 손해를 보지 않은 대상들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이 증액 규모를 섣불리 제시하지 않는 것도 이들 가운데 지원 대상을 가려내는 작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안(법적 소상공인 320만명·1인당 300만원)과 마찬가지로 이들에게도 모두 방역지원금을 300만원씩 지급할 경우 추가 소요 재원은 약 6조원에 달한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간담회에서 "이번 추경은 문재인 정부의 10번째이자 마지막 추경"이라며 "재정당국의 어려움은 알지만, 당에서는 부족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금액을 얼마로 하자고 전달한 바는 없다"고 했다.
국힘 "14조? 터무니없이 부족"…지원금 최대 1천만원"
국민의힘은 14조원 규모의 정부안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며 대대적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확실히 보상하는 제대로 된 민생 추경을 하겠다"며 "현행 100만원인 소상공인 코로나 극복 지원금을 최대 1천만원까지 (지원)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현재 정부 추경안(300만원)의 3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그는 또 소상공인 손실보상률을 현재 80%에서 100%로 늘리고, 손실보상 하한액도 현행 50만원을 100만원으로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구체적 추경 증액 규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앞서 윤석열 대선후보는 새해 추경 규모로 50조원을 제시한 바 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날 자신의 제안과 관련해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하기 전 필요한 사항을 미리 제시한 것"이라며 "전국민 퍼주기만 해온 관행이 있어서, 이번엔 실제로 피해 본 곳에 충분히 지원하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영업이 제한됐으나 그간 손실보상에서 제외됐던 문화·체육·관광업 등 사각지대에 대한 손실보상도 이번 추경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선후보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추경안에서 선거를 앞둔 선심성 예산을 빼고 나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한 업체당 300만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는 한 달 임대료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증액론에 힘을 보탰다.
'증액 이구동성' 속 동상이몽…협상 시작부터 파열음
증액 공감대 속 여야는 이날 추경 논의를 위한 협상에 재차 들어갔으나 테이블에 앉기 무섭게 마찰음이 터져 나오며 결렬됐다.
민주당은 정부안이 국회에 넘어오기 이전부터 미리 여야 간 합의점을 마련, 심사에 속도를 내자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자당의 제시안이 담긴 정부안 마련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맞섰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주문한 '하명 추경안'을 제출할 게 아니라, 윤석열 후보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구체적으로 언급한 내용을 담아 와야 한다"며 "그러한 내용의 추경안이 제출되면 그때 가서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여당은 오미크론 변이 상황이 심각한 만큼 시기적절한 지원으로 대응해야겠다고 판단해 추경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임시국회를 소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과의 구체적 협의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21일 정부 추경안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로 넘어오면 25일부터 임시국회를 열어 곧장 심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을 보고 심사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국회 심사가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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