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공정위는 해맹"..해운사 담합 과징금 8천억→ 962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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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23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62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해운사 운임 담합에 공정거래법이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23개 업체는 HMM, 고려해운, 남성해운 등 국적사 12곳과 에버그린마린코퍼레이션엘티디, 청리네비게이션씨오엘티디 등 외국적선사 11곳입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지난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6년간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 수출·수입 항로에서 총 120차례 운임을 담합했습니다.
기본운임 인상, 각종 부대운임 도입 및 인상, 대형화주에 대한 투찰가 등 제반 운임을 합의하고, 합의를 위반한 선사들에겐 벌과금을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또 합의를 해운법에 따라 신고하지 않았고, 신고 전에 화주단체와 협의하지도 않아 공정위는 이들이 해운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습니다.
해운업계의 반발은 여전하지만, 공정위의 과징금 수위는 기존 결정보다 대폭 낮아졌습니다.
지난해 5월 공정위 심사관은 이들 해운업체들에 최대 8천억 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발송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2일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된 과징금 규모는 이보다 90% 가량 줄어든 962억 원입니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고철 가격을 담합한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7개 철강사에 과징금 3천억 원 이상을 부과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이에 대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직접 나선 브리핑에서 "과징금 수준 결정에 산업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위원장이 언급한 사자성어는 '화이부동(和而不同)'입니다. 화이부동은 남과 사이좋게 지내되 의를 굽혀 쫓지는 아니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해운업의 특수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난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하여야 하는 경쟁당국으로서 역할은 변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해운 분야에서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운임 담합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 집행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해운업계에 대한 관리감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는 여전하지만, 해운업계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겠다는 공정위의 다소 느슨해진 자세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송영길 "정부가 해운업 중요성 이해 못해"…확 낮아진 공정위 과징금
공정위의 전원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날인 지난 11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해운업계와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송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정부 관계자를 '해맹'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 관계자들이 해운산업의 특성이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해 최근 해운산업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문제가 초래된 것 같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 부과 결정에 앞서 해운산업의 특성을 최대한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운업계는 여당이 공정위에 과징금 수위를 낮춰달라고 압력을 넣어줄 것을 요청했고, 여당은 "최대한 해운업계의 현황들이 감안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화답했습니다.
여당 관계자의 '정부가 바다를 모른다'는 말 한 마디가 공정위의 대폭 낮아진 과징금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해운업계 강력 반발…"소송 불사할 것"
과징금은 대폭 낮아졌지만 해운업계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국해운협회는 성명을 내고 "공정위는 해운법과 공정거래법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100년 이상 이어지고 국제법적으로도 확립된 공동행위의 취지를 무시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협회는 공동행위로 경쟁을 제한한 적도, 부당 이득을 취하거나 화주에 피해를 준 적도 없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협회는 공정위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 앞으로 이 같은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해운 공동행위 감독권을 해양수산부로 일원화하는 해운법 개정안의 조속한 의결도 국회에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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