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강에 깃든 '4대강' 기시감

오윤주 2022. 1. 1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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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 제거, 수질 개선, 저수지 정비, 수량 확보, 유람선."

충북도가 추진하는 '물이 살아 있는 미호강 프로젝트' 사업 주요 내용이다.

충북은 미호강 수질 복원, 물 확보, 친수·여가 공간 조성 등 세 분야 14개 사업을 10년 동안 펼 계획이다.

이들은 "충북도의 미호강 수질 복원, 수량 확보 등은 고무적이지만 저수지 정비, 제방 보강 등은 의문이다. 자칫 대규모 토공 사업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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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리즘]

이시종 충북지사(왼쪽 넷째)가 지난해 9월 충북도청에서 미호강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전국 프리즘] 오윤주 | 전국팀 기자

“토사 제거, 수질 개선, 저수지 정비, 수량 확보, 유람선….”

충북도가 추진하는 ‘물이 살아 있는 미호강 프로젝트’ 사업 주요 내용이다. 충북도는 지난 14일 착수보고회를 했고, 지난달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를 맡겼다. 충북연구원 등 3곳이 내년 6월까지 공동 진행하는 연구용역 비용만 7억3400만원이다. 지난해 9월 충북도가 내놓은 예상 사업비는 6510억원이다. 충북도 한해 예산의 10%가 넘는 대규모다. 충북은 미호강 수질 복원, 물 확보, 친수·여가 공간 조성 등 세 분야 14개 사업을 10년 동안 펼 계획이다. 2010년부터 세차례 연임하고 올해 6월 퇴임을 앞둔 이시종 충북지사의 마지막 역점 사업이란 말이 나온다. 이 지사는 “인공습지 등을 조성해 수질을 개선하고, 미호강 상류 40곳에 제방 보강·증고 등으로 수량을 확보한다. 까치내 작천보엔 돛배가 다니는 등 친수·여가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 판박이다. 작은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고 바로 쏘아붙였다.

미호강(미호천)은 충북 음성 부용산 망이산성에서 발원해 진천, 청주를 거쳐 세종 합강리(두물머리)까지 89.2㎞를 흐른다. 금강 지류 가운데 가장 길고, 유역면적(1855.35㎢)은 한강·낙동강 등에 이어 국가하천 가운데 11위로 만만치 않은 위용을 자랑한다. 공식 이름은 국가하천 ‘미호천’이지만, 충북도는 ‘미호강’으로 명칭 격상도 추진 중이다.

미호천은 천연기념물 등이 노닐던 생태계의 보고였다. 우리 산하에서 사라진 토종 황새(천연기념물 199호)가 마지막으로 생존했던 곳이 음성 미호천이었다. 지난해 36년 만에 멸종위기 1급 희귀종 흰수마자 서식이 확인됐다. 미호천은 또 다른 천연기념물이자 세계 유일종 미호종개(454호)의 고향이다. 미호종개는 4대강 사업의 희생양이기도 하다. 4대강 사업의 하나로 미호천 상류 백곡저수지 둑높이기 사업을 했는데, 미호종개가 살던 상류 쪽 수심이 깊어지고 물이 제때 흐르지 않아 미호종개 서식지가 훼손됐다. 환경단체, 생태전문가 등은 “4대강 사업으로 수심이 깊어지면서 서식지 절반 이상이 망가졌다”고 진단했다. 지금 미호천은 시기·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3~4등급 정도의 수질을 유지한다. 유역 주변에 형성된 대규모 산업단지, 축산시설 등이 주 오염원으로 꼽힌다.

충북도의 ‘미호강 프로젝트’와 별개로, 환경단체인 풀꿈환경재단 등도 ‘미호강 유역협의회’를 꾸리고 미호천 보존에 나섰다. 협의회엔 미호천을 낀 음성·진천·세종 등 자치단체, 환경·시민단체, 엘지화학·유한양행·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기업, 마을, 기관·단체 39곳이 참여한다. 환경·시민단체 대표, 교수, 기업 관련자, 마을 대표 등 200여명이 미호천 보존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고, 주민 등은 ‘하천 돌봄이’, ‘하천 관리단’을 꾸려 미호천의 수질을 스스로 관리하고 수생 생태계 보전에도 나설 참이다. 하지만 충북도가 추진하는 ‘미호강 프로젝트’와는 거리를 둔다. 이들은 “충북도의 미호강 수질 복원, 수량 확보 등은 고무적이지만 저수지 정비, 제방 보강 등은 의문이다. 자칫 대규모 토공 사업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음성 망이산성 작은 골짜기에서 발원한 미호천은 이백리 넘게 굽이굽이 흐른 뒤, 세종에서 금강을 만나 끝내 바다까지 함께 간다. 그런 미호천처럼 충북도와 환경단체 등도 합류하면 어떨까? 때마침 풀꿈환경재단 등이 충북도에 ‘민·관 합동 미호강 프로젝트 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충북도의 말처럼 ‘물고기가 노닐고, 철새가 찾아오는 미호강’으로 바꾸려면, ‘또 다른 4대강 사업’이란 논란을 지우려면 물처럼, 바람처럼 만나 속내를 터놓고 뜻을 나눠야 하지 않을까? 소리 없이 흐르는 미호천의 뜻도 그렇지 않을까?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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