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운 시..우리 마음도 비슷하지 않나요
출간한 정신과 의사 황인환씨
단어에 함축된 의미 읽듯
심리치료는 내면 읽는 과정
설명 어려운 감정 詩로 전달
"행복도 공부해야 누리는것
처절한 몸부림칠 용기 얻길"
서울 여의도에서 환자들과 마주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황인환 원장은 문제의 실마리를 시에서 찾는다. 그는 2016년 해당 분야 전문지인 '정신의학신문'에 기고문을 올리기 시작해 2020년부터 '시(詩)와 함께하는 마음공부' 시리즈를 통해 '시 읽어주는 정신과 의사'로 활동 중이다. 지난달에는 그간 작성했던 원고를 바탕으로 저서 '마음은 괜찮냐고 시가 물었다'를 출간했다.
황 원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시에 주목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시를 읽는 행위는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과 닮았다"고 답했다. 그는 "문장으로서 시는 금방 읽히지만 특유의 모호함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렵다. 인간의 마음도 마찬가지"라며 "시의 짧은 단어에 다양한 의미가 함축된 것처럼 인간의 심리도 그 안에는 더 많은 생각과 감정이 있다"고 말했다.
황 원장이 치료 과정에서 시의 힘을 빌리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환자마다 성향과 상황이 다르다 보니 치료 목적으로 시를 읽어준다거나 추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면서도 "보편적인 감정이나 상황을 설명해야 할 때 시를 종종 인용한다. 풀어야 할 문제를 두고 당연하다고만 말하면 오히려 환자와 교감하지 못해 시에 의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경우에는 환자가 자신의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시를 인용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황 원장의 환자는 주로 직장인들이다. 병원이 여의도에 위치한 만큼 경쟁에 치이고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다. 그는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조건을 바꾸기 어렵고 문제의 원인도 항상 주변에 있다. 이 때문에 환자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삶에 생기를 부여하는 '즐거움'이 대표적이다. 황 원장은 "인간의 뇌는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즐거움보다 불안과 걱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됐다"며 "뇌에게 행복은 우선순위가 아닌 만큼 스스로 행복할 방법을 공부해야 한다. 사소하지만 기분 좋은 요소들을 찾아 그것에 집중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황 원장은 추천 시를 묻자 이성복 시인의 '상류로 거슬러오르는 물고기떼처럼'을 인용했다. 그는 "시 말미에 '상류로 거슬러오르는 물고기떼처럼/ 그는 그의 몸짓이 슬픔을 넘어서려는 것을 안다/ 모든 몸부림들이 빛나는 정지(靜止)를 이루기 위한 것임을'이라는 구절이 있다"며 "인간이 보다 나은 상태로 가기 위한 모든 행위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변화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 이 시를 보고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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