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금리가 또 오른대" 잠 못드는 영끌족

이미지 기자 2022. 1. 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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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심리도 꽁꽁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5% 진입
기준금리 인상땐 7%까지 올라

회사원 박모(37)씨는 매달 은행이 보내는 대출 금리 안내 문자를 받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박씨는 주택담보대출로 3억원, 마이너스 통장으로 8000만원, 개인연금 담보 대출과 회사 대출까지 끌어다가 작년 초 서울 노원구에 8억원짜리 아파트를 장만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무섭게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면서 ‘영영 무주택자로 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그야말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았다는 뜻)로 집을 산 것이다.

하지만 박씨가 집을 살 때 2.7%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해 3.9%까지 올랐다. 마이너스 통장 금리도 1년 만에 1%포인트 넘게 올라 3.67%가 됐다. 박씨는 “월급 380만원을 받아서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고 나면 100만원이 채 안 남는다”며 “작년에 집값은 좀 올랐지만, 매달 불어나는 이자 비용을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일제히 상승한 1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날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지난해 12월 기준 코픽스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69%로 전월 대비 0.14%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잇따라 오를 전망이다. 2022.01.18. livertrent@newsis.com

새해 들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출을 최대로 활용해 집을 산 ‘영끌족’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자 부담 등 금융비 지출이 늘어난 가운데 최근 집값 상승세가 꺾이면서 투자 손실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집을 사려는 수요도 급감해 서울의 주택 매매 소비 심리는 1년 8개월 만에 ‘보합’으로 떨어졌다.

◇금리 2%P 오르면 원리금 상환액 27% 늘어

18일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3.71~5.21%이다. 1년 전만 해도 2~3%대였던 금리가 2%포인트 정도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은행권 전체 가계 대출의 75.7%가 변동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이달 기준금리를 1.25%로 올렸다. 지난 2020년 5월 0.5%까지 내렸던 기준금리가 세 차례 인상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2~3번 더 올릴 거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대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저금리 상황에서 거액의 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의 이자 부담은 가파르게 오를 수밖에 없다. 4억원을 상환 기간 30년, 금리 3%로 빌린 경우 매달 원리금으로 169만원 정도를 갚게 되는데, 금리가 5%로 오르면 매달 갚아야 하는 금액이 215만원으로 27%나 뛴다.

◇얼어붙은 매수 심리, 집값 하락세 확산

시중금리 인상은 주택 매수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의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작년 12월 서울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전월(118.8)보다 10.7포인트 하락한 108.1을 기록했다.

국토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상황을 상승(115 이상), 보합(95~115 미만), 하강(95 미만) 3개 국면으로 구분한다. 서울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시작된 작년 8월(148.9)부터 4개월 연속 떨어지더니, 2020년 4월(105) 이후 1년 8개월 만에 보합으로 떨어졌다. 경기(109.1), 인천(109.6) 등 수도권(108.8)의 주택 매수 심리도 보합 전환했다.

주택 매수 심리 하락은 집값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전국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사실상 멈췄고, 서울이나 수도권의 인기 주거지까지 아파트값이 하락 반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끌족이 당장은 소비를 줄여 금융 비용 증가에 대응한다 해도,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 ‘공포심’에 집을 팔아버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에 가계 부채 증가 속도는 둔화하겠지만, 주택 거래량과 집값 하락세가 더 심화할 우려가 있다”면서 “금융권이 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확대하거나 대출금 분할 상환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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