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청약열풍에 가려진 '물적분할' 그림자

박상영 기자 2022. 1. 1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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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배터리 분리 LG화학 70만원대 꺾여
주가 하락에 모회사 주주들만 피해
대선 주자들 ‘물적분할’ 개선 목소리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18일 서울 마포구 KB증권 지점에서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IPO(기업공개)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18일 모회사인 LG화학 주가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높은 성장세가 예상됐던 배터리 사업부문이 분리되면서 지난해 초 100만원을 넘었던 LG화학 주가는 이날 70만원대마저 무너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IPO를 통해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모았지만, LG화학의 주주들은 주가 하락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계기로 지배주주의 지배력만 강화하는 ‘물적분할’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선 후보들도 지배주주에게만 유리한 ‘물적 분할’을 막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LG화학은 지난 17일 공시를 통해 오는 2월8일 지난해 4분기 실적과 함께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새로운 먹거리를 제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서는 경북 구미에 약 4754억원을 들여 국내 최대 규모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는 등 투자 계획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주가는 연일 떨어졌다.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사업부 일부를 떼어 내 새 회사를 만들고, 신설회사 지분을 100% 소유하는 기업분할 형태를 말한다. LG화학은 물적분할을 선택한 이유로 “대규모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측면”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는 “LG화학이 분할을 결정한 2020년 9월 당시, 부채비율이 71.8%로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건전했던 것을 고려하면 차입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도 있었다”고 반박한다.

모기업의 소수주주들에게는 물적분할 보다 인적분할이 유리하다. 인적분할은 분할되는 기업의 주식을 모기업의 주주들에게 기존 주식 보유 비율대로 나눠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인적분할 이후 유상증자를 하면 대주주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지분만큼 기존 지분율이 줄어든다. 지분율을 지키기 위해서는 추가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대주주 입장에서 보면 물적분할은 부채비율이 올라가지도, 추가 자금을 투입할 부담도 없다. 예컨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100%를 보유한 LG화학은 그 중 일부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지분율 희석 정도는 인적분할에 비해 낮다. 실제 LG화학은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주식 850만주를 매각해 2조5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지만 지분율은 약 82%로 견고하다.

반면 LG화학 소수주주는 유망한 사업부문이 분리되면서 주가하락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LG화학은 상장 이후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82%를 보유한 만큼 LG화학 주주들도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일반적으로 지주회사는 사업회사보다 저평가를 받는다. 물적 분할에 대한 우려가 최근 커지면서 지주회사 전환을 앞둔 포스코는 최근 철강 자회사를 상장하려면 절대다수의 주주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자회사 정관에 추가하기도 했다.

대선 후보들도 물적분할 시, 모회사의 주주 피해를 막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물적분할 때 모회사와 자회사를 동시 상장하는 것을 금지하고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주자’고 제안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상훈 경북대 교수는 “근본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수주주는 배제한 채 지배주주에 유리한 형태로 분할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문제”라며 “주주가 보유한 지분에 비례해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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