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사망률 타 산업대비 3배 이상 높은데..건설안전3법은 언제

송진식·류인하 기자 2022. 1. 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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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6월9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았던 광주광역시 학동 재개발 철거현장에서 건물붕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허술한 제도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과 함께 정치권에서 이른바 ‘건설안전 3법’ 제정 논의가 일었다. 하지만 사고가 수습단계에 접어들자 논의는 유야무야됐고, 약 7개월만에 광주 화정동에서 재차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건축현장에서 유사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국회 계류 중인 건설안전 3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 서구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집계를 보면 2020년 기준 국내 건설업의 ‘사망만인율(인구 만 명당 사망자 수의 비율)’은 2.00으로 전체산업(0.46)의 4.3배에 달했다. 건설업의 사망만인율은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2017년 1.66에서 2018년 1.65, 2019년 1.72 등으로 계속 상승했다. 전체산업의 사망만인율이 같은 기간 0.52에서 0.46으로 줄은 것과 대비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영국·싱가포르 등과 비교하면 국내 건설업 사망만인율이 많게는 10배 가량 높다. 2020년 전체 국내 산업재해 사망자(882명) 중 절반 이상인 458명(51.9%)이 건설현장에서 사망했다.

건설현장에서 재해나 사망사고가 유독 높다는 사실에 더해 학동 참사가 발생하면서 지난해 정치권에서는 건설안전 3법 논의가 한때 활발히 일었다. 해체공사 시 안전관리·감독 규정을 강화한 건축물관리법 개정안, 건축현장 사고발생 시 사업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시공사뿐만아니라 발주자까지 안전사고 등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안이 바로 건설안전 3법이다.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정부를 포함해 8건이나 대표발의가 이뤄질 정도로 정치권에서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3법 중 새 특별법안이자 가장 강도높은 처벌규정 등을 담은 건설안전특별법은 오는 27일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과 이중 처벌 가능성 등이 제기됐고, 건설업계에서 강력 반발하면서 국토위 소위에서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화정동 붕괴사고의 경우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시공사나 하도급사 등의 관리 소홀이나 부실공사로 인한 인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면서 재차 건설안전 3법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안전사회시민연대는 지난 17일 ‘광주 아파트 붕괴 참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광주 학동 참사 때라도 건설안전특별법이 만들어졌다면 이번 광주 붕괴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관련법 제정을 촉구했다. 노형욱 국토부장관도 같은날 “안전이 중요하다는 건 사고가 날 때마다 제기되지만 건설안전 3법 중 해체공사 관련법만 제외하곤 처리가 안됐다”며 “속도조절을 하자는게 업계 의견이지만 안전을 우선순위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며 국회가 법안 논의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정부와 당정협의회를 연 뒤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게 중요하다”며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몽규 HDC 회장(가운데)이 17일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건설업계는 여전히 특별법 마련 등에 부정적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건설사)는 어차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되기때문에 특별법 도입에 따른 실효가 크지 않다”며 “특별법의 경우 오히려 발주자(주택정비조합 등)에게도 여러 책임이 주어지는 만큼 관련 예산·공기 등에 대한 부담이 주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법이 생기면 건축비 상승 등 국민들의 비용부담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또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현장관리, 감리, 시공사 등 무조건 처벌규정만 높이려는 방향보다는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 등을 감안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예컨대 공기 문제만해도 현장 상황이나 공정 환경 등을 감안해 일부 늦추는게 가능하도록 길을 터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진식·류인하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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