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음주측정거부'로 체포해 놓고도 불기소 의견 송치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2022. 1. 1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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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서구 골프장 임직원들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행위 적발
경찰 "정황은 있는데 음주운전 증거 못 찾아..우릴 속일 줄은 몰랐다" 해명
 

(시사저널=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인천시 서구에 들어선 한 골프장 소속 임원이 음주운전을 해서 사고를 내고, 이 사고를 직원들을 동원해 오히려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허위로 둔갑시켜 보험금을 타냈다가 검찰에 구속된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경찰은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음주측정을 거부한 골프장 임원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지만, 증거가 부족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검찰은 약 6개월간의 수사 끝에 골프장 임원의 음주운전 혐의와 증거인멸 행위를 밝혀내 구속 기소했다. 이로 인해 경찰이 수사가 '미진'한 상태에서 사건을 허겁지겁 종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인천지방검찰청 전경 ⓒ이정용 기자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체포해 놓고 '불기소 의견'  

18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골프장 임원 A씨 등 임직원 4명이 보험사기방지특별법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2020년 12월19일 오후 8시51분쯤 골프장 관리동 앞 주차장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회사 소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고 운전석에서 잠이 들었다.

A씨는 이날 오후 10시15분쯤 '음주운전자가 차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인천 서부경찰서 서곶지구대 소속 경찰관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A씨는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약 16분간 3차례에 걸친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했다. 이어 현행범인체포확인서를 손으로 찢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A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A씨가 운전한 승용차에서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확보하지 못했고, 골프장 관리동 폐쇄회로(CC)TV의 메모리장치도 손에 넣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2020년 12월31일 '반쪽' 기소 의견으로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음주운전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음주측정 거부 혐의(도로교통법 위반)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을 달았고, 현행범인체포확인서를 찢은 혐의(공용서류 무효)에 대해서만 기소 의견을 냈다. 

인천경찰청 ⓒ 인천경찰청

검찰수사로 드러난 조직적인 증거인멸과 보험사기

A씨의 음주운전 혐의는 검찰에서 뒤집혔다. 검찰은 경찰이 법리를 오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사지휘를 통해 경찰에 A씨의 음주측정거부 혐의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경찰은 2021년 3월24일 A씨의 음주측정거부 혐의에 대해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A씨 등 골프장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음주운전 사고 증거를 감춰 허위의 교통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낸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에 따르면, A씨가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있을 때 골프장 간부 B씨는 경비원에게 A씨가 운전한 승용차의 블랙박스에서 메모리카드를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또 A씨는 경찰이 사고현장을 조사하기 전에 B씨 등을 동원해 골프장 관리동 CCTV의 메모리장치도 숨겼다.     

검찰은 A씨가 술을 마시고 승용차를 운전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으면 음주측정 거부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직원들을 동원해 CCTV 메모리장치를 숨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A씨는 골프장 직원들을 동원해 음주운전 사고를 허위의 교통사고로 둔갑시켰다. 자신이 들이받은 승용차는 2020년 12월21일 오전 11시18분쯤 골프장에서 포크레인이 충격했고, 자신이 운전한 승용차는 2020년 12월28일 오후 2시13분쯤 여의도 사무실의 주차장에서 사고를 냈다고 보험사를 속였다. 이를 통해 총 564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타냈다.

검찰은 A씨의 증거인멸 범행이 대부분 경찰의 현장조사 이전에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골프장 직원들 이외에도 조력자가 있는지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음주운전 정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A씨가 말을 바꿔 음주운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증거도 없어 대법원 판례 등에 근거해 혐의 없음으로 판단했다"며 "수사과정에서 골프장 직원들이 '관리동 CCTV는 모형이다'는 등의 거짓말로 경찰을 속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A씨 등에 선고공판은 오는 26일 오후 2시 인천지법 318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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