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중국 가자마자 평정한 손준호, MVP와 월드컵 선발 노린다

김정용 기자 2022. 1. 1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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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손준호의 올해는 1월부터 12월까지 목표가 분명하다. 1월은 중국 진출 첫해 MVP 선정을 노리고, 12월에는 월드컵에 참가하는 게 꿈이다.


중국에서 돌아와 부산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인 손준호와 18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손준호는 2020년 전북현대 소속으로 2관왕을 달성했고, K리그1 MVP에 선정됐다. 중국진출 첫해였던 작년에는 산둥타이샨을 마찬가지로 2관왕으로 이끌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MVP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만약 수상한다면 슈퍼리그 최초 아시아 외국인 선수의 MVP가 된다.


"MVP는 당연히 기대하고 있죠. 팀 성적이 완벽하고, 저도 전경기(실제로는 컵대회 포함 29경기 중 27경기, 팀내 최장시간 출장) 뛰면서 공헌도가 높았다고 생각해요. 살면서 이런 기회가 또 올 것 같지 않아요. 한국에서 그랬듯이 더블에 MVP까지 수상한다면 제 선수 인생에 남을 만한 시즌이죠. 한국에서도 굉장한 선수들과 경쟁해서 탄 건데 중국 역시 외국인 선수를 비롯해 좋은 선수가 많잖아요. 얼마나 기쁜지 겪어 봤어요. 남은 축구인생에 동기부여가 될 만하죠."


MVP에 대해 이야기하던 손준호는 전북에서 쓰던 집을 이어받은 홍정호가 이듬해 MVP를 수상했다는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전주에서 손준호가 떠난 집에 홍정호가 들어오면서, 그 집은 MVP를 연속 배출한 셈이 됐다. 손준호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 있다고 했다. 원래 손준호의 여동생과 결혼하면서 가족이 된 김승대가 먼저 그 집을 보고 갔는데, 결국 다른 집을 택했다. 그 뒤 홍정호가 집을 보러 오자 손준호의 아내가 "정호 오빠도 여기 들어오면 MVP 받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정말 연속 MVP가 나온 것이다.


손준호는 중국에서 적응 기간도 없이 초반부터 맹활약한 것으로 정평이 났다. 손준호 스스로도 경기력이 완벽에 가까웠다고 자부한다. 오히려 시즌 막판 현지 매체들로부터 혹평을 받긴 했지만 이유가 있었다. 슈퍼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FA컵을 대비하면서 부상을 피하는 모습을 몇 경기 보였더니 나온 혹평이었다. 조선족 중국대표인 진징다오(김경도)가 현지 적응을 도와주고, 때론 통역까지 해 준 덕이기도 했다.


중원 파트너는 보통 마루앙 펠라이니였다. 슈퍼리그의 스타 선수들이 투지 위축 이후 대부분 떠난 가운데, 산둥은 한국 대표와 유럽 대표 스타를 동시에 보유한 유일한 팀이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이적해 온 벨기에 대표 펠라이니는 팀내 공동 최다골인 10골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펠라이니 머리를 만져봤는데 푹신푹신하더라고요. 다들 머리를 만져보고 싶어 하는데, 35세 형이지만 먼저 제게 다가와줄 정도로 성격이 좋았어요. 그래서 주장인 것 같아요. 자기관리나 경기 자세 모두 슈퍼스타가 맞다는 생각이 들죠. 펠라이니의 공격력이 워낙 좋으니까 전방으로 올라가면서 제게는 후방을 지켜달라고 이야기하곤 했어요. 또 세트피스에서는 제가 킥을 하고, 펠라이니의 머리를 거쳐서 골을 좀 만들었죠."


195cm 펠라이니의 신체능력이 중국에선 아무도 막을 수 없을 정도였다는 손준호의 말에, 손준호가 잘 아는 대표적 '피지컬 괴물' 김신욱과 비교를 부탁했다. 손준호는 비슷한 신체조건의 김신욱이 헤딩에 능하다면 펠라이니는 미드필더답게 가슴 트래핑 후 패스 전개를 선호하는 게 달랐다고 말했다.


손준호(국가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만족스럽게 보낸 2021년이지만 유일하게 아쉬운 건 대표팀 선발이다. 중국은 입국시 격리 기간이 지역에 따라서는 4주나 된다. 손준호는 요령이 생겨서 시설 격리 2주, 능동감시 1주인 지역을 잘 찾아 입국하기도 했지만 문제는 불편이 아니라 산둥 측에서 손준호의 대표 차출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진출 직후부터 대표팀에 잘 뽑히지 못할 것은 예고돼 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무리 없이 손준호를 선발할 수 있었던 6월, 9월 월드컵 예선에 포함시키며 여전히 손준호에 대한 믿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산둥 일정과 겹쳤던 나머지 소집은 불참해야 했다.


"월드컵은 어릴 때부터 간직한 최고의 목표죠. 지금처럼 부상 없이 열심히 뛴다면 벤투 감독님의 선택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올해 동아시안컵(E-1 풋볼 챔피언십)이 7월 중국에서 열리니까 기회가 될 수 있겠죠. 전 대표팀에서 스스로 하루살이라고 생각했어요. 매일이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경쟁해 왔죠. 그 마음은 여전합니다."


현재 대표팀은 터키에서 국내파 위주로 전지훈련 중이다. 손준호는 전북 시절 동료인 김진수, 이용 등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다. 손준호의 경쟁자로 백승호, 김진규 등이 떠오르고 있지만 경쟁을 즐기겠다고 했다.


올해는 K리그 개막이 2월로 앞당겨진 반면 중국은 다소 미뤄졌기 때문에, 손준호는 K리그1 개막 즈음 전주를 찾아 친정팀을 직접 응원할 계획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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