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화물열차 사흘째 단둥행..의약·생필품·건축자재 등 수송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2. 1. 1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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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설·김정일 생일 등 명절 앞두고 재개
“물자 확보·민심 안정에 중요한 역할”
 중, 북과 장기적 무역 정상화에 힘싣기

북한 화물열차가 지난 16일 압록강 중조우의교를 건너 중국으로 넘어오고 있다. 웨이보 동영상 캡쳐


북한 화물열차가 3일 연속 압록강을 건너 중국 단둥(丹東)에 도착했다. 중국 정부가 북한 화물열차 운행 재개 사실을 공식 확인한 가운데 장기적인 북·중 육로 무역 재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북 소식통은 18일 오전 8시30분쯤 세 번째 북한 화물열차가 압록강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를 건너 단둥역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첫 열차를 시작으로 이틀에 걸쳐 2대의 북한의 화물열차가 잇따라 단둥에 도착해 긴급물자를 싣고 북한으로 돌아간 데 이은 것이다. 이번 화물열차 운행은 코로나19 발생에 따라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고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을 완전히 중단한 지 거의 1년 반만에 이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각종 생필품과 방역물품 등이 부족해짐에 따라 북한이 한시적으로 국경을 열고 긴급물자 수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단둥 지역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지난 16일 처음 단둥에 도착해 이튿날 북한으로 돌아간 화물열차에는 식염수와 포도당 같은 의약품과 생필품이 실려 있었다고 전했다. 또 지난 17일 두 번째로 단둥에 온 열차는 생필품과 의약품 외에도 타일 등 건축자재를 함께 싣고 이날 아침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쪽 전문가들은 화물열차 운행 재개가 설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16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15일) 등 북한 최대 명절을 앞두고 이뤄진 것에 주목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북한 무역은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북한 경제에 어려움을 가져왔다”며 “중국에서 북한으로 보내지는 물자는 명절 물자 확보와 민심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은 일단 한 달 동안 500량 정도의 화물열차를 운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열차 1대의 화물칸을 13∼15량으로 계산하면 한 달 동안 매일 화물열차가 북·중 국경을 오가게 되는 셈이다. 이번 열차 운행 재개가 양국간 본격적인 육로 무역 재개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글로벌타임스에 “대북 무역 사업가들은 북·중 무역이 정상화돼 그들의 트럭이 육로를 오가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춘제(설) 이후에는 정상적인 무역이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타임스는 단기적으로 육상 교역이 재개될 가능성은 낮지만 양측이 코로나19 방역 경험을 쌓으면 화물 운송을 단계적으로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외교부도 전날 북한 화물열차 재개 사실을 확인하며 장기적인 북·중 무역 정상화에 힘을 실었다.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전염병의 영향으로 중·북 철도 화물 운송이 한동안 중단됐다 양측의 우호적 협상으로 단둥에서 신의주까지 화물 운송이 이미 재개됐다”며 “양측은 방역 안전을 확보하는 기초 위에서 정상적인 무역 왕래를 돕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코로나19 방역 상황이다. 이번 열차 운행을 통해 양측이 안전한 방역시스템을 갖추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완전한 육로 개방으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양쪽 어디서든 코로나19가 확산된다면 국경은 언제든 다시 닫힐 가능성이 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외부에서 코로나19가 유입될 경우 스스로 방어할만한 의료·방역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가 의문”이라며 “북·중 교역 완전 정상화에 있어 가장 큰 고려 사항은 방역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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