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UAE 정상회담 대신 통화..문 "테러 강력 규탄" 왕세제 "공격 예상"
[경향신문]
만남이 무산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왕세제 간에 17일(현지시간) 정상 통화가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예멘 후티 반군의 아부다비 드론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고, 모하메드 왕세제는 “예상됐던 일”이라고 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은 오늘 오후 모하메드 UAE 왕세제와 약 25분 동안 정상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제에게 “오늘 아부다비에 드론 공격이 있었다는 긴박하고 불행한 소식을 들었다”며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UAE를 비롯한 중동지역 평화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특히 민간인을 공격하고 생명을 살상하는 행위는 결코 용인할 수 없는 테러행위로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언제나 UAE와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모하메드 왕세제는 “오늘 드론 공격은 예상됐던 일”이라며 “한국과 UAE의 특별한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것에 감사한다”고 답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천궁-Ⅱ(M-SAM2·중거리 지대공미사일)가 UAE의 방어력을 높일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16일 천궁-Ⅱ의 4조원대 UAE 수출이 확정됐다.
앞서 AP통신 등 외신은 17일 아부다비 국제공항과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 원유 시설 등이 외부 드론 공격에 의해 폭발해 3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등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화재 직후 자신들이 UAE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통화는 예정됐던 문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제 간 정상회담이 취소된 대신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당초 17일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로 이동해 모하메드 왕세제가 주최하는 아부다비 지속가능성 주간 개막식과 자이드 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모하메드 왕세제와 정상회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한국에서 출발하기 직전 UAE 측이 정상회담 취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부다비에서 열릴 예정이던 다른 행사들은 두바이에서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UAE 총리가 주최하는 것으로 대체됐다. UAE 측은 회담 취소 사유를 정확히 밝히지는 않고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unforseen and urgent matter of state)이라고만 알려왔다.
모하메드 왕세제가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을 예상했다고 밝히면서 UAE 측이 사전에 반군 공격을 알고 정상회담을 취소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반군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에서도 문 대통령 외에 외교·안보 관련 일부 고위 관계자들만 이 같은 UAE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통화에서 “이런 방법으로 대화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죄송한 마음”이라며 “나의 손밖에 있는 부득이한 상황으로 직접 만나지 못해 안타깝고 아쉬움이 크다.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모하메드 총리가 따뜻하게 환대해 줬다”며 “나와 대표단을 위해 기울여준 성의와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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