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펴게 지원하겠다"..윤사모 등 단체 관리한 윤석열 네트워크본부
[경향신문]
“지금 회장님이 좋은 말씀하셨는데 사기꾼이 되지 않고, 증인의 사도가 되도록, 강원도에서 얼굴 충분히 펴실 수 있도록 저희들이 최대한 지원하겠다.”
지난해 12월30일 유튜브에 게재된 영상에서 김형준 당시 국민의힘 네트워크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단체의 한 대표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네트워크본부 역할을 설명하는 이 자리에서 그는 윤 후보를 “그분”으로 지칭하며 “1000만명 선거 운동에 적극 협력하겠다”, “(후보의 부산 일정은) 후보 비서실에 이야기하겠다. 확실하게 참석하실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18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김형준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총괄지원본부(권성동 본부장) 산하 네트워크본부 수석부본부장께서 네트워크본부 역할에 대한 설명’ 영상에 따르면 네트워크본부는 ‘윤사모’(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 등 윤 후보를 지지하는 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발족했다. 김 전 부본부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네트워크본부가 26개 전국 조직을 (지원)한다”면서 “후보를 지지하는 전국 조직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곳”이라고 했다. 전날까지 공개됐던 김 전 본부장 영상은 이날 오전 삭제됐다.
윤 후보는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모씨가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보도가 전날 나오자 이날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씨의 활동을 인정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그런 식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며 “불필요한 소문들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해산했다”고 했다.
윤 후보가 네트워크본부 해산을 결정한 것은 본부 규모와 다양성에서 오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본부에 부본부장만 20명이고 여성특위, 문화예술특위, 2030세대와 출마예정자들이 모인 국민공감특위, 해외동포특위 4개 특위가 있다. 또 전씨가 속한 의혹이 제기된 고문단, 특보단, 자문위원단이 있고 뉴미디어팀도 별도로 있었다.
매머드급 규모의 네트워크본부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전씨 활동도 자유로웠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후보의 정치 입문부터 활동해온 단체들이 소속돼 있어 윤 후보 관심도 각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 후보는 새해 첫날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을 찾아 “한 해 고생 많았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전씨는 윤 후보 어깨를 두드리며 직원들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 본부장은 이날 “네트워크본부는 후보 정치 입문 무렵부터 함께했다. 당연히 해산 조치는 후보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팬클럽인 윤사모는 2020년 1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전씨와 네트워크본부의 영향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 선대본부 인사는 “네트워크위원회는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생성된 지지모임에서 지역 의견을 선대위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며 “(네트워크본부에서) 임명장도 주고 하는데 후보와의 연을 과시하기 위해 연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분들이 생기면 좀 그러니까 (해산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부본부장은 “전씨는 고문 직책으로 임명장이나 명함을 받은 적이 없다”며 “자발적으로, 열성적으로 일하는 지지자 중 한 분”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본부 영향력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가 없다”며 “저희들 역할은 (지지 단체들을) 독려하고 격려하는 것에 불과하다. 저희들은 다 무급 자원봉사자이다”고 말했다.
김 전 부본부장 설명회에 참석한 윤 후보 지지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네트워크본부로부터 공직선거법 교육을 받았을 뿐”이라며 “네트워크본부 활동은 페이스북에 글 올리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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