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한 공사비와 기간이 산업안전 대전제.. 처벌 위주론 한계"

박현수 기자 2022. 1. 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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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학회 54대 회장에 취임한 김철영 명지대 교수

“법률로 제재만 하면 예방 못해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도

낮은 공사비·시간에 쫓겨 발생

요즘 ‘토건족’ 비하 안타까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도 개선 없이 처벌만 강화하는 것이 얼마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창립 71주년을 맞은 국내 최대 학회인 대한토목학회 제54대 회장으로 지난 14일 취임식을 가진 김철영(61·사진) 명지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17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처벌 위주의 정책만으로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시설물에 대한 공사 기간과 비용이 적정해야 하는데 이것은 놔두고 법률로 제재만 가하면 안전을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광주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도 결국 저가 입찰과 저가 하도급에서 비롯된 낮은 공사비를 맞추려고 서둘러 짓다가 발생한 불상사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인프라도 이제는 무조건 저가 입찰로 싸게 빨리 많이 지을 때는 끝났습니다. 더욱 튼튼하고 오래가며 안전한 인프라를 건설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당연히 적정한 공사 기간과 비용이 수반돼야겠지요. 과연 법과 제도는 이런 것을 담을 수 있는지, 그리고 국민은 이런 부담에 대한 준비가 돼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 회장은 이어 “최근 들어 정치권과 언론에서 국가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건설 엔지니어들을 폄훼하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부실이나 사고의 원인이 왜곡되거나 과장돼 전달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면서 “시의적절하게 제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필요한 경우 대한건설협회 등 52개 관련 기관 및 학회와 연계해 울림이 크게 국민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대장동 사건이 터지면서 건설업계와 건설 엔지니어들을 ‘토건족’이라고 비하하면서 마치 부정과 비리의 온상으로 깎아내리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작 대장동 관련자는 정치인과 공무원, 부동산 기획자, 법조 관계자들인데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도매금으로 엮어졌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가 활황일 때와 달리 현재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공학교육도 그야말로 위기상황이다. 토목공학과 인기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유명 대학의 경우에도 입학정원의 30% 가까운 학생들이 전공을 변경하는 등 비인기 학과로 전락하고 있다. 대학들이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대학만의 힘으로는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커리큘럼을 바꿔야 한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교육 개혁이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사회적인 문화 등 주변 환경까지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인력 수급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교 교육을 대입이 좌우하듯, 대학교육은 취업이 좌우합니다.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등 취업 선호도에 밀려 핵심 분야인 설계와 엔지니어링 분야에는 인력이 필요한데도 정작 졸업생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 등을 이유로 좀처럼 취업을 하지 않는 실정입니다.”

김 회장은 교육과 산업이 별개가 아니라 결국은 하나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전체를 보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노력은 1~2년 안에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늦기 전에 빨리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올 한해 학회 운영 계획과 관련해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에서 탄소 중립, 디지털전환 스마트 건설 등 건설산업 외적인 환경 변화가 매우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 토목학회가 주도적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기술과 학술 토론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건설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토목공학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학회의 외연을 넓히는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물론 환경부,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등의 국가기관들과도 유대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건설 엔지니어의 전문성을 고도화하기 위한 교육제도 개선방안,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등을 건설정책 혁신과제 보고서에 담아 각 대선 캠프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서울대 토목공학과에서 학사 및 구조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89년부터 명지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토교통연구인프라운영원 이사장과 하이브리드 구조실험센터장도 맡고 있다. 대한토목학회는 1951년 창립 이후 70여년 동안 토목공학의 발전과 건설 엔지니어들의 자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2020년 기준 회원 수가 무려 2만7838명이나 된다.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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